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폐활량 늘리려면 운동이 최고? 폐활량의 진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호흡이 10년을 더 살게 한다> 저자)】

지난 8월 31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됐다.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등급이다. 이제 전체 확진자 일일 집계는 하지 않으며, 재택 치료 지원을 위한 의료상담·행정안내센터의 운영도 종료됐다.

폐 기능을 위협하는 호흡기질환인 코로나19가 3년 넘게 유행하면서 덩달아 호흡과 폐활량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예전에는 건강검진 속 폐활량 검사를 귀찮아했던 사람도 적극적으로 검사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에 걸린 후로 폐활량이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사람이 생겼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한참 운동을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폐활량이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과연 운동으로 폐활량을 늘릴 수 있을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 폐활량 걱정은 안 해도 될까?

운동과 폐활량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본다.

폐활량이란?

폐활량은 최대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에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최대 양을 말한다. 폐 기능이 떨어져서 폐활량이 줄어들면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활량은 검사를 통해 측정하게 된다.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 최대한 빠르게 내쉬는 공기의 양과 속도를 반복해서 측정해 호흡 능력을 평가한다. 폐활량 검사는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 진단에 도움을 주며, 호흡기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데도 활용된다.

운동을 오래한 사람들 중에는 폐활량은 자신 있다는 사람이 많다. 운동 덕분에 폐활량이 좋아졌다고도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운동을 열심히 해도 폐활량은 증가하지 않는다.”며 “이는 자동차 정비를 아무리 잘해도 자동차 배기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폐 기능은 각자 사람에 맞게 태어나고 운동을 해도 증가시킬 수가 없다. 즉 태어날 때부터 폐활량이 정해져 있다. 그러면 왜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폐활량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걸까?

최천웅 교수는 “같은 폐활량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 능력이 좋아진 것이며, 폐를 운동시키는 호흡근의 능력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폐를 감싸는 근육이 발달해서 같은 양의 공기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이 역시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를 꼼꼼히 하고 잘 관리하면 연비가 좋아지고 더 오래 탈 수 있다. 즉, 운동이 폐활량을 늘려주지는 않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폐활량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또 흔히 하는 폐활량에 관한 오해가 있다. 숨을 오래 참으면 폐활량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폐활량은 숨을 오래 참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고 객관적인 폐활량 검사를 통해 측정해 보아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폐활량 지키는 방법

폐를 비롯한 호흡기 건강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폐 기능은 보통 20대 초반에 가장 좋고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다.

최천웅 교수는 “자신의 폐활량을 70% 정도만 유지해 줘도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한다. 특별한 호흡기 질환이 없다면 폐에 자연적인 노화가 진행되어도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화의 길을 겪고 있는 폐에 나쁜 생활 습관이나 환경이 더해지면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시점이 당겨지게 된다.

폐 기능을 망치는 대표적인 습관이 바로 흡연이다. 보통 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은 담배를 피운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폐 기능의 노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사람에 따라 담배를 오래 피우지 않았는데 폐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기도 한다. 지금 괜찮다고 해도 5년~10년 후까지 괜찮으리라는 법도 없다. 한 번 망가진 폐는 돌이킬 수 없으며, 만약 40세 이상이고 흡연자라면 정기검진에서 폐 기능 검사를 해 봐야 한다.

▲ 폐 기능을 좋게 하는 습관들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도 지금부터 금연하면 폐 기능의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금연은 당연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최천웅 교수는 “자신의 폐 기능 상태를 좀 더 일찍 파악해서 담배를 끊고 호흡근을 단련하는 운동을 한다면 떨어진 폐 기능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노화되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흡연은 단순한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치료와 상담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금연 성공률이 훨씬 높다. 물론 금연 치료를 받아도 실패할 수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반복해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 질환 예방과 빠른 치료 필요해!

폐 기능은 호흡기 질환이 생길 때마다 점차 떨어진다. 따라서 폐 기능이 평생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지키려면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게 노력하는 것도 필수다.

최천웅 교수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부터 유해가스, 알레르기 인자, 호흡기 감염, 폐렴 등 호흡기의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며, 호흡기 질환이 생겼다면 빨리 치료받아서 회복시켜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최천웅 교수는 만성 기침, 천식, 폐암, 만성기도 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센터 센터장, 중환자실 실장, 의료협력실 실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EBS 명의>를 비롯한 방송, 유튜브, 언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올바른 호흡기 건강법을 전달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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