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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등산 권하는 무릎 관절 명의,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범구 교수“등산도 요령껏 하면 무릎 관절 건강에 도움 됩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가천대 길병원 제공】

무릎이 아파서 등산은 꿈도 못 꾼다는 사람들이 있다. 등산을 즐겼던 사람도 무릎 질환이 생기면 등산을 포기하곤 한다. 대한관절경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40년 이상 무릎 관절을 치료해 온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범구 교수는 무릎이 아파도 등산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며 등산을 권하기도 한다.

의아할 따름이다. 산에 다녀와서 무릎이 더 아프다는 사람, 등산하다가 무릎을 다쳤다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신뢰가 간다. 이범구 교수는 무릎을 최대한 아껴야 할 일흔의 나이임에도 매주 산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 권하는 무릎 관절 명의 이범구 교수에게 관절염과 등산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봤다.

등산이 준 놀라운 선물

3년 전,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다고 했다. 과체중도 마음에 걸렸다. 이범구 교수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문득 건강검진 문진표의 질문이 떠올랐다. 일주일에 땀을 많이 흘리고 숨이 찬 운동을 몇 번이나 하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숨이 차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등산이 제격이었다.

그 뒤 매주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낮은 산부터 올랐고 자신감이 붙자 어렵기로 유명한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에도 도전했다. 파타고니아 트래킹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그리고 얻은 값진 선물이 있다. 혈당 수치가 정상이 됐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5년 젊게 나온다.

그럼, 무릎은? 매주 높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괜찮을까? 이범구 교수는 “무릎 통증 없이 매주 등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한다.

등산이 관절에 미치는 영향은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 이범구 교수도 진료실에서 등산 후에 무릎 관절염이 심해진 사람, 무릎에 심각한 손상이 온 사람을 많이 만났다. 반면 등산이 무릎 관절염에 도움이 됐다는 사람도 있다.

원래 가파른 산을 내려올 때는 무릎에 체중의 5~6배에 해당하는 하중이 실리므로 등산은 무릎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권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절염 환자라도 운동은 해야 한다. 운동을 적절하게 해서 다리 근육을 30~40% 늘리면 통증과 기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범구 교수는 “다리 힘, 특히 무릎을 굽히고 늘리는 힘을 기르면 관절이 안정되고 관절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면서 통증이 완화된다.”며 “무릎을 굽히고 늘리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 등산이고 이러한 등산을 요령껏 하면 관절염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관절염이 심하지 않고 관절 주위 근력과 심폐 기능이 향상되는 정도의 등산이라면 권장하고 있다.

‘무릎 안심’ 등산 원칙 5가지

60대 후반에 시작한 등산. 이범구 교수도 처음에는 녹록지 않았다.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할 수 있고 안전하며 건강한 등산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무리하지 않는다. 무리한 등산은 관절에 손상을 줄 수 있고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동네 야산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더 높은 산을 올랐다. 등산을 하다 보면 뒤에 오던 젊은 사람이 앞질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경쟁심이 발동되더라도 참았다. 체력에 맞는 등산을 최우선으로 했다.

둘째, 몸이 안 좋으면 등산을 하지 않는다. 특히 다리에 힘이 없으면 십자인대나 반월상 연골판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컨디션이 좋아지기를 기다려 산에 올랐다.

셋째, 등산 스틱을 십분 활용한다.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으로 가는 하중을 20~30% 줄일 수 있다. 올라갈 때 스틱에 힘을 주면 무릎으로 가는 힘이 줄어들고, 내려갈 때는 스틱 길이를 길게 조절해 네발 보행을 하듯 스틱을 발보다 먼저 짚고 내려갔다. 산에서는 보폭을 평지보다 줄이고 오르막길에서는 상체를 약간 숙이면 신체 부담을 덜 수 있다.

넷째, 등산에 앞서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100대 명산을 다니다 보니 처음 가는 산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위치, 날씨, 예상 소요 시간, 등산로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삼림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등산로가 폐쇄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산의 특성, 날씨에 맞는 등산 장비를 준비했고 등산 코스를 알려주는 앱에 수시로 접속해 올라갈 코스를 정했다.

산에 가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등산 앱에서 알려주는 경고음에 신경을 쓰면서 인터넷 지도로 현재 위치를 주시했다.

▲ 이범구 교수는 최근 킬리만자로 등반을 다녀왔다. 매주 등산을 가는 데도 무릎 건강이 양호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범구 교수는 “등산은 생명과 관계되기 때문에 숙지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다섯째, 평일에도 운동한다. 체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평일에도 운동을 쉬지 않는다. 평일에는 주로 평지를 15,000보 정도 걷는다.

이범구 교수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앞으로 쭉 펴는 동작, 관절로 가는 하중이 적은 수영도 무릎에 좋은 운동”이라고 조언한다.

체중 조절, 바른 자세로 무릎 건강 지켜야

운동 외에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무릎 건강에 나쁜 자세를 고쳐야 한다.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가 대표적이다.

다리가 오(O)자형이라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오자형 다리는 체중의 하중이 무릎 안쪽으로 쏠려서 연골이 더 잘 손상된다. 오자형 다리는 신발 밑창을 보면 바깥쪽이 유난히 더 닳아 있다. 이럴 때는 바깥쪽의 굽을 보강하는 등 신발 교정을 해주면 무릎 안쪽으로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관절에 좋은 건강보조식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의학적으로 관절에 좋다고 검증된 건강보조식품은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이모튼, 뉴질랜드 초록입 홍합 등이 있다.

체중 조절도 필수다. 체중이 1킬로가 늘어나면 무릎은 5킬로가 늘어난 것 같은 하중을 받는다. 과체중이나 비만이면 연골, 인대의 퇴행성 변화도 빨리 시작되므로 식이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

또한, 무릎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서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범구 교수는 “무릎의 연골은 한 번 손상이 되면 회복이 안 된다.”며 “너무 망가질 때까지 참지 말고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병원에 가면 치료도 받지만 자기 무릎 상태를 알게 되어 경각심도 생기고 나쁜 자세, 해로운 운동 등을 포함한 전문의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아파도 치료를 받지 않고 참으면 활동이 점점 위축되고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인공관절 수술처럼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40년 경력 베테랑 의사의 블로그 속 이야기

이범구 교수는 진료, 등산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10년 넘게 ‘Dr. 이범구 교수의 소중한 무릎건강 이야기’라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예전에 수술했던 환자를 추적 관찰한 내용을 주로 올리고 있다. 현직 무릎 수술 분야 최고참 베테랑 의사답게 다양한 수술을 추적 관찰해 왔고 추적 관찰 기간도 상당하다.

최근에 올린 추적 관찰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공관절 수술 후 26년이 경과한 환자다. 이범구 교수는 ‘현재 밭농사를 짓고 있고 인공관절을 마모 없이 평생 쓸 것으로 보인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인공관절 수술한 지 21년이 됐다는 또 다른 환자는 ‘척추 문제로 허벅지가 아프긴 하지만 무릎은 마모가 없어서 평생 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범구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이 도입된 초기에는 10년 후에는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 논문에 의하면 20년 이상 쓸 확률이 80% 이상”이라며 “실제로 20~ 30년을 써도 인공관절이 멀쩡한 사례가 많으므로 수술이 잘 되고 초기에 말썽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평생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노년기가 되면 골골한 무릎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수술 기술, 수술 도구가 발전해도 가장 좋은 것은 내 무릎 관절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평생 다니는 것이다. 최근 건강식품 시장에서 불고 있는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등의 열풍에서도 같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운동, 바른 자세, 체중 조절! 40년 동안 무릎 관절 치료를 해 온 이범구 교수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내용이다. ‘백년 무릎’을 꿈꾼다면 운동, 바른 자세, 체중 조절을 지금 당장 실천해 보자.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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