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일의 치아시크릿] 콜라가 치아 잡네! - 건강다이제스트 인터넷판

【건강다이제스트 | 연치과의원 윤종일 원장】

진료를 하다 보면 종종 영구치 전체가 몽땅 썩은 환자를 보곤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무표정에 말이 없는 조용한 고등학생이 내원했다. 그런데 앞니부터 어금니까지 안 썩은 데가 없었다. 다소 난감한 상황이었다. 여러 번에 걸쳐 차근차근 치료를 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때운 부위 주변으로 또다시 썩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더욱더 난감한 상황이었다. 학생의 어머니께 잘 설명을 드리고 다시 치료를 했다. 혹시라도 전에 한 치료가 미흡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 학생은 몇 달을 못 가서 또다시 몇 군데 충치가 생겼고, 올 때마다 치료를 해야 했다.

충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치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 충치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치아 표면만 썩다가 점점 심해져서 어금니 몇 군데는 신경치료까지 하게 됐다. 칫솔질을 전혀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이상했다

‘치아가 약하고 칫솔질이 충분하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아니었다. 너무 의아해서 학생의 어머님께 자세히 물어봤더니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 학생은… 콜라 중독이었다. 단 하루도 콜라 없이는 살 수 없고, 하루에 보통 1.5리터 콜라를 2병 이상 마신다고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의 매일 자기 전에 콜라를 마시는데 종종 콜라를 입에 머금은 상태로 잘 때도 있다고 했다. 잠자는 6~8시간 동안 치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콜라에 노출돼 있는 셈이었다.

콜라와 치아는 ‘상극’

콜라에 오래 노출되면 치아가 상한다는 실험 결과가 많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콜라를 마시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콜라를 마신 후 바로 입안을 헹구면 치아가 받는 콜라의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학생의 경우 입안 치아들 사이사이에 콜라가 스며들어 있는 상태로 잠을 잔다는 데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치료를 해도 조금만 지나면 다시 충치가 생겼던 것이다.

결국 어머님께 자세히 말씀드리고, 학생과도 직접 상담을 했다. 그 학생에게 콜라를 마시고 자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치아를 많이 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랬더니 학생도 겁을 먹었던지 얼마 동안 호전이 되는 듯했지만 완전히 콜라를 끊지는 못했다.

치료 후에도 한동안 짧은 간격으로 검진을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오지 않아 최근의 상태는 알지 못한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습관 등도 치료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잠자기 전에 입안을 깨끗이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래서 잠자기 전에는 한 번 더 칫솔질을 하라고 꼭 권하는 편이다. 입안에 음식물이 고여 있지 않도록 칫솔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치아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윤종일 박사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이사,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이사이며 서울 용산구 치과의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 연치과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잘못된 치아관리가 내 몸을 망친다>를 출간해 올바른 치아정보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윤종일 연치과의원 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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