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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빨리 늙는 뇌, 젊어지는 뇌…“습관이 만든다”2024년 1월호 9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정형외과신경과 손유리 원장(신경과 전문의)】

사람이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늙는 데는 순서가 없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흔히 중년이 넘으면 앞으로 뇌가 늙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늘 쓰던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뇌가 더 빨리 늙을 수 있고 다시 젊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24년에는 부디 뇌를 늙게 하는 습관을 버리고 뇌가 젊어지는 습관으로 갈아타자. 자세한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의 뇌가 늙고 있다는 신호들

대부분 중년이 넘으면 뇌 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옛날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서울정형외과신경과 손유리 원장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인지 능력 저하를 겪는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젊다고 뇌 기능이 다 괜찮은 것도 아니다.”며 “뇌 건강은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은 당신의 뇌가 노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첫째, 새로운 일이 싫다.

뇌가 노화되면 익숙한 환경과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꺼려진다. 여행을 가는 것도 반갑지 않다. 여행을 가면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하고 효율적인 일정을 짜야 한다. 이는 우리 몸에서 지각과 사고 능력의 중추인 대뇌 전두엽의 활동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다.

손유리 원장은 “모든 것이 귀찮아지거나 어려워서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거나 밖에 나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니 집에서 누워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면 뇌가 노화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둘째, 기억력이 떨어진다.

60세 이후에는 뇌의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부피가 매년 1%씩 감소하고 신경세포의 수와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도 그만큼 줄어든다. 해마가 작아지면 새로운 기억이나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옛날에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를 늙게 하는 주범은 술과 담배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삶의 기간보다 삶의 질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뇌 건강은 노년기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주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끌려다니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가 된다. 이런 뇌 건강을 망치는 대표적인 습관은 술과 담배다.

손유리 원장은 “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모든 곳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사람의 학습, 판단, 기억력, 사고력, 조절 기능 등을 주관하며 행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대뇌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켜서 학습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게 하고 참을성이 없는 사람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또한 뇌의 안쪽에 있는 정서나 동기를 담당하는 변연계의 기능을 망가뜨려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해마 부위를 손상해 블랙아웃(과음으로 인한 기억 상실) 증상이 나타나게 한다.

흡연도 우리 몸 전체를 병들게 한다. 흡연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고, 20년 이상 흡연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2.5배 증가한다. 특히 여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인지 기능 감소 위험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유리 원장은 “흡연은 우리 몸의 컨트롤타워인 뇌를 망가뜨리며 치매를 포함한 모든 뇌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 젊은 뇌 만드는 ‘ESP’

평균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유병장수라는 말이 생겼다. 뇌도 예외가 아니다. 뇌 기능을 보존하면서 젊고 나답게 사는 하루는 우리의 생활습관이 좌우한다.

손유리 원장은 뇌를 젊어지게 하는 핵심 방법으로 ESP를 제안한다. ESP란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Eat), 활동하거나 놀고(Play), 다시 잠드는 것(Sleep)의 약자를 말하는데, 뇌를 젊게 하는 비결은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손유리 원장은 “ESP는 초능력의 약자(extrasensory perception)이기도 하다.”며 “일상생활의 변화가 초능력보다 값진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실천하면 다시 젊은 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ESP를 소개한다.

E(Eat) 제대로 충분히 먹자!

우리가 입으로 먹는 모든 영양소는 전부 뇌를 통과하지 않는다. 뇌에는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꼭 필요한 물질인 산소, 포도당, 필수 아미노산, 전해질 등이 내피세포를 통해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간, 근육, 피하지방층은 쓰고 남은 영양소를 저장할 수 있지만 뇌는 필요한 양보다 많이 들어온 잉여 영양소를 저장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면 뇌동맥으로부터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 및 염분 등의 전해질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뇌 형태도 유지하고, 해야 할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손유리 원장은 “먼저 적정량의 건강한 탄수화물을 뇌에 공급해야 하는데 탄수화물이 대사되어 분해된 포도당은 뇌세포 기능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가 고프면 일이나 학습 능률이 떨어지는 것도 뇌에 포도당을 적절히 공급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은 모두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단백질은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볼 수 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뇌의 일꾼들이 합성되는 데 문제가 생겨 뇌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손유리 원장은 “영양소 결핍만으로 치매가 생길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소식이나, 단식, 그리고 한 가지 영양소만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함부로 유행처럼 따라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S(Sleep) 일찍, 충분히 자자!

잠은 단순히 졸려서 자는 게 아니라 뇌에 의한, 뇌를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은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 신체와 뇌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호르몬을 정상화하며 기억을 저장하는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손유리 원장은 “2010년대에 들어 뇌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으로 불리는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기능”이라며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 속에 쌓인 불필요한 물질들을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글림프 시스템이 청소하는 노폐물은 뇌세포에 남아있으면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와 ‘타우(tau) 단백질’이라는 물질이다.

글림프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서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은 신경 독성을 유발해 뇌세포가 손상되며 이로 인해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뇌전증 등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있다. 손유리 원장은 “잠들기 전이나 중간에 깨서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보는 일을 자제해야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기능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P(play) 잘 놀자!

원래 놀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목적을 위한 노동이 아닌 재미나 만족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말한다. 단순히 누워있는 것이나 수동적인 쉼과는 다르다.

손유리 원장은 “‘인간의 본질은 유희이며, 학문이나 예술의 발전에 기여한다.’라는 말처럼 놀이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인류 발전의 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게임, 연애, 운동, 예술, 언어, 사교활동 등을 했을 때 도파민(dopamin)이 쏟아지고 세로토닌(serotonin)과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된다. 이때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생기게 된다. 듬성듬성한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뇌의 네트워크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활동을 통해 튼튼한 다리가 되어 뇌의 연결이 강화된다.

손유리 원장은 “평소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은 노화와 관련된 뇌의 퇴행성 위축, 교통사고, 뇌졸중 등의 질병 등으로 인해 뇌의 신경 손상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인지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힘이 있다.”고 설명한다.

유병장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답게 뇌 건강을 잃은 채로 하루하루를 약으로 버티는 사람도 많다. 뇌 건강은 노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은 적다.

손유리 원장은 “뇌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며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잠을 충분히 자며 놀이로 적절히 뇌를 자극하면 오랫동안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손유리 원장은 신경과 전문의이자 의학 커뮤니케이터다. 뇌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의학 지식과 뇌과학에 대하여 유튜브와 방송에서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근 <평생 젊은 뇌>를 출간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시 치매안심센터 등을 거쳐 서울정형외과신경과에서 두통, 치매, 파킨슨병, 뇌혈관질환, 수면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치매학회 등 다수의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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