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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슬기로운 수면 생활 알려주는 명의! 서울대학교병원 정기영 교수“자기 전에 스마트폰 보는 습관 버리세요!”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많은 이가 매일 자고 있지만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래서 밤에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나서야 잔다. 불을 끄고 나서도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본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자는 나라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의 하루 수면 시간이 가장 짧았다. 가장 많이 자는 나라 중국에 비해 1시간 반 정도 적게 잔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의사다. 꾸준히 TV 프로그램, 유튜브 등에 출연해 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 왔으며, 최근 슬기로운 수면 생활을 알려주는 <잠의 힘>이라는 책까지 펴냈다.

국내 수면의학 분야 1.5세대 의사 정기영 교수에게 오늘 밤부터 당장 일찍 그리고 푹 자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너무 적게 자서 문제

유일하게 잠을 제어할 수 있는 동물이 사람이다. 사람에게 잠을 조절하는 건 꽤 익숙한 일이다. 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 해가 지면 환하게 불을 켜고, 아침 햇살이 아닌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잠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정기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불면장애,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장애 환자가 매년 8%씩 증가하고 있다.”며 “2014년에는 41만 명이었던 수면장애 환자 수가 2018년에는 57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대부분 잠을 너무 적게 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국민 약 2만 6,000여 명의 수면 시간을 조사한 결과 적정 수면 시간인 7~9시간을 자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6시간 미만은 16.4%, 7시간 미만은 44.4%에 달했다.

사회적 시차도 크다. 사회적 시차란 평일과 휴일의 수면 시간 차이를 말한다. 평일에는 짧게 자고 휴일에는 오래 자는 사람이 많다. 사회적 시차가 크다는 것은 평일에 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기영 교수는 2004년부터 2019년까지 5년마다 진행된 통계청 한국인 생활시간 조사 데이터로 수면 시간의 경향을 연구한 바 있다. 2004년에 6시간 51분이었던 평균 수면 시간은 2019년에는 7시간 15분으로 대략 24분 늘었다. 하지만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기보다는 아침잠이 증가했고, 주중보다는 토요일의 수면 시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기영 교수는 “주 5일제, 주 52시간 근무제, 경제적 수준의 향상 등으로 자는 시간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10대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이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을 자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좀 더 일찍 자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잠의 세 가지 조건

우리 몸과 마음은 잠을 잘 자야 건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잠은 모든 기관 및 기능과 연결되어 있어서 잠을 못 자면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인지적 문제로 이어진다. 정기영 교수는 “수면 문제는 개인의 건강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아픈 사람이 많아진다. 소아기의 수면 문제는 뇌 발달 및 신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청소년기에는 인지 기능 저하, 자살, 정서장애, 중년 이후에는 만성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 질환이 있으면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올라가고 치매에 더 잘 걸린다. 잠은 감정 조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잠을 못 자면 적절한 감정 통제가 어렵다. 특히 젊은 나이에 불면증이 있으면 나이 들어서 우울증이 더 잘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 졸음운전 사고를 일으킨다. 미국은 수면 문제를 전염병이나 공해와 같은 공공 보건의 문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정기영 교수는 “음주운전이 살인죄로 일컬어지는 것처럼 졸음운전도 음주운전 버금가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졸음운전 사고는 치사율이 높은 대형 사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셋째, 수면 문제가 있으면 일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사회적 부담과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건강한 개인이 되고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건강한 잠은 필수다. 정기영 교수는 “건강한 잠을 자려면 먼저 건강하고 좋은 잠이 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잠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수면 시간이고, 두 번째 요소는 수면의 질이며, 마지막 요소는 일주기 리듬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야 비소로 건강하고 좋은 수면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자기 전에 봤을 뿐인데…

충분한 수면 시간, 높은 수면의 질, 규칙적인 일주기 리듬!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좋은 잠, 건강한 잠을 자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기영 교수는 “잠은 일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남는 시간에 자는 것이 아니라 매일 자는 시간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꿀잠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알고 수면 시간, 수면의 질, 일주기 리듬을 감안해 건강한 잠을 자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한다. 특히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늦게 자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부족한 잠을 채운다. 원래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회식 때문에 새벽 1시에 잤더라도 똑같이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날은 아마 밤 9시만 되어도 졸릴 것이다. 그러면 평소보다 일찍 자서 어제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면 된다.

정기영 교수는 “주말에도 평일과 똑같은 시간에 자고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며 “주중 수면 시간과 주말 수면 시간의 차이가 클수록 건강에는 해롭다.”고 조언한다.

둘째, 아침에 일어나면 30분간 햇빛을 본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아침 햇빛에 의해서 재설정된다. 겨울에는 늦게 일어나고 여름에는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생체시계가 일출 시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타면 매일 아침 햇빛을 볼 수 있다. 밖으로 나가 햇빛을 볼 수 없다면 밝은 조명을 이용해도 된다. 보통의 실내 조명보다 더 밝은 빛의 조명을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최소한 잠자기 1시간 전에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끝내야 한다. 밤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쉽게 말해 잠을 재우는 호르몬이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만들어지고 이때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뇌에 잠을 자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멜라토닌은 잠잘 때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새벽 즈음 가장 많이 생성되고 이후 아침에 해가 뜨면 생성을 멈춘다.

이러한 멜라토닌은 빛과 연관이 깊다. 빛이 있으면 멜라토닌이 안 만들어지고 빛이 없으면 멜라토닌이 만들어진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에서 나오는 LED 조명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들기 직전 2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멜라토닌의 양이 55% 감소했고,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는 시간이 90분 정도 지연됐다. 정기영 교수는 “잠들기 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잠이 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깊이 잠들지 못하므로 최소한 잠자기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일 아침과 밤에 해야 할 일

정기영 교수는 얼마 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인 미국수면학회의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수면 분야의 연구 업적, 의학적 전문성, 양질의 교육 그리고 수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국민 홍보까지 꾸준히 해 온 덕분이다.

잠을 행복한 휴식이 아닌 고통, 불안, 긴장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25년 동안 정기영 교수는 어떻게든 환자의 수면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갖은 애를 썼고, 그래도 해결 못한 문제는 연구 주제로 선정해 해법을 찾아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국내외 저널에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하지불안증후군과 렘수면행동장애 부문의 권위자가 되었다.

잠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생체 기능임과 동시에 아무리 자고 싶어도 억지로는 절대 잘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억지로 자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뇌는 각성되고 잠이 안 든다.

만약 좋은 잠을 못 자고 있다면 매일 아침, 자연이 주는 천연 수면제인 햇빛을 누려보자. 매일 밤, 각성제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을 일찍 내려놓자. 좋은 습관이 쌓여서 좋은 잠을 만든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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