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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암 잘 걸리는 직업 따로 있을까?2021년 8월호 112p
  • 문종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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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특정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특정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산재 인증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의 한가운데 섰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다. 반올림, 백혈병, 반도체 이 세 개의 키워드가 거둔 성과는 이후 많은 케이스를 리드했다. 발암물질과 유해화학물질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암종(癌種)! 이른바 직업과 암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신규 암 환자 중 대략 4% 정도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특정 직업으로 인해서 특정한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대략 1만 명이 직업성 암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직업에 기초하여 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된 산재 승인 건수는 2018년 205건 등 수백 건에 불과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가 없기 때문이다. ‘왜지?’‘내가 왜 암에 걸린 거지?’라는 물음표가 필요하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암에 걸리면 내 탓만 하지 말고 내 일(직업)을 떠올려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전문가의 언어로 설명할 게 아니라 용접엔 폐암, 도장엔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고, 노동자로 하여금 직업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눈을 뜨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데이터가 말해주듯 수천 건에 달해야 할 숫자가 불과 1~2백 건에 불과하니 “내 직업 탓이 아니라 내 탓이요.”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암에 잘 걸리는 직업은 따로 있나?

그렇다면 직업과 암과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진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 최초로 보고된 직업성 암은 1775년 영국의 굴뚝 청소부에게 발생한 음낭암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된 첫 번째 직업성 암은 1993년 석면에 노출돼 발생한 악성중피종이다.

최근엔 학교 급식실에서 10년 이상 일한 조리사가 폐암 진단을 받고 산재 승인신청을 한 결과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 : 조리 중에 발생하며,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지방 등의 분해로 배출되는 물질)에 의해 폐암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산재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유방암에 잘 걸리는 직업은 자동차용 플라스틱 제조업과 통조림 제조업이라는 사실은 캐나다 온타리오의 윈저대학 지역 암센터가 밝혀냈는데 이들의 작업환경이 발암물질이나 내분비계 교란물질(주로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방암이 직업과 관련해서 산재로 인정돼 보험적용을 받은 사례는 찾지 못했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뇌종양과 백혈병이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됐는데 여기에 난소암이 추가돼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악성중피종, 폐암, 뇌종양, 백혈병 이외에 직업성 암으로 가능성이 높은 암은 림프암, 방광암, 간암, 갑상선암 등이 언급되고 있다.

직업성 암은 누가 걸릴까?

▶방사선 조사로 인해서 방사선과 의사, 방사선사, 원자력발전소 종사자, 지하광부 등이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석면광부, 석면단열재 취급자는 석면으로 인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비철금속제련, 비소함유농약 생산 및 취급자는 비소 및 비소화합물에 의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항공 및 우주산업, 전자업종 종사자, 보석세공업자 등 베릴륨 취급 근로자는 베릴륨에 의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건전지 제조, 염료공장, 색소공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카드뮴과 카드뮴 화합물에 의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안료공장 근로자, 크롬합금공장 근로자, 도금공, 스테인리스강 용접공, 폐수처리 작업자, 잉크 및 향수제조 작업자들은 6가 크롬 화합물에 의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제화업이나 화학약품 근로자는 벤젠에 의해서 직업성 암에 걸릴 수 있다.

▶니켈화합물, 검댕, 염화비닐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전 업종이 사실상 직업성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화재 진압을 하는 소방관도 벤조피렌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직업성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짐은 당연하다.

이런 작업장에서의 발암물질 유입경로는 주로 호흡기계, 소화기계, 피부를 통해서다. 직업성 암 중에서 폐암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호흡기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암이 발생하기까지는 혈액암의 경우 5~10년이 걸리고, 폐나 방광처럼 조직에 암이 생기는 경우는 12~25년 정도 걸리는데 드물게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의 경우 40년이 경과한 후에야 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직업성 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여러분이 만약 암 진단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직업과의 상관관계를 의심해 보는 것’이다. <표1>을 통해서 직종별 노동자와 관련된 암 종류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런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있다가 만약 내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그 원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치료방향도 설정할 수 있을 테니까.

평생 회사를 위해서 일하다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직업, 즉 일이 되어야 한다. 최근에 이런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런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를 돕기 위한 단체도 있다. 직업성암119는 암 환자를 위한 제도개선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입법 활동도 하고 있다.

그 활동의 중심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이 있다. 우리나라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합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산재처리를 해줄 수 없다면 암과 직업의 인과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밝혀내고 그 결과가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암 진단을 받은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종환 칼럼니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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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직업병#건강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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