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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나눔터] 뇌출혈 후 15년…이종욱 씨의 마라톤 인생“달려보세요. 삶이 바뀝니다. 마음도 바뀝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2008년 5월, 갑자기 뇌출혈이라고 했다. 나이 42세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혈관이 터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새는 상태라고 했다. 부랴부랴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마라토너가 되어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는 사람! 재발도 없었다. 뇌출혈 후유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날마다 마라톤을 한 덕분”이라고 말하는 이종욱 씨(57세)를 만나봤다.

갑자기 쿡쿡 박았다!

은행원으로 살아온 지 19년째 되던 해였다.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온 세월이었다. 2008년 5월 하루도 마찬가지였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너무 피곤해 24시간 사우나에 갔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피로를 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머리 뒤통수와 등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출근길은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마치 술 먹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 출근길 버스에서도 쿡쿡 박았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도착했지만 회의시간에 직원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말이 어눌하고 발음이 샌다며 당장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이종욱 씨는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이리 쿡, 저리 쿡 박았고, 병원 기둥에도 쿡쿡 부딪히며 겨우 접수를 했는데 다행히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담당의사는 일자로 똑바로 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걸을 수 없었다. 두 손을 마주쳐 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안 됐다.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남의 몸처럼 느껴졌다.

담당의사가 말했다. “뇌졸중인 것 같습니다. 빨리 보호자에게 연락하세요.”

그 후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내를 부르고, 입원을 하고, 각종 검사도 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는 우려 대로였다. 뇌출혈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확 터진 것은 아니고 피가 계속 새어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이종욱 씨는 “나이 42세에 뇌출혈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너무 젊은 나이에 닥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너무 암담했다.”고 말한다.

감마나이프 수술로 고비 넘겨!

뇌출혈이지만 터진 게 아니고 새어나오는 상태여서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고 말하는 이종욱 씨!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다. 수술 시간도 3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수술 후 후유증도 별로 없어서 놀란 가슴 쓸어내렸다. 머리 아픈 증상과 약간의 마비 증상만 있었다. 거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한 달 만에 퇴원도 할 수 있었다. 직장에는 3개월 휴직계를 내고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수시로 명퇴가 일어나는 은행이었다. 게다가 상고 출신이라는 핸디캡까지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은행에 입사해서 19년째였지만 결근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건강이 발목을 잡아 3개월이나 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이종욱 씨는 “결국 3개월 휴직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출근을 했다.”며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또다시 야근하고 스트레스 받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5~6년 흘렀다. 뇌출혈 후유증도 거의 사라졌다. 2013년에는 한양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늦깎이 대학공부도 시작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의욕적으로 해냈고, 2015년에는 대학총장상을 받으며 졸업도 했다.

그런데 너무 무리했던 걸까? 2015년 초, 또다시 느껴지는 불안한 기운! 뒷골이 당겼다. 머리가 아팠다. 온몸으로 싸한 냉기가 흘렀다.

이종욱 씨는 “뇌출혈 수술을 한 지도 5~6년 지났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전의 증상이 나타나자 ‘아차’ 싶더라.”고 말한다. ‘또다시 뇌출혈이면 어쩌나?’ 무섭고 두려웠다.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퇴근 후 산책길에 나섰던 이종욱 씨는 “인생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됐다.”고 말한다.

마라톤 인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참으로 우연히 시작된 일이었다. 산책길에서 가볍게 뛰고 있던 사람을 보면서 ‘나도 뛰어보자.’ 결심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종욱 씨는 “운명처럼 찾아온 마라톤이 살맛나는 인생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 뇌출혈로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은 이종욱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살맛나는 인생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뛰면서 살맛나는 인생이 됐어요!

2015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종욱 씨!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잃었던 건강도 되찾았기 때문이다. 매사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했고 진취적인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구세주라고 말하는 이종욱 씨! 도대체 마라톤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기에?
이 물음에 이종욱 씨는 “마라톤을 뛰면 러너스 하이가 있다.”고 말한다. 달리기 시작한 지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오는 최고의 쾌감을 말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주는 보상이기도 하다.

이종욱 씨는 “러너스 하이를 알게 되면서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500m를 달렸을 때는 잘 몰랐다. 그저 숨만 찼다. 그래도 뛰었다. 차츰차츰 뛰는 거리를 늘려나갔다. 1km를 뛰고 2km를 뛰자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5km를 달리자 ‘러너스 하이’가 찾아왔다. 죽을 만큼의 고통과 인내 뒤에 최고의 희열과 성취감이 따라왔던 것이다.

그 희열과 성취감은 이종욱 씨를 180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2015년 8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불과 4~5개월 만에 마라톤 대회에 도전장을 냈다. 10km를 뛰는 대회였다.

이종욱 씨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기억한다. 2~3km 뛰었을 때 통증이 왔다. 부정맥도 있어서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세운 첫 완주기록은 57분!

이종욱 씨는 “비록 지옥과 천국을 경험했지만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마라톤 인생은 숱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가슴 벅찬 기록도 낳았다. 하프마라톤은 셀 수 없이 도전했다. 일 년에 30번 넘게 참가했다.

2016년부터 풀코스도 도전, 20번 넘게 풀코스도 뛰었다.

이종욱 씨는 “마라톤을 뛰기 시작하면서 사는 방식도, 먹거리도 180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날마다 운동을 했다. 매일 달렸고, 스쿼트, 바벨, 턱걸이 운동도 날마다 했다.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먹는 것도 바꿨다. 탕이나 국은 안 먹었다. 기름기 많은 음식도 안 먹었다. 야식도 안 했다. 짠 음식도 멀리했다.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은 채소와 과일이었다.
이종욱 씨는 “그렇게 살면서 인생 후반전도 멋지게 열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23년 7월, 이종욱 씨는?

장장 32년간 다녔던 은행에서 퇴직을 했다고 한다. 2022년 1월에.

그때부터 고향인 경북 경산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종욱 씨는 “은퇴 후에는 어머니 곁에서 살고 싶은 오랜 꿈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그는 재능 기부도 하면서 살고 있다. 금융해설사로 활동하면서 복지 시설에 가서 재테크 상담도 해주고 보이스피싱 예방법도 알려준다.

▲ 이종욱 씨는 은퇴 후 경북 경산에 자리를 잡고 금융해설가로 활동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건강은 어떨까?

이종욱 씨는 “날마다 10km 이상을 뛰어도 끄떡없을 만큼 건강한 상태”라고 말한다. 뇌출혈 후유증도 거의 없다. 이 모두가 마라톤을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모든 생활은 마라톤에 맞춰져 있다. 건강관리도, 식단관리도 마라톤 인생을 위해 짜여 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물 한 컵을 마신다.

오전 6시까지 마음에 평온을 주는 인문학을 읽는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 명상도 한다.

오전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10km 강변 달리기를 하고 가볍게 근력운동도 한다. 아파트 14층까지 계단 오르기를 주로 한다.

오전 8시에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다. 주로 닭가슴살과 제철 과일로 가볍게 먹는다.

식사 후에는 강의 준비도 하고 틈틈이 독서도 하고 가볍게 근력운동을 한다. 철봉과 덤벨, 아령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근력운동을 한다. 틈만 나면 운동을 한다.

오후 6시 이전에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한다. 가리지 않고 먹되 과식하지 않는다. 싱겁게 먹고 채소 위주로 먹는다.

오후 9시까지 본격적인 근력운동을 한다. 플랭크, 스쿼트, 런지, 푸쉬업 등을 주로 한다.

오후 11시까지 책을 읽고 하루를 돌아보며 느낌 가는 대로 글쓰기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틈만 나면 달리기를 하고, 근력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이종욱 씨!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달리면 아무 잡생각이 없어져서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2023년 4월에 마라톤 예찬서도 펴냈다. <뛰니까 살맛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종욱 씨는 “건강과 자존감을 모두 지키는 달리는 즐거움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한다.

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종욱 씨가 끝까지 강조한 말은 하나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 번 달려보세요. 삶이 바뀝니다. 마음도 바뀝니다.”

마라톤은 시련과 고통이 따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면 그 희열과 성취감이 몸도 바꿔놓고 마음도 바꿔놓는다고 말한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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