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의 치아시크릿] 아말감 소멸이 안타까운 이유

【건강다이제스트 | 예방치과 전문가 김광수 원장】

십수 년 전만 해도 충치 치아를 때우는 데 아말감이 대세였다. 40~50대 중·장년층의 입속에는 아직도 아말감 충전재가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치과에서 더 이상 아말감 충전을 하지 않는 풍조가 벌어졌다. 아말감 충전재에서 수은이 흘러나오니 좋지 않다는 거였다.

이런 말이 나돌면서 치과에서 아말감은 퇴출 직전이다. 아말감 대신 값비싼 충전재가 쓰이고 있다. 이런 세태를 보면서 치과의사로서 너무도 안타깝다. 아말감 소멸이 아쉬운 이유, 소개한다.

구강검진을 하다가 치아 상태가 안 좋다고 하면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한꺼번에 치료할 생각”이라고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아마 비용도 문제가 됐을 것이다. 이럴 경우 내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치아는 방치하면 할수록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돈이 많이 드는 임플란트, 크라운(인공치관, 금니) 따위는 나중에 하시더라도 우선 급한 신경치료나 충전치료는 먼저 하셔야 합니다. 건강보험으로 다 되고, 무척 쌉니다.”

충치치료는 크게 ▶신경치료와 ▶충전치료(때우는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신경치료를 하고 나면 치아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치관(금니)을 해 넣어야 한다.

여기서는 신경까지 상하기 이전의 치료, 즉 충전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충전은 영어로 필링(filling)이고, 보통 말로는 그냥 ‘때우는’ 것이다. 충치를 제거하고, 안전한 물질(충전재)로 때워준다.

그 재료로는 네 가지가 있다. ▶아말감 ▶GI시멘트 ▶레진 ▶금 인레이(gold inlay)다.

이중에서 아말감과 GI시멘트는 건강보험 급여품목이고, 금은 아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으로 때우라는 말은 아말감이나 시멘트로 때우라는 뜻이다(시멘트는 아말감보다 좀 약하다). 금으로 때우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치과에서, 특히 대형치과병원의 경우 레진이나 금이 아니면 취급을 안 한다. 왜일까?

아말감 퇴출의 진짜 이유

아말감은 매우 우수한 재료이다. 어릴 때 때운 아말감이 평생 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그 역사도 100년 이상 되었다. 유럽, 미국, 기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아무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만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왜일까?

그 답은 뻔하다. 치과에서 돈이 안 되니까.

아말감(Amalgam)은 은(Ag)과 주석(Sn)이 7:3인 합금을 상온에서 수은(Hg)에 잘 섞어 녹여서 굳히는 것이다. 일단 수은-합금이 형성되면 수은은 녹아 나오지 않는다. 그걸 아말가메이션(Amalgama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강철이나 스텐을 입안에 오래 물고 있는다고 해서 그 철이나 크롬 성분이 녹아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백 년 이상 화학자와 의과학자들에 의해서 확인된 것이다. 사실은 너무도 자명해서 확인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극단적인 환경독성주의자들이 자기들의 활동을 선전하기 위해서 아말감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 미국 보건복지부, 미국의사협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말감은 절대 안전하다는 확인과 공표를 여러 번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아말감에 대한 불신을 끊임없이 양산시켰다. 물론 불신은 자유다. 그런데 문제는 치과의사들이 이것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왜? 비싼 것을 팔아먹기 위한 이유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진료거부가 될 수 있는 아말감 문제

원칙적으로 환자가 아말감을 원하는데, 치과의사가 그것을 거부했다면 그건 의료법 위반이고, 건강보험법 위반이다. 그래서 이런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 치과에서는 아예 아말감 충전에 필요한 장비와 기구들을 들여놓지도 않는다. 일부만 그렇다는 얘기다. 특히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대형치과에서 그러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구강검진 치과의사로 일할 때 “빨리 치과에 가서 우선 충치 치료부터 받으시라.”고 해도 많은 경우 “치아 한 개 당 40만 원짜리 금으로 때워야 한다는 말만 듣고 왔다.”고 했다.

결국 그 치아는 방치되다가 충치가 심해져서 빼게 된다. 치료해서 살릴 수 있는 치아를, 건강보험료도 꼬박꼬박 내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 개탄스럽다. 치과가 발전해야 하는데 50년 전, 백 년 전의 아말감 시대보다 퇴보해서야 되겠는가!

누구의 잘못일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결국 개원가가 지나친 상업성 경영, 영리 추구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환자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나는 그저 “아말감 해 주는 치과를 찾아 가시라.”고 권하는 수밖에 없다. 예방치과 전문가로서 치과가 이 지경이 된 것에 대해서 나는 너무도 무력하다.

아말감은 약한 재료인가!

내가 아말감을 찬양하니까, 그 반론으로 아말감이 약하고 쉽게 깨진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그야말로 도덕성의 문제이다. 아말감은 잘만하면 치아, 혹은 금(gold) 정도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요즘 시술되는 아말감은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말감이 귀했던, 그리고 충전재로는 아말감밖에 없었던 과거에는 아말감 충전을 원칙대로 했다. 쉽게 깨진다는 주장은 스스로 원칙대로 하지 않았다는 부도덕성의 방증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치과대학 2학년 때 배우는 아말감 강의시간에 너무도 많이 강조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일단 수은과 아말감 재료 금속을 섞어 갠 연후에는 수은을 완전히 짜 주어야 하는데, 대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수은이 손에 묻을까 봐 잘 못 짜겠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증거이다. 수은은 상온에서 구슬방울처럼 또르르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손에 묻지 않는다. 그게 걱정되면 손을 한 번 씻으면 그만이다.

치과의사가 되어서 손이 틀까 봐 하루에 손을 여러 번 씻는 것을 겁낸다면 그것도 도덕성 위반이다. 원래 수은 중독은 식도가 아니라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서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많이 배운다. 요즘은 캡슐형 아말감이 나와서 더욱 편리해졌고, 수은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충전물을 다져 넣을 때 꼭꼭 다져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힘을 주어서 빠각빠각 하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게 다져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약한 아말감이 되는 것이다.

이 점도 학교에서 가르칠 때 매우 강조한다. 이 ‘뽀드득’은 환자들도 느낀다. 의사가 얼마나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는지를 느끼는 것이다.

아말감이 약하다는 것은 그냥 ‘찍’ 발랐다는 것이다. 아말감이 약하고 깨진다는 주장은 자신의 부도덕함과 불성실함을 고백하는 일일 뿐이다.

아말감의 150년 역사

아말감의 발견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충치의 치료가 완벽하게 가능하게 되었다. 즉 150년 전까지만 해도 덴티스트(Dentist : 치과의사 지칭)는 그저 치아를 뽑을 줄만 알았는데, 비로소 충치를 제거하고 때워서 치아를 살릴 수 있는 의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치과는 아말감의 발견으로 ‘이 뽑는 사람’에서 비로소 ‘의사’가 되었다.

어릴 때 내 고향집은 미군부대 옆이었다. 그 때문에 미제 초콜릿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충치가 많았다. 10세 때 때운 아말감이 40세 때쯤 망가져서 크라운을 했다. 20세 때쯤엔 치과대학에서 아말감을 네댓 개쯤 때웠는데 거의 40년 이상을 쓰고 있다.

아말감이 나쁘다면 내가 내 치아를 아말감으로 때웠겠는가? 나는 내 치아를 금-인레이로 때운 적도 없지만, 내 환자들에게 금-인레이를 권한 적도 거의 없다. 금-인레이는 아말감보다 단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아말감이 지금 치과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출되고 있다니, 역사는 이렇게 퇴보해도 되는가!

김광수 원장은 예방치과 전문가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치과의사다. 지금은 30년간 해온 개인병원을 은퇴하고 2022년부터는 건강검진 치과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펴낸 바 있다.

김광수 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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