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이야기] 집단면역과 예방접종 효능과 한계 사이

【건강다이제스트 |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오수연 교수】

지난 가을 독감 접종 후 발생한 사망 사례가 보고되면서 독감 예방접종의 안전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는 트윈데믹 예방의 필요성이 강조돼 서둘러 독감 예방접종을 한 사람들이 다수다. 필자도 9월 말에 예방접종을 마쳤고, 10월 초에는 독감 예방주사 물량이 소진돼 접종을 원해도 해드릴 수가 없었다.

우리사회에 독감 예방접종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이에 조금 더 합리적인 판단을 돕기 위해 예방접종과 관련한 2가지에 대해 소개한다. 이른바 집단면역과 예방접종의 효능과 한계에 관한 것이다.

집단면역이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초창기 집단면역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란 공동체의 구성원 중 상당수가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인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내가 예방접종을 해도 되지만, 내가 예방접종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한다면 나 또한 예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면역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성을 가진 구성원의 비율은 1-1/R0 라는 공식으로 계산된다. R0는 재생산지수로, 감염된 한 사람이 보통 몇 명에게 감염병을 전파시키는지 전파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감염자 1명이 2명을 감염시킬 경우 재생산지수는 2다. 이 감염병에 대해 집단면역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구성원의 비율은 공식에 따라 0.5 즉 50%인 것이다. 재생산지수가 1보다 작다면 그 감염병은 소멸한다.

그런데 재생산지수는 조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밀접접촉을 하는 환경에서는 재생산지수가 높아지지만 방역활동을 하는 조건에서는 재생산지수가 감소할 수 있다. 이렇게 조건에 따라 재생산지수가 달라질 수 있어 유효 재생산지수(Rt)를 사용한다.

실제로 홍콩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독감의 발생률을 확인해 보았더니 2020년 1월 말을 기점으로 독감의 재생산지수가 1 밑으로 떨어지면서 독감 환자의 발생률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2019~2020년 홍콩 A형독감 (H1N1)의 발생률과 유효재생산지수(Rt) (출처= Lancet Public Health. 2020 May;5(5):e279-e288)

즉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에 대한 방역활동이 독감의 전염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33%에서 37%가 독감 예방접종을 해왔다. 독감의 유효재생산지수를 1.5라고 하면 집단면역을 획득하기에 충분한 비율인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23일 기준 임산부, 만 18세 미만, 만 62세 이상인 접종 대상자 중 9백만 명이 독감 예방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접종 대상인 만 19세~만61세 인구도 상당수 이미 접종을 완료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5천만 전체 인구 중 최소 18% 이상이 접종을 완료한 것이다.

집단면역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독감의 재생산지수가 2인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의 32%가, 독감의 유효재생산지수 1.5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 국민의 15%가 예방접종을 앞으로 더 해야 한다.

물론 마스크 착용 등 방역활동을 고려해 유효 재생산지수가 1.2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미 집단면역을 이루기에 충분한 수가 예방접종을 완료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예방접종의 딜레마

예방접종은 내재적인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예방접종 후 주사 부위 통증, 발적, 부종 등 경미한 부작용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수일 내에 회복된다. 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예방접종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크게 논란이 되지 않다가 코로나19와 겹치면서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대개의 임상시험이 그러하듯 심각한 부작용은 임상 3상 시험에서 확인이 되지 않다가 시판 후 추적관찰인 임상 4상 시험에서 보고가 되곤 한다.

임상 3상 시험은 몇백에서 몇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시판 후 추적관찰은 몇만 명, 몇십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즉, 더 많은 수를 관찰해야 확인되는 만큼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 확률은 낮다.

독감 예방접종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불리는 급성 과민반응성 쇼크, 길랑바레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 심막염 등이 있다.

쇼크는 만 명당 15명꼴로 발생하고 대부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병원에서 30분 정도는 관찰하고 귀가하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백만 명당 15명꼴로 보고되는데 예방접종으로 이상면역반응이 발생해 말초신경이 공격을 받고, 그 결과 근무력증, 호흡곤란,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신경계 합병증이다.

심막염은 백만 명당 35명꼴로 보고되고 심장을 둘러싸는 막의 이상으로 심장박동에 이상을 초래해 심한 경우 심정지가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은 접종 40여일 이후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거의 같은 수의 고령자와 유·소아에서 이루어졌는데, 사망 사례는 대부분 고령자에서 나왔다. 독감 예방접종 주사액 자체가 오염 등으로 문제가 되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부작용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감 예방접종의 내재적 부작용이었더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이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으로,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 날씨에 의해 유발된 심혈관질환의 악화라는 설명은 예방접종에 일종의 면죄부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유독 고령자에서만 사망 사례가 보고되는 점은 고령자에서의 독감 예방접종이 과연 안전한 의학적 처치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독감 예방접종 후 고령자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패턴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미국 등 해외에서도 관찰되었던 바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고령자는 면역노화 때문에 예방접종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없으니 예방접종이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 수 있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더라도 평생을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독감에 대항하는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예방접종 전에 이미 독감에 대한 보호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고령자에서 더욱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점은 2009년 A형 독감 H1N1 팬데믹 당시 사망자의 80% 이상이 65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 관찰되었던 현상을 설명한다.

물론 통상적인 계절성 독감의 경우 사망자의 70~9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독감 예방접종 시 주의할 점

질병관리청은 우리나라에서 독감 또는 독감 관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예방접종의 이득이 부작용을 상회하므로 예방접종을 권유한다.”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권고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한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독감 예방접종을 시켜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듯 답답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령자의 예방접종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일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 편안한 의료 환경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시간 병원에서 대기 후 귀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접종 후 2~3일은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몸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1~2개월간은 심혈관 질환 및 뇌혈관 질환 등의 중대한 기저질환이 악화되지 않았는지, 다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는지 함께 지내거나 더 자주 연락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불안하다면 고령자들 대신 자주 만나는 자녀들이나 돌봄직에 있는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바깥 외출 빈도가 적은 고령자들보다는 사회활동이 왕성한 젊은 사람들이 독감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으니, 고령자들을 만날 때 감염의 위험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는 호흡기 감염병의 재생산지수를 확실히 떨어뜨려주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 출처= 질병관리청

오수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차움의원 면역증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만성적인 위장장애, 통증, 피로감,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이의 불편 증상의 원인이 상당부분 마음에서 기인함을 깨닫고, 심신의 치유를 위해 명상을 진료에 접목하고 있다.

오수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교수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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