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의 건강제안] 나이 들수록 대강대강 한 끼…“안돼요!”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대충 끼니를 때우는 고령 환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영영가 있게 잘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20년 한국인의 연령대별 사망원인을 보면, 10~30대 사인의 대부분은 자살이고, 40대 이후부터는 암, 심뇌혈관 질환, 폐렴 등이 주원인으로 변화합니다[표1참조]. 이는 10~30대 젊은이의 건강관리에는 감정조절이 가장 중요하고, 그 이후에는 영양이나 운동, 정상 체중 유지 등이 건강관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움직여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었던 농경사회에서는 ‘환갑’을 축하할 정도로 오래 살기 어려웠던 것에 비해, 요즈음은 의학의 발전과 충분한 영양, 무리한 노동이 줄어들면서 75세가 넘어서도 매일 운동하고 젊은이처럼 다니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면 디지털 문화의 영향으로 20대 젊은이들이 오히려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신체 활동량 차이가 세대별, 개인별로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저장한 것을 끌어다 쓸 때보다 먹은 것을 소화해서 쓸 때 가장 편안하게 기능합니다.

따라서 소모한 만큼 음식 섭취를 하게 되면 문제가 없게 됩니다. 연령별로 장기가 쓸 기초대사량(70%), 신체활동량(10~15%), 스트레스나 기온차 등 적응을 위한 필요에너지(15%) 정도를 합한 열량을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만약 운동량이 많아 신체활동량이 느는 데 비해 먹는 양이 똑같거나 줄여 상대적으로 열량 섭취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우리 몸은 장기가 쓸 기초대사량을 줄이게 되고, 결국 질병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감정적으로도 불안,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운동량을 늘리거나, 외출을 하는 등으로 활동이 늘 때 여성은 평상시보다 200kcal(우유와 바나나 1개 정도), 남성은 300kcal 정도 늘려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식을 드시거나, 평상시보다 열량이 높은 동물성 식품을 더 드시면 됩니다.

특히 60세 이상 연령의 영양에서는 먹은 것을 지방으로 비축할 정도의 열량 섭취와 함께 끼니마다 위와 장이 찼다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단백질류와 과일, 채소와 같은 섬유질이 골고루 든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몸이 최대한 기능해서 구석구석 염증을 없애주고, 혈관을 좀 더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즉 잡곡밥, 잡곡빵과 같은 통밀류와 함께 고기, 생선, 콩류, 버섯류를 포함한 3가지 이상의 반찬류를 함께한 균형식단으로 약간 배부르게 음식을 먹어야 증상이 생겼을 때나, 혈관 노화가 시작된 고령자의 질병 예방을 위한 영양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고령 환자들은 아침, 저녁 식사는 통곡물로 어느 정도 차려 드시지만, 나머지 한 끼는 가볍게 고구마와 과일, 빵, 떡 같은 것으로 때우십니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하루에 필요한 열량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매 끼니마다 고르게 드셔야 합니다. 과일, 빵, 떡, 국수만으로 끼니를 대신하거나, 그마저도 불규칙한 경우에는 암과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나이 들어 식사량이 줄어들 때는 가급적 일품요리를 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가볍게 드시더라도 과일과 우유, 떡과 우유, 치즈 등과 같이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드시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고령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영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몸에 에너지원을 넣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영양이므로 규칙적으로 제때 세끼 식사를 하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 됩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

박민선 편집자문위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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