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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부모가 치매일 때 가족 갈등 해결책2023년 9월호 95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2년 만 65세 이상 노인이 9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18%이고, 2030년이 되면 25%에 이를 전망이다.

만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노인 9명 중 1명이 치매다. 80세 이상은 2명 중 1명이 치매다. 여자가 2배 더 잘 걸린다.

치매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 부모를 둔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매우 크다. 최근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가 증가하여 가족이 돌보는 경우가 줄었지만, 아직도 치매 노인의 50% 이상이 가족의 수발을 받고 있다.

치매는 어떤 질환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치매는 어떤 병이기에?

치매는 뇌 손상에 의한 복합증상이다. 기억·언어·시공간 능력이 손상되고, 성격·행동·운동장애가 이어져 사망한다. 원인은 70여 가지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80%, 혈관성 치매가 1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가 축적되어 뇌세포가 죽는 병인데, 10여 년에 걸쳐 진행된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병인데, 빠르게 진행되고 치료에 잘 반응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매는 조기 발견하여 관리하면 발병이 2년 이상 지연되고,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도 절반 이상이 감소한다.

치매는 나를 잃어버리는 병이다. 과거의 추억이 지워지고, 미래의 희망도 지워진다. 오로지 현재만이 남는다. 치매는 잊었다는 것조차 잊는 병이다. 생각이 흐려지고, 느낌이 무뎌진다. 나의 정체성이 처참히 허물어진다. 치매는 다시 아기가 되는 병이다. 성격이 변하고, 행동이 어린아이 같아진다. 평생 배운 것을 거꾸로 차례차례 잊어간다. 치매는 암보다도 무서운 병이다. 사랑했던 관계가 깨지고, 인생이 통째로 날라 간다. 인간 존엄성이 무참하게 짓밟힌다.

치매 초기 증상은 기억·언어·시공간 능력 장애다. 물건을 잘 못 찾고, 한 얘기를 되묻는다. 그거, 저거 등의 표현이 잦아지고, 동문서답이 많아진다. 알던 길을 잃어버리고, 간단한 계산도 어려워한다. 성격장애가 먼저 오기도 한다. 게을러지거나 화를 자주 내고, 우울·불안증을 보인다.

초기 증상은 건망증, 우울증, 노화와 구분이 어렵다. 건망증은 사소한 것을 잊고, 힌트를 주면 기억해 낸다. 우울증도 경미한 기억장애를 보인다. 노화는 잊은 사실을 알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치매는 경험한 것 전체를 잊고, 잊어버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 중기가 되면 엉뚱한 행동이 많아지고, 다양한 망상·환각 행동도 보인다. 말기가 되어 운동장애가 오면 수발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예쁜 치매와 미운 치매가 있다. 뇌는 평소 생각하는 것으로 신경망을 두텁게 구성한다. 사랑하고 감사하던 사람이 뇌가 망가지면 긍정적인 신경망이 작동하여 예쁜 치매가 된다. 불평하고 원망하던 사람이 뇌가 망가지면 부정적인 신경망이 작동하여 미운 치매가 된다. 예쁜 치매는 주위 사람을 기쁘게 하고, 미운 치매는 주위 사람을 괴롭힌다. 부부 사이가 좋은 경우 서로 도우면서 잘 이겨낸다. 부부 사이가 나쁜 경우 참았던 것이 터지면서 사이가 더 악화한다.

부모가 치매일 때 가족 갈등 해결책 셋!

부모가 치매일 경우 가족들은 심한 갈등을 겪기 쉽다. 이럴 경우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괜찮아’ 하지 말자. 치매는 내버려 두면 빨리 악화한다. 병에 대해 정확히 점검하자. 원인에 따라 100% 낫는 치매도 있다. 항치매제는 병을 고치지는 못하나 진행을 최대한 늦춘다. 성격·행동 변화에 당황하지 말자. 달라진 모습은 병 때문이지 본래 부모님 모습이 아니다. 우울·불안·망상·환각은 약물치료로 조절된다. 적극적으로 관리하자. 인지 재활훈련이 중요하다. 하루를 계획하고, 자주 메모하고, 일기를 쓰게 하자. 잊은 기억이 살아나고, 잃어버린 능력이 돌아온다.

우리의 뇌는 천억 개의 세포가 백조 개의 신경망을 구성하여 기능한다. 뇌세포는 재생이 안 돼도 재활은 가능하다. 평생 5%밖에 안 쓴다고 한다. 치매로 뇌세포가 죽는다 해도 남아 있는 뇌세포에 새로 저장하면 된다.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치매는 예방된다. 의사들은 ‘진인사대천명 쓰리고’를 권한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대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命)을 연장하는 식사를 해라.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도 피하라.”

둘째, ‘귀찮아’ 하지 말자. 어차피 책임져야 한다. 대화하고 소통하자. 친밀한 관계가 뇌를 보호해 준다. 지지를 통해서 기억력이 유지되고, 사랑을 통해서 재학습이 일어난다. 역할을 계속 유지하자. 하던 일은 계속하고, 잊으면 다시 배워야 한다. 역할이 없어지면 급격히 나빠진다. 아이 대하듯이 하자.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못하는 것은 격려해야 한다. 부모를 저버리긴 어렵다. 아름다운 동행을 기획하자.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

셋째, ‘혼자서’ 하지 말자.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역할을 서로 분담하자. 사위, 여동생, 미국 동생, 손주까지 동참해야 한다. 일주일에 전화 한 통도 어머니에게 큰 힘이 된다. 파출부, 도우미, 요양보호사를 쓰자. 지역사회에 치매지원센터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도저도 안 되면 요양원을 알아보자. 좋은 시설을 갖춘 곳도 꽤 있다. 무조건 반대할 수 있지만, 가게 되면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부모를 외면하긴 힘들다. 아름다운 이별을 기획하자.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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