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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환자와 함께 운동하는 치매 명의!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운동하세요”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한양대학교병원 제공】

지금까지 이런 의사는 없었다. 운동 친구인가? 의사인가? 전국의 아니 전 세계의 모든 의사는 말한다. “운동하세요!” 보통은 거기서 끝이다. 운동처방만 내릴 뿐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환자가 운동을 안 하는 걸 도저히 못 보는 의사다. 그래서 한때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강변에서 함께 운동하기를 제안했다. 환자가 운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한다는 의사와 그 감시를 반기는 환자가 같은 시간에 한강변을 걷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김희진 교수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운동을 하며 환자와 만나고 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찾은 환자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치매 전문 의사이자 환자의 운동 친구로 살고 있는 김희진 교수에게 매일 운동을 하면서 매일 운동을 권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운동하다가 자꾸 쉬는 의사

10km. 김희진 교수는 그냥 걷기도 힘든 이 거리를 매일 파워워킹으로 걷는다. 매일 저녁 서울어린이대공원에 가면 힘차게 파워워킹을 하는 김희진 교수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김희진 교수의 파워워킹은 조금 남다른 데가 있다. 이상하게 걷는 중간중간 딴 길로 샌다.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간다. 파워워킹을 하다가 운동기구로 운동하고 파워워킹을 하다가 운동기구로 운동하기를 반복한다.

김희진 교수는 “운동할 때는 허리나 무릎 관절에 무리가 안 가게 쉬어 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며 “파워워킹으로 3km를 걸을 때마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허리 돌리기, 다리 앞뒤로 뻗기 등을 하고 다시 파워워킹을 한다.”고 말한다.

10여 년 전 한강변을 걸을 때만 해도 이렇게 중간에 쉴 필요가 없었다. 왕십리에서 마포까지 걸어서 왕복하는 것도 거뜬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평소보다 많이 걸으면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관절 보호 차원에서 휴식과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김희진 교수의 운동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운동하다가 자꾸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반가운 사람이다. 바로 김희진 교수의 환자다.

진료실에서 한 약속

“누구세요?” 김희진 교수가 아는 척을 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이런 반응이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가 운동복을 입고 있으면 단번에 못 알아본다. 잠시 후 김희진 교수를 알아보게 되면 환자는 할 말이 많아진다. 운동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대부분 김희진 교수의 끈질긴 권유 덕분이기 때문이다.

보통 의사가 환자에게 운동을 하라고 하면 알겠다고 대답한다. 김희진 교수는 거기서 끝내지 않는다. 한강변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던 2011년 무렵, 김희진 교수는 환자들에게 한강으로 운동하러 나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실은 당부를 빙자한 약속을 받아냈다. 김희진 교수도 매일 한강을 걷고 있으므로 진짜 운동을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는 귀여운 엄포도 놓았다.

작전이 통했다. 나오는 환자가 있었다. 실제로 운동하고 있는 환자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보다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 치매 전문가 김희진 교수는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얼마나 운동했는지 확인까지 하는 의사다.

김희진 교수는 “요즘에는 바빠서 운동 시간을 새벽에서 저녁으로 바꿨더니 새벽에 운동하다 만난 환자가 이제 운동을 안 하냐고 물을 때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고 말한다. 그 환자가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새로운 작전을 추가했다.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스마트폰에 만보기 기능이 있는 앱을 다운받는 방법이다. 그리고 차트에 메모해서 다음 진료 때 실제로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확인한다.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환자가 운동을 하도록 부단히 애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을 통해서 크고 작은 기적을 보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환자가 잘 걸어 다니는 사례를 보기도 하고, 당뇨약과 고혈압약을 모두 끊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 그럴수록 더 강하게 운동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희진 교수의 전문 진료 분야는 치매다. 잘 알려졌다시피 치매의 대표적인 예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오늘이 가장 치매 예방하기 좋은 날

치매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병이다. 치매 치료 베테랑 김희진 교수도 치매가 두렵다. 김희진 교수가 치매 환자를 더 많이 만날수록, 치매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진 교수는 “치매든 뇌졸중이든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로 병원에 오게 되면 고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치매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미리 그것을 인지하고 생활 습관을 적극적으로 바꾼다면 전혀 다른 노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김희진 교수는 대규모 생체 의료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구축을 통해 AI 기반 치매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이 연구를 통해 무증상 또는 전조 증상 치매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 집중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예정이다.

백세 시대를 살고 있는 이상 치매를 남의 일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김희진 교수 역시 항상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치매와 멀어지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치매 예방을 시작하는 것이다.

종종 70대, 80대 환자는 치매 예방법을 줄줄 외는 김희진 교수에게 묻는다. “이 나이에 내가 이거 해서 뭐해?” 이미 수없이 들어본 말이다. 김희진 교수는 “70대, 80대라고 해도 앞으로 20~30년은 더 살게 된다.”며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므로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대답한다.”고 말한다.

운동 외에도 김희진 교수가 환자에게 권하는 치매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일 하루 일지를 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순으로 쭉 써나가는 것이다.

둘째, 노래 가사를 외운다. 운동할 때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까지 외우면 일석이조다.

셋째, 기억이 안 났던 단어가 있으면 밤에 그 단어를 써보고 10번 정도 입으로 말해본다. 김희진 교수는 “이렇게 자꾸 쓰고 말하면 기절했던 기억세포가 깨어난다.”고 조언한다.

넷째,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는 간헐적 단식을 한다. 아침은 꼭 먹고, 저녁 식사를 6시~6시 30분 전에 끝내면 저절로 간헐적 단식이 된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운동을 너무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하지 않는다. 이른 새벽에 운동하면 낮에 졸려서 낮잠을 자기 쉽다. 그러면 밤에 잠을 푹 못 잔다. 밤늦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카테콜아민이라고 하는 흥분 호르몬이 나와서 깊은 잠을 자기 힘들다.

오십 대 초반인 김희진 교수도 운동을 비롯해 앞의 다섯 가지 치매 예방법을 모두 실천하고 있다. 김희진 교수는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싶은 마음에 환자에게 말하는 건 다 실천하고 있다.”며 “열심히 실천하다 보니 직접 효과를 보는 부분도 많아서 더 자신 있게 권하게 됐다.”고 말한다.

숨 쉬듯 하는 운동이란?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김희진 교수가 운동의 효과와 더불어 꼭 강조하는 주의 사항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희진 교수는 “운동을 특별한 행사처럼 여기거나 꼭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면 오히려 기억력과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운동을 하면서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뭘까? 김희진 교수의 비결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운동하기’다. 김희진 교수는 숨쉬기, 걷기, 말하기처럼 운동도 삶의 일부로 스며들게 해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뷰 전날, 김희진 교수는 종일 외래 진료를 했다고 했다. 계속 앉아 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4~5명의 환자를 보고 나서는 일부러 출입문까지 왔다 갔다 하고, 환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도 열어줬다고 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운동하기. 어쩌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운동을 해 보면 불가능이 점점 가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운동한 시간이 쌓일수록 얻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삶을 곧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라는 회심의 조언을 남겼다.
아직 운동도 못 하고 있다면 일단 운동하는 삶부터 사는 게 먼저다. ‘운동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삶이 운동’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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