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욱의 환경리포트] 우리집 곳곳의 유해 화학물질 똑똑한 대처법

【건강다이제스트 | 상명대학교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

편리하고 편해서 열광했던 것들이 알고 보니 유해 화학물질 범벅이라고 한다면 믿어지는가? 우리 집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는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들! 건강을 위협하고 암까지 유발하는 무서운 유해 화학물질도 적잖다. 특히 문제가 되는 4가지를 소개한다.

지글지글 맛있는 숯불구이의 함정

숯불구이를 싫어하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우면서 기름이 밑으로 빠져서 더 맛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숯은 어떻게 만들까? 참나무숯으로 만들 것 같지만 참나무는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성형 목탄’을 많이 사용한다. 성형 목탄은 톱밥 등의 폐목재에 화학약품을 처리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 화학약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질산바륨’이다.

질산바륨은 ‘착화제’로서 한마디로 불이 쉽게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숯은 처음부터 쉽게 불이 붙는 것이다.

질산바륨 자체의 독성은 목이 뻣뻣해지게 하거나 발작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심장 및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우리가 숯 자체를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산바륨’ 자체의 독성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긴 하다. 그렇다 해도 숯이 타면서 재가 날릴 때 음식물에 일부 묻을 수 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질산바륨’ 자체가 타면서 분해될 때 매우 유독한 기체를 발생시키는 데 있다. 바로 그 유독한 기체가 이산화질소(NO2)다. 대기오염 물질 중의 하나이고,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는 바로 그 기체다.

이산화질소는 흡입했을 때 호흡기 계통의 문제를 유발하는 치명적 독성을 갖는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대기질을 관리할 때 제일 신경 쓰는 기체가 바로 이산화질소다.

서양과 달리 실내에서 숯을 피우면서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환기가 잘되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현재로서는 제일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식당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추후에 숯불구이집 관련 환기규정 등이 별도로 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통기한 늘린 통조림캔 내부 코팅제의 비밀

캔 내부는 코팅되어 있다. 그 이유는 알루미늄 성분의 용출을 막고 음식을 보호해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코팅제가 바로 에폭시 수지(epoxy resin)이다. 접착력이 뛰어나고 전기절연성도 좋고 열과 화학약품 등에 안전해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내부코팅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에폭시 수지(epoxy resin)’는 통칭하는 용어로서 ‘비스페놀A(BPA)’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에폭시 수지 내에 미량 잔류하고 있는 BPA가 뜨거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등에 서서히 용출되어 나올 수가 있는데, BPA의 독성은 만만찮다.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자료에 따르면 동물연구를 시행한 결과 노출 농도에 따라서 고환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감소, 성조숙증, 전립선 비대, 생식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인간에게도 정자 수 감소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정부에서 BPA 용출량을 관리하고 있고, 평소에 용출되는 양이 미량이니 이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미국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의 ‘애나 소토 연구팀’은 BPA가 기존 독성학자들이 실험한 것보다 200만 배나 낮은 농도로 존재할 때도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따라서 통조림/캔 음식을 한 번 먹었다고 해서 너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겠으나 평소에 수시로 노출될 가능성은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통조림/캔’ 제품을 구매할 때 꼭 제조일자를 확인해서 제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름 신선식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이유는 BPA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용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면 BPA에 노출될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암 유발하는 폴리스티렌(PS) 미세플라스틱

폴리스티렌(PS)은 가공성이 매우 좋아서 원하는 형태로 제조하기가 쉽다. 저비용 제조가 가능하고, 전기절연성도 뛰어나며, 각종 산성·알칼리성·기름·알코올 등과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높아서 장난감, 각종 생활용품 및 산업용품 등에 널리 활용이 되고 있는 범용 플라스틱이다.

가공성이 좋다 보니 발포 공정을 거치게 되면 플라스틱 안에 수많은 기공이 형성되는데, 이게 바로 발포 폴리스티렌이며, 다른 말로 스티로폼 혹은 스티로폴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친숙한 폴리스티렌(PS)의 경우, 관련 미세플라스틱의 독성 연구결과가 최근에야 발표가 되었다. 2022년 한국원자력의학원은 <Theranostics 저널>에 PS미세플라스틱(크기 : 10마이크로미터)이 암세포 성장을 더 빠르게 하며, 심지어 암 전이 가능성이 최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였다. 뿐만 아니라 항암제의 내성까지 일으킬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암 악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까지 공개했다.

그럼 우리는 언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주로 노출이 될까?

바로 ‘발포 폴리스티렌’이다. 보통 만두나 김밥 등을 담아주는 편한 도시락 용기나 라면 용기 등으로 활용된다. 발포 폴리스티렌의 경우 내부에 수많은 기공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일반 폴리스티렌보다 표면적이 급격히 증가된 상태이다. 뜨거운 열이 닿는 면이 매우 넓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에 노출될 경우 기계적 물성은 매우 약해지게 된다.

이때 우리가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각종 젓가락이나 스푼 등으로 용기 벽면 등을 긁게 되면 이 플라스틱 조직이 쉽게 분해돼서 떨어져 나오게 되고, 이게 바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인 것이다.

공식적인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에 우리 소비자들은 미리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발포 폴리스티렌의 경우 뜨거운 음식을 담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뜨거운 음식을 담을 때는 미리 집에서 안전한 용기를 가져가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모기 잡다 사람 잡는 전자모기향의 위험성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모기향’이다. 예로부터 많이 사용하던 특유의 녹색 ‘나선형 모기향’의 경우 효과는 매우 좋으나 태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전자모기향’을 애용한다. 전자모기향에 주로 사용하는 화학성분이 알레트린(Allethrin)이다. 대표적인 피레스로이드계(pyrethroids) 살충제이다. 농약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성분인데, 장기간 노출 시 약간의 간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나 발암성이나 유전독성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이런 이유로 농약과 전자모기향 성분으로 사용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연구에 따르면 살충제 성분에 과다 노출될 경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 농촌에 퇴행성 신경계 질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건대, 살충제에 고농도 또는 자주 노출되는 것은 분명 조심할 필요는 있다.
따라서 ‘전자모기향’을 틀어 놓고 취침하는 것보다 미리 방 안에 ‘전자모기향’을 작동시켜놓고 모기를 사멸한 뒤 취침 전 잠시 환기를 해서 ‘살충제 성분’을 다 빼내고 잠드는 게 바람직하겠다. 가장 안전한 것은 전자모기향 대신 조금 번거롭더라도 모기장을 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강상욱 교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화학생물공학 박사이고, 미국 MIT 화학공학과 Post-Doctor이다. 2020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수상, 2021년 LG젊은공업화학인상 수상, 2022년 화학공학회 심강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유튜브를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강상욱 교수 kunkang1983@naver.com

#강상욱 #건강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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