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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약사의 약 이야기] 봄·가을에 구충제 먹는 게 좋을까요?2021년 4월호 103p

【건강다이제스트 | 배현 약사(분당 밝은미소약국】

봄, 가을이 되면 으레 복용하는 약 구충제! 꼭 먹어야 할까요? 이것은 약국을 하면서 봄, 가을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복용하지 않았다면 드시는 게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복용 방법도 간단하지만 이득은 많기 때문입니다.

구충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소개합니다.

혹자는 구충제가 예방약이 아니므로 무분별한 구충제 복용은 부작용만 유발할 뿐이고 반드시 의사 진료 후 복용해야 한다 말합니다. 하지만 간혹 유기농 채소를 많이 먹거나 위생이 나쁜 지역에 여행을 갔다 오면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 년에 2차례 또는 여행 갔다 온 뒤 1회 정도는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항문 부위가 가려워서 구충제를 복용하려 한다면 말리는 편입니다. 요충 때문에 항문이 가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엔 항문 소양증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건 병원에 방문해 의사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민물회나 어패류, 육회를 많이 먹는다는 사람이 구충제를 찾는 경우도 복용을 만류합니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구충제로는 기생충이 죽지 않기 때문이에요.

항문 부위가 가렵다거나,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오르지 않는다거나, 일 년에 무조건 두 번은 구충제를 먹어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은 기생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습니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구충제로 죽일 수 있는 기생충은 요충, 회충, 십이지장충(아메리카구충), 편충입니다. 각각의 기생충에 대한 특징과 정확한 기생충 약 복용법을 소개합니다.

▶ 요충: 작은 길쭉한 벌레처럼 생긴 선충으로 성충이 항문 부위에 낳은 알을 손으로 만져 다른 물건 등에 묻히거나 입에 넣어 전파됩니다.

입으로 들어간 알은 맹장에 기생했다가 성충이 된 암컷이 밤에 항문으로 기어 나와 항문 부근의 피부에 알을 낳는데, 이때 가려움증이 생깁니다. 밤이 되면 자꾸 항문에 손을 대고 긁는 행동을 보인다면 요충의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단, 낮에 항문을 긁는 것은 요충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회충: 지렁이처럼 생긴 대형 선충으로 기생하고 있는 암컷의 성충은 하루에 20~30만 개의 알을 낳아요. 사람의 대변에서 나온 알이 붙어 있는 채소나 과일 등을 사람이 다시 먹어 감염이 일어납니다.

성숙란은 소장에서 부화하여 유충이 됩니다. 유충은 장벽을 뚫고 들어가 혈관, 림프관을 통해 간, 폐, 기관지 등으로 이동합니다. 또 기관과 인두로 거슬러 올라가 인두에서 식도, 위, 소장에 이르러 성충이 되지요.

유충은 혈액과 림프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폐 알레르기성 염증이나 두통, 권태감, 현기증 등 신경성 증상을 유발합니다.

성충의 경우 소장에 기생하면 복통이나 설사, 이식증(異食症, 별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증상) 등을 유발하고, 담과 충수에 기생하면 급성 복통, 복막 천공이 일어나면서 장 폐색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편충: 작고 얇으며 가늘고 긴 채찍 모양의 맹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입니다. 분변 속에 섞여 나와 흙 속에서 발육한 자충포자란이 채소나 먼지 등과 함께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가 감염됩니다. 보통 감염 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으나 편충 수가 많아지면 대장염 등을 일으킵니다.

▶ 십이지장충: 사람 소장 윗부분인 십이지장에 기생하는 구충으로 점막에 달라붙어 피를 빨며 빈혈을 일으킵니다. 주로 사람의 입을 통해 감염되지만 피부를 뚫고 감염되기도 합니다.

입을 통해 들어온 유충은 소장 점막으로 침입해 일정한 발육을 거친 후 소장으로 나와 성충이 됩니다. 또 피부를 뚫고 들어왔거나 소장 점막에 침입한 일부 유충은 혈관을 타고 폐로 들어가 기관, 인두를 거쳐 소장에 이르기도 하죠.

십이지장충 유충이 폐에서 기관을 거쳐 인두에 이를 때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 외에 인후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기침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십이지장충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철 결핍성 빈혈입니다.

구충제 어떻게 먹을까요?

대표적인 구충제는 젠텔정, 젠텔현탁액(유한양행, 알벤다졸400mg)과 젤콤정, 젤콤현탁액(종근당, 플루벤다졸500mg)입니다.

알벤다졸은 400mg 1회 복용, 플루벤다졸은 500mg 1회 복용합니다. 3주 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다시 복용하면 됩니다.

구충제를 복용하고 나서 대변볼 때 기생충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마세요. 과거 기생충약은 기생충 신경근에 작용해서 마비시켜 흡착을 못하게 만들고 대변으로 나오게 했어요. 즉 기절시켜서 배출되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구충제는 인체에는 작용하지 않고 기생충의 글루코오스 섭취만을 차단하여 에너지를 고갈시켜 운동성이 저해되고 결국엔 죽게 만들어요. 즉 굶겨 죽이는 것입니다. 사멸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변으로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사항도 크게 없습니다.

기생충이 대량으로 죽어 배출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복통, 설사 정도가 드물게 보고되고 있고, 간혹 두드러기나 발진 같은 과민반응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알벤다졸이나 플루벤다졸 모두 태아 독성이 있으므로 임부에게는 투여하지 않습니다. 수유부 역시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일반 구충제가 듣지 않는 기생충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일반의약품 구충제는 조충류 감염이나 흡충류 감염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충류 감염은 열두조충증, 고충증, 무구조충증, 갈고리촌충증 등이 있어요. 주로 민물에 사는 해산물이나 개구리, 뱀, 덜 익힌 돼지고기 등을 먹어 감염됩니다.

흡충류 감염은 간, 폐 디스토마와 같이 민물고기나 가재, 다슬기 등을 날 것으로 먹어 발생합니다. 즉, 해산물이나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의 기생충 감염 치료는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입하는 구충제(알벤다졸, 플루벤다졸)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환경적 기생충 감염은 거의 줄었기 때문에 구충제를 꼭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구충제 복용을 하세요.

만약 위생시설이 취약한 곳을 여행했다면 감염 예방 차원으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배현 약사는 충북대 약대를 졸업하고 헬스경향 자문위원, OTC연구 모임 자문위원, 경기도 약사회 임원, 경기도 마약 퇴치 운동본부 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분당 밝은미소약국을 10년째 운영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배약사의 건강정보>, 유튜브 <링거TV>, 헬스경향 칼럼, 약사 및 학생, 대중 강연 등을 통해 바른 의약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 <약사가 말하는 약사(공저)> 등이 있다.

배현 약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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