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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공부만 하려면 머리가 아플 때 혹시 신체형 장애일까?2023년 7월호 99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신체형 장애는 신체 증상이 나타나지만 신체질환은 아니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장애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공부가 어려운 아이가 머리가 아프고,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배가 아픈 현상이다. 두통, 소화불량, 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달에는 신체형 장애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앞서 언급한 신체형 장애일 경우 일반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 닥터쇼핑과 약물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 꾀병처럼 의도적인 거짓 증상이 아니고, 무의식적 과정을 거쳐 실제 증상으로 나타난다. 주로 표현이 서툴고 소통을 못 하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몸은 마음으로 표현하고,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신체질환이 오면 정신질환이 동반되고, 정신질환이 오면 신체질환이 동반된다. 신체 건강이 나쁘면 정신 건강이 나빠지고, 정신 건강이 나빠지면 신체 건강도 별 의미가 없다. 몸을 움직이는 마음이 병들면 몸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몸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치료해야 하고, 마음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히스테리 연구’에서 탄생했다. 히스테리는 정신적 갈등이 마비, 경련, 통증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무의식적 환상이 억압되어 신체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일이 복잡하다는 뜻이고, “허리가 아프다.”는 것은 책임이 무겁다는 의미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걱정이 많다는 뜻이고, “가슴이 아프다.”는 것은 화가 난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미성숙한 사람에게 많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나타난다.

억압의 덫에 빠진 사람이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드러내고 감정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거나,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성장한 경우다.

아이답게 굴지 못하고, 어디서든 신중하고 얌전하며 예의 바르게 자란 경우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어색해 하고, 마음을 터놓는 것을 낯설어 한다. 타인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일상에서 재미없고 단조로운 대화를 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관계를 이어간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통증은 기호다. 뭔가 잘못되었으니 고쳐달라는 신호다. 몸에 병이 없다면 마음을 살펴봐야 한다. 이유 없는 통증은 없다. 어릴 적 경험에서 생긴 무의식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특히 억압된 분노와 적개심이 주된 원인이 된다.

통증은 사랑을 얻기 위한 방법이고, 속죄를 받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망가뜨린다. 우리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신체적 고통으로 나타난다.

꾀병 같은 신체형 장애 극복 팁!

신체형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다음 세 가지를 주목하자.

첫째, 무의식을 파악하자.

의식화라는 말이 있다. 과거 운동권이 많이 사용하던 말이다. 증상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통증의 메시지를 깨닫는 것이다.

무의식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의식이 떠오르면 어떻게든 해 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힘들어하지 말고, 증상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기회로 삼아보자. 통증을 무작정 없애려 하지 말고, 통증을 통해 마음을 헤아려 보자. 인생이 보다 풍부해지고, 삶이 생동감으로 넘칠 것이다. 진짜 아픈 것보다 미리 감지하여 꾀병을 부리는 것도 좋다. 꾀병은 실제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자주 부리게 되면 관계가 틀어진다. 꾀병의 카드는 아껴서 써야 한다.

둘째, 태도를 바꿔보자.

변화전문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잠재능력의 공식을 ‘잠재능력=(선천적 특성+후천적 특성)×태도’로 썼다. 선천적 특성은 타고난 체질이고, 후천적 특성은 자라온 환경이다. 우리가 하는 일의 90%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타고난 체질이 허약하고 자라온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태도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바람직한 태도는 개인의 잠재능력을 증폭시킨다. 부정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비관적인 태도에서 낙관적인 태도로 전환하자. 무엇보다 스트레스 상황을 받아들이자. 증상을 지그시 견뎌야 한다. 통증이나 약물로 도망가지 말고, 맞부딪쳐 정면으로 돌파하자.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마음건강에 좋다.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스트레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모색해 보자.

셋째, 도움을 요청하자.

어린 시절 누구나 나를 돌봐주던 부모, 선생, 형제가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나를 돌봐주던 ‘누군가’가 사라진다. 어른이 되어 ‘누군가’가 돌봐주기를 바란다면 큰 착오가 생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중요하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짐이 무거울 때는 ‘누군가’와 맞들어야 한다.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자.

인생의 고통은 상당수 ‘누군가’가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데서 온다. 어른이 되어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배려를 바라지 말고, 배려를 요청하자. 용기를 내야 한다.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자. 모호하고 과장된 표현은 삼가자.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자.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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