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장수·중장년
[신년기획]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직접 써보니…2024년 1월호 106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중년에 들어선 나이…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하고, 병원 가는 일도 부쩍 잦아졌다.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두 글자도 머릿속에서 종종 생각나는 단어가 됐다.

죽음! 다들 외면하고 싶은 주제임은 분명하다. ‘내게는 먼 훗날의 일일 거라.’며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안다. 언제든 불시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래도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바람은 다들 한결같을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향한 의미 있는 제도 하나!

연명의료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담은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갈망하는 마음들 때문일 것이다. 과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존엄한 마무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무의미한 치료를 스스로 거부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직접 체험해 봤다.

▲ 1:1상담을 진행해 준 연명의료관리센터 신혜경 행정원으로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2023년 11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도착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기관이다.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에 관한 절차를 진행하고 싶다고 하자 1:1상담이 시작됐다. 강요에 의해 작성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가장 먼저 신분증부터 확인했다.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신분증 확인은 필수라고 했다.

이날 상담을 진행해준 연명의료관리센터 연명의료운영관리팀 신혜경 행정원에 따르면 “상담사는 반드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교육을 수료해야 상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 소속이 되어야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

신분증 확인 후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2018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치료 효과가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들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본인의 의사를 미리 밝혀놓는 방법으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로 남겨놓을 수 있는데 19세 이상 건강한 성인이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함으로써 연명의료중단 등의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고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숙지사항도 알려줬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 임종기간을 연장하는 연명의료시술(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에 대하여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 등은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 통보되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언제든지 변경 및 철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철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 가족열람을 허용한 경우 환자 가족은 기록열람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및 가족관계 증명서를 첨부하여 관리기관의 장에게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런 설명이 모두 끝났을 때 태블릿PC에 동의 서명을 했다. 서명 후에는 곧바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면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신혜경 행정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면 가족들에게 미리 밝혀놓는 것이 좋다.”는 말도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가족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완강히 거부하면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0여 분 만에 모든 과정은 끝이 났지만 마음은 조금 복잡했다. 해묵은 숙제를 풀었을 때의 홀가분함도 있었고, 살아 있는 오늘 더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신혜경 행정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한 번쯤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오늘을 더 잘 살기 위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연명의료결정제도 대중화의 선봉장!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조정숙 센터장

“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존엄한 마무리를 돕는 하나의 선택입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2019년 간호본부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장장 38년간 치열한 의료현장에서 사람 살리는 일을 했다.

그랬던 사람이 지금은 생애 끝자락 편안한 마무리를 돕는 일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4년째 이끌고 있는 조정숙 센터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준비하는 죽음, 편안한 죽음, 존엄한 죽음,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조정숙 센터장을 만나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궁금증을 Q&A로 들어봤다.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조정숙 센터장

Q.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을 하고 왔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임종기에 무의미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라고 들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조정숙 센터장: 연명의료결정제도가 태동하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9년 김할머니 사건입니다.

1997년 보라매 사건은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남성을 부인이 의료진의 반대에도 퇴원을 시켜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의료진 및 가족은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로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병원에서는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퇴원도 거부하게 되었고, 의료진들도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2009년 김할머니 사건은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시발점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폐암 조직 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76세 김할머니 사건은 평소 본인의 연명치료 거부의사에 근거하여 가족의 요청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했는데 법원에서 이를 인정한 판례가 나오면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의 토대가 됐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의 제1조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놓았습니다.

Q.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TV 예능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을 경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을 것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했다.”며 “아이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라는 이유도 밝혔습니다.

임종 과정에 있을 때 무의미한 치료를 거부한다는 본인의 의사를 사전에 남겨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정숙 센터장: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되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사를 미리 밝혀놓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고, 다른 하나는, 연명의료계획서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충분한 상담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와 상담을 통해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습니다.

Q. 19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일 경우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조정숙 센터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을 방문해서 1:1 상담을 통해 작성하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등록기관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위한 시설, 인력 등 요건을 갖춘 기관을 말합니다. 2023년 12월 10일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686개에 달합니다. 지역보건의료기관(보건소) 155개, 의료기관 176개, 비영리법인/단체 34개, 노인복지관 81개, 공공기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과 건강보험공단) 240개 등입니다.

전국 곳곳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 있으며, 기초 지자체 중에서 없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울릉도까지 전국적으로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2022년 인천 옹진군에 마지막으로 설치하면서 미설치 지역 없이 100% 설치를 완료시켰습니다. 적어도 등록기관이 없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입니다.

1:1 상담을 통해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 및 보관되어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참고로 가까운 등록기관 찾기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조정숙 센터장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한 가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Q. 일례로 교통사고가 나서 생명이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갔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염려는 없나요?

조정숙 센터장: 그런 상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밝힌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에 관한 의사는 반드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것도 반드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의 확인을 거쳐야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교통사고가 났거나 어떤 응급 상황에서 치료를 못 받거나 중단하는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서 임종의 시간만 길어지는 환자에게 인공투석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결코 생명의 경시가 아닙니다. 환자의 최선의 이익보장입니다. 환자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임종기 시 의식이 있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재확인하는 절차도 거칩니다. 물론 임종기 시 의식이 없으면 의향서 서식이 적법하게 작성되었음을 의사 2명이 확인하면 서식에 따라 이행이 가능합니다.

특히 임종 과정에 있어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물, 영양분, 단순 산소 공급,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는 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는 중단돼도 말기 돌봄이나 간호는 지속되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노년층 사이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썼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존엄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조정숙 센터장: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6년째 접어듭니다.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한 접근이어서 조심스런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사실은 저도 놀라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12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작성할 수 있는 연령이 19세 이상이니 19세 이상 성인인구 4000만 명 중에서 20분의 1이 작성했다는 뜻이고, 5%가 작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도가 마련된 지 5년 만에 일군 성과치고는 꽤 놀라운 수치라고 봅니다. 자신의 생명을 마무리하는 법정서식이니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닙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는 현재 100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이중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이 16.2%에 달합니다. 노인인구 6명 중 1명이 작성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존엄함 죽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보다 확산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제도라고 봅니다. 존엄한 죽음, 편안한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했다고 밝힌 분들 중에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오늘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더 충실히 사는 계기가 되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들도 많은 것을 보면 존엄한 죽음에 대한 대비는 오늘을 더 열심히 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정숙 센터장: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존엄한 죽음, 안락한 죽음, 준비하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분명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선택은 국민 개개인의 몫이지만 이번 기회에 존엄한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한 번쯤 해보는 것이 각자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인터넷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조정숙#건강다이제스트

허미숙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