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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병’보다 ‘환자’를 먼저 보는 간암 명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간도 아프게 합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서울성모병원 제공】

암에 걸린 사람에게 흔히 하는 위로가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요즘에는 암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대.”

하지만 암 사망률 2위인 간암, 그것도 암의 크기가 크고 전이가 된 진행성 간암이라면 더 절망적인 말일 수 있다. 보통 진행성 간암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진행성 간암의 치료 기류가 달라졌다. 한줄기씩 들어왔던 빛이 모아져 점차 넓은 빛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과 급여 혜택으로 예전이라면 치료를 포기했던 간암 환자도 이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한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의학계의 노력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7월 대한간암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최종영 교수에게 최신 간암 치료법의 동향과 간암 예방법을 들어봤다.

간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

간암은 엎친 데 덮친 암이다. 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장기가 바로 간이다. 간에 생기는 암인 간암 역시 침묵의 장기라는 이름값을 한다. 간암이 심각해질 때까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많고 진행도 빠르다. 정기 검진을 받은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그사이에 암이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전이도 잘되고 수술이나 간 이식을 해도 재발을 잘한다.

그래서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낮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발생한 간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8.7%(주요 암 전체 평균은 71.5%)이다. 직전 5년에 비해서 4.3% 올라간 수치다.

간암은 췌장암, 담도 및 기타 담도암, 폐암 다음으로 상대 생존율이 낮다. 암을 늦게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간암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간암에 잘 걸리는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암 환자 대부분은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2번, 6개월에 한 번씩은 정기 검사가 필수다. 최종영 교수는 “간암 고위험군임에도 몇 년 만에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하면 간암이 많이 진행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간암은 증상도 거의 없고 진행도 빠를 뿐더러 생존율까지 낮은 편이라서 반드시 조기 진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 40세 이상이고 간암 고위험군(해당연도 전 2년간 간경변증, B형 간염 항원 양성, C형 간염 항체 양성, B형/C형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이라면 국가에서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을 측정하는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 년에 2번, 2가지 검사를 받자는 의미에서 매년 2월 2일은 간의 날이 됐다.

젊었을 때는 B형 간염 항원이 발견됐는데 60대 이후에는 항원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완치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시스템이 약해져서 항원을 못 만들어 내는 것이며, 여전히 간암 위험성은 존재한다. 여기에 술까지 자주 마신다면 간암에 걸릴 확률이 더 올라간다.

새로운 간암 치료법의 등장

조용히 숨어 있다가 빠르게 진행되는 간암은 절반가량이 크기가 크고 이미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된다.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간암을 치료하려면 고려할 사항이 많다.

좋은 소식이 있다. 최근 들어 간암의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 최종영 교수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색전술로 간암을 치료하는 일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수술, 방사선치료, 전신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전신 항암제 분야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표적항암제에 이어 면역항암제가 등장해 생존 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작년 5월부터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어 치료비 부담까지 덜게 되었다.

최종영 교수는 “예전에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었던 3~4기 환자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면 20~30%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며 “암이 크고 숫자가 많으면 수술을 못하는데 항암제 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와 숫자를 줄이면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치료법이 다양해지면서 간암은 여러 전문 진료 분야의 협진인 다학제 진료가 꼭 필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총 5개 과가 함께 참여해 치료법의 순서와 비중을 결정한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은 이러한 다학제 진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에 있는 종합병원은 5개 과를 모두 갖추지 못한 곳도 있다.

최종영 교수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대한간암학회는 앞으로 지방 병원의 다학제 진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학제를 지원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지방 병원에서 의견이나 답변을 요청하면 학회에서 활동 중인 해당 과의 전문팀이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화상 회의나 원격 진료 등을 경험한 경험이 있어서 이러한 시스템이 유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종영 교수는 “지금의 간암은 예전에 비해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정기 검진으로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혹시 진단되더라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최종영 교수는 간암 고위험군일 경우 반드시 6개월에 한번씩 국가에서 제공하는 간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에 과부하가 걸린 진짜 이유

간암 하면 자동적으로 B형 간염이 떠오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이 많다. 지금은 서서히 B형 간염 백신 접종 효과가 발휘되는 중이다. B형 간염 유병률이 줄어들고 있으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도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나친 열량 섭취,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간질환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한 간암의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일 앉아서 일하고 군것질을 즐기는 사람은 대부분 지방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게 움직인다면 적게 먹어야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최종영 교수는 지금까지 술 때문에 간이 망가진 사람을 숱하게 봐 왔다. 간이 망가진다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술을 못 끊겠다는 사람도 많다. 최종영 교수는 “술에는 유난히 관대한 우리의 문화가 음주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음주 후의 범죄, 그중에서도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 무분별한 음주 문화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음주와 더불어 술에 찌든 간을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해결하려는 접근도 문제다. 우리가 먹는 것은 모두 간에서 대사가 이뤄진다. 간은 음식뿐만 아니라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처럼 꼭 필요한 약을 대사해야 하고 기분이 좋거나 우울할 때 마신 술도 대사해야 한다. 여기에 각종 건강기능식품까지 대사하려면 간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간이 손상되는 기회가 많아진다.

최종영 교수는 “필요 없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간이라는 좋은 기계를 쓸데없는 일에 더 소모하게 만들어서 내구연한을 줄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술 때문에 간 건강이 걱정되면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게 아니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간에 미치는 영향

청년 의사 시절, 최종영 교수의 눈에는 주로 환자의 몸에 있는 간암이 보였다. 자나 깨나 간암을 치료할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환자가 걸어온 삶과 지금의 고민이다. 간암이 생기고 전이되고 재발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혼, 사별, 금전적인 손실 등 그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경우가 흔했다.

최종영 교수는 간암 예방법으로 스트레스 관리도 강조한다. 그리고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환자에게 휴식과 여행을 제안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 최종영 교수가 직접 터득한 방법이다. 최종영 교수도 휴식과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최종영 교수는 “만성적인 과부하가 간에 치명적인 것처럼 만성적인 스트레스도 간에 좋지 않다.”며 “긴장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는 것도 간을 위하는 일이다.”고 당부한다.

쉬는 게 불안하면 간을 핑계 삼아 쉬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도 간은 침묵할 테니까. 쉬지 않고 일한 간도, 앞만 보고 달려 온 우리도 좀 쉴 자격이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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