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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은둔형 외톨이’일 때 대처법 3가지2023년 11월호 66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묻지마 범죄’로 사회가 흉흉하다. ‘관악산 등산로’ 성폭행 사건 피의자가 10년 이상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바 은둔형 외톨이다.

1990년 중반 일본에서 유행한 ‘히키코모리’와 유사하다. 전형적인 생활 패턴으로는 ‘혼자 놀기’, ‘시체 놀이’ 등이 있다. 한국에도 인터넷 보급, 나홀로 문화, 청년실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급증하여 현재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가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6개월 동안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다. 친구가 하나도 없고, 전혀 일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가족 이외는 만나지 않는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TV나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다. 우울증, 조현병, 성격장애,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외톨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활동형, 은둔형, 반사회형의 세 부류가 있다.

▶활동형 외톨이는 사회생활은 잘 하지만 인간관계에 얽히는 것을 싫어한다. 여가 시간에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능력 있는 전문가나 유명인에게 많다.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를 원하지만 사회적응에 실패하여 칩거한다. 청년에 실업자가 되어 부모에 의존하여 살거나, 중년에 실패와 좌절로 인생의 의미를 상실하여 혼자 숨어서 산다.

▶반사회적 외톨이는 범죄와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

한창 나이에 은둔형 외톨이는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자라온 환경에서 온다. 어린 시절 가정불화, 왕따, 인터넷 게임중독 등에 노출된 경우다. 우울증·조현병·자폐증 등 정신질환과는 구분된다.

둘째, 나홀로 문화에서 온다. ‘1인 가구’ 1000만이 코앞이다. 젊어도 혼자, 늙어도 혼자 산다. 청년 둘 중 하나는 ‘나홀로족’이다. 나홀로족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에만 집중한다. 스마트폰과 SNS로 연결된 관계 가운데 고독이 찬양된다.

셋째, 각박한 사회에서 온다.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무한경쟁, 성과 중심, 실패불허의 분위기가 한 몫 한다. 가치가 무너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의욕이 바닥난다.

세계적으로 ‘니트족(NEET)’이 급증하고 있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이다. 일할 의지가 있는 실업자나 알바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일본에는 깨달음을 뜻하는 ‘사토리 세대’가 있고, 중국에는 게으름을 뜻하는 ‘탕핑 세대’가 있다. 한국에는 ‘N포세대’라 불린다.

연애·결혼·출산을 시작으로 집과 경력, 희망과 취미, 건강과 외모까지 포기하는 목록이 늘었다. 최근 조사에서 ‘그냥 쉬는’ 2030 청년이 70만 명에 가깝다. 구직 포기가 오래되면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대인관계가 어려워진다. 니트족의 경우 ⅓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모두 적응에 실패하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은둔형 외톨이다. 평생 혼자 살았다. 56세에 교수가 된 후 20년 이상 한곳에서 살았다. 음식은 가정부가 차려주었다. 평생 규칙적으로 살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산책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조건으로 일과 사랑과 희망을 강조한다.

고대의 현인 노자도 은둔형 외톨이다. 그는 이렇게 읊조린다. “나는 세상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웃으며 즐겁게 사는데, 나는 혼자 텅 빈 가슴으로 고요하다. 욕망은 낌새조차 안 보이고, 나른하고 고달파서 돌아갈 곳이 없다. 내 마음은 아무 분별도 하지 않고 흐리멍덩하다. 모두가 쓸모 있는데 나만 혼자 어리숙하고 완고하다.”

은둔형 외톨이에서 탈출법 3가지

내 자녀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하고, 수년째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최대로 관심을 가지자.

칩거는 가족의 무관심에 기인한다. 관계를 원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피하고 있다. 대안 없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쌓인 분노가 간섭하는 당사자에게 폭발할 수 있다. 대안 없이 SNS를 못 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SNS로 대인관계를 하고 있다. 최소한도의 대인관계마저 소멸할 수 있다. 대안 없이 의식주를 차단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은둔형 외톨이는 부모만 믿고 살고 있다. 자살이나 범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둘째, 억지로 환경을 바꾸자.

은둔형 외톨이는 나가는 것을 엄두도 못 낸다. 그냥 놔두면 점점 더 틀어박힌다. 억지로라도 함께 운동하자. 운동하게 되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면 외부와 소통하게 된다. 억지로라도 함께 쇼핑하자. 멋진 양복과 넥타이, 구두를 사 주자. 옷이 날개다. 누구라도 좋은 옷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가고 싶어진다. 억지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접촉을 하게 된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과정은 기분전환이 된다.

셋째, 강제로 치료를 시작하자.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대로 놔두면 점점 더 심해진다. 강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가자. 의사를 만나면 뭔가를 얘기하게 된다. 약물치료가 동반 질환에 큰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다니면 상태가 점검된다. 강제로 상담 받게 하자. 이때 좋아하는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어떤 대화라도 도움이 된다. 정기적으로 만나면 관계가 이뤄진다. 강제로 입원시키자. 이도 저도 아니면 정신과 병원에 맡겨야 한다. 병원은 공동체 생활을 제공한다. 적어도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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