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시크릿] 치과의사도 어려워하는, 신경치료 성공률 높이려면…

“신경을 죽이는 건가요? 잘라내는 건가요? 없애는 건가요?” 참 다양한 질문을 받으면서 신경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감 때문인지 환자분들이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치료 중 하나가 바로 신경치료입니다. 신경치료에 숨어 있는 비밀을 소개합니다. 글 | 올바른치과 김문섭 원장

신경치료란?

치아는 각각의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아마다 영양 및 수분을 공급받는 혈관과 신경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통로역할을 하는 신경관에 감염이나 염증, 외상 등이 발생하면 점점 번져서 치아를 깊이 병들게 합니다.

신경치료는 이처럼 치아가 세균과 염증에 의해 많이 손상된 경우에 받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들은 어떤 치료를 받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수술을 통해서는 암 세포가 전이될 수 있는 통로인 임파선을 절제하게 됩니다.

신경치료도 이와 비슷합니다. 치아가 감염되면 신경관을 따라서 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치조골까지 손상을 받게 되고, 결국 자연 치아를 뽑아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전에 신경관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밀봉해서 감염이 퍼지지 않게 하는 작업이 바로 신경치료입니다.

성공적인 신경치료를 받고 싶다면…

신경치료는 그렇게 간단한 치료법은 결코 아닙니다. 대다수의 치과의사들 또한 신경치료가 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무척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을 때 진료 의자 옆에 놓여 있는 신경치료 기구를 자세히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색깔의 바늘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것은 신경을 찾아 넓힐 수 있는 도구를 치과의사가 알아보기 쉽도록 분류해 놓은 것입니다. 사람마다 눈, 코, 입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신경의 위치와 모양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이 작고 다양하게 생긴 신경들을 빠짐없이 찾아내 세척 후 소독하고 메워줘야 100%에 가까운 치료가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입니다. 마치 미로를 탐험하는 것과 같아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신경치료가 길어지거나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조건 때문입니다. 좁고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매며 길을 찾아내 넓히는 일과 같아서 높은 집중력과 섬세한 손놀림이 필수적입니다. 성공적으로 신경치료를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 입장에서 실패율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열심히 경험을 쌓아온 선생님이 좋은 장비와 재료를 갖추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한다면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경치료 후 보철물, 꼭 씌워야 할까?

힘들게 신경치료를 마무리했는데 보철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하면 망설이는 환자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안 아프면 됐지.”, “그냥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신경치료가 잘 마무리 된 후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 보철물 치료는 꼭 해야 하는 걸까요?

보철물 없이 그냥 사용해도 단기간에는 괜찮습니다. 그대로 사용하는 분들도 간혹 만나기도 하니까요. 가능하면 자신의 치아로 식사를 하는 것이 편하고,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경을 제거한 치아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몇 달 동안 해외를 다녀왔던 20대 후반의 남성분은 치아 하나가 완전히 깨진 상태로 내원했습니다. 이대로 괜찮겠거니 하고 신경치료만 받고 곧장 출국을 한 것입니다. 보철물을 씌워야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대로 잘 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악해져 있던 치아는 심하게 깨져버렸고, 아쉽게도 결국 발치를 해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경치료 후에는 머리 부분을 감싸 보호할 수 있는 보철치료를 권하게 됩니다. 힘든 신경치료를 마무리했다면 크라운을 덮어줘서 더 오랜 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김문섭 원장은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이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구강외과 교수를 역임했다. 백세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연치아를 지켜주는 문턱이 낮은 동네치과를 만들고자 서울 강서구에 올바른치과를 개원하고 진료 중이다. 주요 저서 <백세치아>는 100세까지 건강치아를 지키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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