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한숨이 푹푹 나오는 뉴스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훈훈한 뉴스도 접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길거리, 지하철, 버스, 바닷가, 목욕탕, 식당 등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의인 이야기다. 내 일도 아닌데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의인 대부분은 생명을 살리는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이처럼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심폐소생술 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3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와중에 스마트한 심폐소생술 교육법을 개발해 주목받는 외과 의사가 있다. 2019년, 테트라시그넘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2022년 4월, 자기주도 학습형 인공지능 VR 심폐소생술 교육 솔루션 ‘메타 CPR'을 출시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다.
현재 메타 CPR은 대학병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절찬리 활용 중이다. 폐암수술 전문가이자 심폐소생술 교육의 판도를 뒤집은 개발자로 유명한 전상훈 교수에게 메타 CPR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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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공지능 VR 심폐소생술 교육 솔루션 메타 CPR 개발에 앞서 의료 혁신 분야 연구를 많이 해 오셨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방사선 위험 없는 폐암 검사법을, 2015년에는 폐암 재발 가능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 두 가지 연구의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전상훈 교수: 현재 폐암 진단을 위해 가장 유용한 방법은 저선량 CT 촬영입니다. 하지만 비용과 방사선 노출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폐암 고위험군이 1~2년에 한 번 촬영하는 저선량 CT의 방사선 노출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므로 주로 비용의 문제가 큽니다. 그래서 저비용으로 일차 스크리닝하여 폐암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저선량 CT를 촬영한다면 비용 대비 효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의 날숨(내쉬는 숨)을 활용하여 폐암을 스크리닝 하는 방법을 개발해 오고 있습니다. 암 조직에서 생기는 특유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 VOC)을 특정해 내는 센서를 개발하여 임상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ETRI가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개발 검증을 한 후에 내년부터 여러 병원과 공동으로 연구 대상군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폐암 재발 가능성을 알려주는 앱은 그동안 수술한 환자의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의 위험도를 구분해 수술 후 시기별 재발 확률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일차 연구를 마친 단계이며, 이를 근거로 유전학적 소인이 유사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의 폐암 수술 환자들의 재발 상황과 그 요인을 포함하여 더 큰 코호트로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입니다.
Q. 4년 전 테트라시그넘이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이후 메타 CPR을 개발 및 출시했습니다. 많은 분야 중에서도 심폐소생술 교육법을 개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상훈 교수: 제 전공이 흉부외과여서 심폐소생술에 관심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의 병원 밖 심정지 발생 횟수는 현재 연간 3만 건 이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목격자 심폐소생술 시행 비율과 생존율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변화 없이 집체교육을 하고 있고, 동영상과 단순한 마네킹을 활용한 시범교육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은 마네킹의 가슴을 압박하는 육체적인 교육 이외에도 실제 상황을 대비한 심리적인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메타 CPR의 메타버스 기술은 현실(육체적 교육)과 가상 환경(심리적 교육)이 동시에 제공되므로 심폐소생술 교육에 아주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 메타 CPR을 개발하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전상훈 교수: 현재 심폐소생술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가 본인이 교육을 받고도 얼마나 심폐소생술을 잘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강사 역시 교육생들의 구체적인 수행 성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 조금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면 압박 속도와 깊이 정도는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이 정도로는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습니다.
메타 CPR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인공지능 강사가 얼마나 교육생을 잘 지도할 수 있는지와 교육 결과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입니다. 또한 가상현실이지만 교육생이 최대한 실제 상황처럼 느끼며 교육을 받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메타 CPR과 기존의 심폐소생술 교육은 효과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전상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의 사용 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9점으로 나왔습니다. ‘실제 길거리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것 같다.’ ‘이제 실제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소생술을 할 수 있겠다.’ ‘내가 진짜 사람을 살린 것 같다.’는 등의 피드백이 있습니다.
메타 CPR 교육을 받으면 내가 수행한 소생술이 어떤 부분은 잘했고, 어떤 부분은 얼마나 어떻게 부족했는지를 잘 알 수 있으므로 교육의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심폐소생술을 수행하면서 해야 할 주요 조치를 강당에서 허공에 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환경에서 인공지능 강사와 소통하고 그 결과를 평가할 수 있으므로 효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어떤 곳에서 메타 CPR을 활용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있나요?
전상훈 교수: 메타 CPR은 개발 초기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영국 맨체스터대학병원, 미국 로스앤젤레스 어린이병원 전문의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몇 편의 논문도 SCI급 의학저널에 게재했습니다.
메타 CPR은 전문의들의 학문적 근거를 기반으로 제작되어서 일선 기관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국내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의 병원에서 도입했으며, LG-CNS, 롯데정보통신 등의 기업, 경주시, 김천소방서, 부산교육청, 해양경찰 등 여러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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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 메타 CPR 교육생이 흉부 압박을 하고 있다. |
심폐소생술 교육에도 새로운 기술을 십분 활용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 가족, 내 동료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가정 안전, 직장 안전, 사회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을 확산해 나가야 합니다.
Q. 메타 CPR의 다른 버전도 출시될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전상훈 교수: 영국 측의 제안으로 올해 후반기에 국제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경쟁과 재미를 느끼며 심폐소생술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또한 메타 CPR은 AI(인공지능) 강사에게 받는 1:1 교육이라서 개인 또는 제한된 인원이 각각 메타버스 환경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학교나 군대 등 다수 교육을 위한 간편한 모델을 개발했고, 현재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가상의 환경도 학교 교실, 축구장 등 다양하게 제공하여 교육 대상자에게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멈추면 4분 후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심정지를 목격하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병원 밖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33,235명으로, 구조대원이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목격한 경우는 29,076건이었다. 이중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례는 8,381건으로 30%가 되지 않았다.
심정지 상태인 사람을 돕고 싶어도 심폐소생술을 해본 적이 없다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심폐소생술을 해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폐소생술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받고 부족한 점을 교정했다면 더 자신 있게 심폐소생술을 할 수도 있다.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메타 CPR에서 찾아보자. 나 하나로 또 하나의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걸음에 기꺼이 동참해 보자.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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