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별기획2] 2023년 한 해 암 이슈 베스트 8

【건강다이제스트 | 파인힐병원 김진목 병원장(의학박사)】

엄정화, 윤석화, 안성기, 윤도현, 전여옥… 유명인들의 암 투병 소식이 매스컴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암은 이제 흔한 질병이 되었다. 암은 이제 특정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고 나와 내 가족의 일이다.

암에 대해 좀 더 새롭고, 정확한 지식을 가지자는 의미로 2023년 올 한 해 암 뉴스와 치료법 중 8가지를 선정, 소개한다.

2023년 키워드 ① 중입자 치료 본격 시동: 1달 만에 전립선암 완치도

올 한 해 암 치료법 중 중요한 뉴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의 예후가 아주 좋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고 지난 4월 중입자 치료를 받은 최모 씨(64)의 암 조직이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중입자 치료란 무거운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의 70%까지 가속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것으로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어 꿈의 암 치료 기술이라고 불린다. 중입자 치료기기는 지난 4월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 의심 소견을 받은 최 씨는 정밀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았고,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는 3등급이었으며,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는 7.9ng/mL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리슨 점수는 전립선암 악성도를 5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하는데 4등급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최 씨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바로 전단계였다.

PSA 검사는 혈액 속 전립선 특이항원 농도를 확인해 전립선암 위험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최 씨는 60대 PSA 정상수치인 4ng/mL보다 높았다.

4월 말 치료를 시작한 최 씨는 한 주에 3~4회씩 총 12번의 치료를 거쳐 5월 중순 모든 치료를 마쳤다.

치료 후 최 씨의 PSA 수치는 0.01ng/mL 미만으로 떨어졌고, MRI 촬영 결과 암 조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입자 치료로 인한 주변 장기의 피해도 없었다.

PSA 수치 5.5ng/mL로 최 씨와 같은 날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2기의 또 다른 환자 A 씨(60대)의 검사 결과에서도 암 조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환자 모두 현재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연세암병원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 경과가 현재로서는 매우 좋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치료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3년 키워드 ② 대사증후군, 암 발생 위험 높인다

대사증후군은 각종 암 발생률,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대사증후군이란 혈압 상승, 고혈당, 혈중지질이상, 비만(특히 복부비만) 등 심뇌혈관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 중 3개 이상이 해당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대사증후군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인자가 더해져 발생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최근 대사증후군 환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을 막으려면 복부비만, 특히 내장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폐경 후 여성이나 중년 남성의 뱃살은 내장지방으로 인한 비만이 대부분이다.

내장비만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저열량 식사는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고 체내 지방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성별과 체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체중 감량과 내장지방 감소를 목적으로 할 때 하루 필요 칼로리는 남성의 경우 대략 1500kcal, 여성은 1200kcal다.

총 섭취 칼로리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의 주요인이 인슐린 저항성이므로 인슐린을 과하게 분비시키는 탄수화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탄수화물 중 설탕, 밀가루, 쌀가루 등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시중에서 파는 음료수와 간식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간식 섭취만 줄여도 큰 도움이 된다.

2023년 키워드 ③ 초음파를 이용한 암 치료법 등장

대사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운동은 체중과 복부비만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대사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주당 2.5~5시간, 또는 고강도 운동을 1~1.5시간 정도 해야 한다.

중등도 운동은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연습, 수영 등이며, 고강도 운동에는 등산, 배드민턴 시합, 조깅, 줄넘기 등이 있다.

절대적 금연도 필요하다. 흡연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음주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절주해야 한다.

수술, 화학치료 대신 초음파를 활용해 간 종양 제거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 미시간대 UM 로겔 암센터 연구팀이 개발한 비침습적 암 치료 기술이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해당 초음파 기술을 승인한 바 있다.

‘조직 트립시(histotripsy)’라 불리는 이 치료는 표적 초음파를 활용해 종양 내에 미세 기포를 형성시킨 뒤 기포가 붕괴될 때 발생하는 힘으로 종양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이다. 제거되고 남은 파편은 면역체계에 의해 청소된다. 방사선이나 화학치료와 달리 물리적 자극이 없어 치료의 불편함이 적고 회복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 트립시 기기에는 영상 기능이 탑재돼 실시간으로 치료를 계획하고 치료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의료진은 영상을 통해 종양 조직이 기포 치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 가능하다.

첫 번째 동물실험 결과 조직 트립시 치료로 간 종양 부피의 50~75%를 파괴하자 동물 모델의 80% 이상에서 재발, 전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암 세포벽을 파괴해 해당 암 세포를 체내 면역 시스템에 노출시켜 제거를 도왔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미샬 멘디라타라 박사는 “아직 치료가 임상 사용 초기 단계지만 점차 기타 치료와 병행하며 간암 환자의 비침습적 치료 옵션을 늘릴 예정”이라며 “처음에는 국소 치료로 시작했으나 추후 전신 종양을 치료하는 단계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키워드 ④ 위암 제치고 폐암 발생률 가파른 증가세

2020년 기준 한 해 암 발생자 수는 24만 8천 명으로 남자가 2만 명 더 많았고, 기대수명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였다. 돌아가신 분들 3명 중 1명이 암이었다는 말이다.

남녀 전체로 볼 때 발생 순위는 갑상선, 폐, 대장, 위, 유방 등의 순이었고, 남자만 보면 폐, 위, 전립선, 대장, 간이었고, 여자는 유방, 갑상선, 대장, 폐, 위 순이었다.

2019년까지 우리나라 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고는 위암이 줄곧 1위였지만, 2020년 통계에서는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1위를 했다. 위암과 달리 폐암은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폐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은 폐암뿐 아니라 수많은 암을 예방하는 최고의 예방책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2023년 키워드 ⑤ 젊다고 남의 일? 젊은 연령층에서 암 발생률 증가세

우리나라 암 발생률을 보면 남녀 모두 연령 증가에 따라 암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혈액암이 10대 미만에서 많았던 것은 과거부터 그랬지만, 남녀 모두 모든 암이 50대를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서 70대에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최근 들어 그 양상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성의 경우 위암 발생률이 30대에 소폭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는 갑상선암이 30대, 유방암이 40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화된 세포가 변형을 일으켜서 암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에서도 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의학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마도 변화된 식생활 습관, 운동 부족, 환경오염 등의 보합 효과인 것으로 추측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30년간 50세 미만에서 연간 신규 암 환자가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빠르게 증가한 암은 기관지암·전립선암이었고, 사망자가 많은 암은 유방암·기관지암·폐암·장암·위암 등이었다.

영국 에든버러대 리쉐 교수팀은 의학저널 <BMJ 종양학(BMJ Oncology)>에서 “1990~2019년 204개 국가·지역에서 29개 암에 대해 실시된 ‘세계 질병 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 데이터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은 노년층에서 더 흔한 경향이 있지만 1990년대 이후 50대 미만의 발병률 증가를 시사하는 증거들이 많이 나왔다.”며 “이 연구는 이런 추세를 전 세계적인 관점과 젊은 성인의 위험 요인 측면에서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키워드 ⑥ 모더나 ‘암 백신’ 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 될까?

모더나 암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암 백신이 암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암 백신이 치료 효과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mRNA 단백질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성공으로 안전성을 입증 받았지만 암 백신으로 개발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과정이 남은 상황이다. mRNA 기반 암 백신은 암 환자에게 암세포 특유의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를 투여해 면역체계에 암에 대해 경고하고 건강한 세포는 파괴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치료용 암 백신 시장은 mRNA 기술을 보유한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등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현재 한미약품, 애스톤사이언스, 제넥신 등이 암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보건당국 허가 시점은 2030년 전후로 예측된다.

2023년 키워드 ⑦ 의사 대신 암을 찾아주는 인공지능(AI) 등장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양진영)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PET-CT에서 암을 찾아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환자의 암을 식별하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진들이 수백만 장의 의료 영상을 찾고 부가적 설명을 다는 주석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수동으로 찾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케이메디허브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의료 AI 연구에 필요한 주석 작업을 위해 자동으로 두경부암 환자의 PET-CT에서 암 영역을 찾고, 의료진이 결과물을 확인한 후 수정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질병을 주석 처리하는 시간이 단축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개발된 AI 소프트웨어는 2021년 서울대병원에서 주최한 AI 경진대회인 ‘2021 MAIC’ 핵의학 영상 부문에서 우승한 기술이기도 하다.

2023년 키워드 ⑧ 여성 암 환자 대폭 증가세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 통계에서 유의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남성보다 여성의 암 환자 수가 더 많고, 40~50대 비중이 높다는 점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연령별 암 환자 수 현황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의 암 환자 수가, 같은 성별에선 40~50대 여성 암 환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7월 기준 40대 여성 암 환자는 17만 3066명으로 전체 암 환자의 10.3%였으며,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 암 환자(5만 6619명) 3.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50대 여성 암 환자는 15%(25만 2058명)로 50대 남성 암 환자 6.9%(11만 5482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같은 성별 안에서도 0~30대 여성 암 환자 비중은 각각 전체의 1.3%, 4.2%인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두 자리 수로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전체 여성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는 2020년 24만 2945명, 2021년 26만 2839명, 2022년 28만 1114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나날이 치료율도 높아지고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사망원인 1위 질환이다. 생사를 위협하는 암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예방책은 다들 잘 알고 있다.

어려운 것은 실천이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세 가지는 꼭 실천하자.

첫째, 과식 대신 소식하자. 반드시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둘째, 날마다 움직이자. 운동도 하고 활동도 하자.

셋째, 반드시 금연하자. 금주까지 하면 더 좋다.

이상의 세 가지만 지켜도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진목 박사는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로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파인힐병원 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마르퀴스후즈후 평생 공로상, 대한민국 숨은명의50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는 <통합암치료 쉽게 이해하기> <약이 필요없다>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등이 있다.

김진목 파인힐병원 병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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