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의 건강제안] 적정 수면시간 ‘7시간’ 푹 자려면…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비만, 대사증후군,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최적의 수면시간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이 되거나, 9시간 이상이 될 경우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더 잘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해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하루 7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면 우울 경향 위험이 1.86배 증가하고, 9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경우는 우울 경향 위험이 1.49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정 수면시간을 푹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에 우리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 몸은 낮 시간에는 뇌와 근육에 주로 에너지원을 공급하고, 밤에는 면역계에 주로 열량에너지 공급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면은 뇌와 근육이 휴식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밤에 면역계 활성을 위해 저녁 8시경부터 몸속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케톤체, 지방산, 글리세롤 등을 끌어내게 되고, 자정부터 본격적인 면역계 활동이 일어납니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이러한 밤 동안의 면역계 활동에 약 400kcal(가볍게 먹은 한 끼 정도)의 열량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때 당과 단백질로부터 69%, 지방으로부터 31%의 열량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하루 종일 섭취한 당분류가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끼니를 거른 경우는 에너지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잠을 자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먹고, 움직이는 균형이 맞지 않아 밤에 생존을 위한 면역반응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몸의 긴장이 감소하지 않을 때는 적절한 수면시간을 유지하지 못해서 정신 건강도 위협받게 됩니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유지하지 못하면 몸의 염증을 잘 제거하지 못하고, 면역력의 저하와 함께 부정적인 생각이나 사소한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감각도 예민해지면서 우울, 불안증, 스트레스 과민성과 같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혹시 심한 감기 몸살로 밤낮없이 잠만 잤던 적이 있나요?

이는 우리 몸의 생존을 위한 방어기전일 수 있습니다. 평상시보다 염증반응이 증가하는 감염질환에 걸리게 되면 우리 몸은 수면 상태로 만들어 면역계에 혈액과 에너지를 더 공급하려고 합니다.

현대인에게 흔한 만성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인 피로감입니다. 육체적인 피로감은 잠시 잠을 자면 해결되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의 등으로 일정이 바쁜 경우는 잠깐의 낮잠을 통해 뇌에 휴식을 주는 것도 좋은 치료법입니다.

반면 어르신들은 특히 저녁 식사를 지나치게 가볍게 하지 않도록 하고, 먹고 움직이는 균형을 맞추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체력을 남기면 수면 시간을 잘 유지하게 되면서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

박민선 편집자문위원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