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부산센텀병원 제공】
0.78명! 2022년 우리나라는 역대 최악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기록했다. 올해도 역대 최저 통계를 갈아치울 모양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 4,256명이었으며, 2022년 1분기에 비해 4,116명이 감소했다. 한숨만 나온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올까? 나올 수 있기는 한 걸까?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부산센텀병원 박남철 경영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은 난임 치료를 40년 이상 해 온 의사다. 정관복원술 세계 최고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를 대상으로 최일선에서 저출산을 극복하는 가임력 보존 및 증진, 난임 극복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소신을 밝혀 온 의사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의 의학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남철 경영원장에게 우리나라 정자은행의 현실과 저출산 극복 방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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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한남성갱년기학회, 대한성학회, 대한남성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셨으며, 현재는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은 어떤 곳인가요?
박남철: 난임은 임신을 원하는 가임기 부부의 약 15%에서 발생하며, 난임클리닉을 찾는 남성 난임 환자 수는 매년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보조생식술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자의 동결 보존이 필요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난치성 남성 난임으로 인해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필요한 난임 부부 또한 공공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출산과 양육이 준비된 난임 부부를 위한 공공정자은행의 설립과 운영은 인구 증가라는 국가 정책 목표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현시점에서 공공정자은행의 설립과 효율적 운영을 뒷받침하는 법적, 윤리적, 의학적 제도 확립과 이를 위한 공공 부분에서의 재정 지원이 절실합니다. 재단법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은 이러한 국가적 인구 문제와 난치성 난임의 해결을 위해 의학자, 법률가, 사회사업가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비영리 공익재단입니다. 국가적 네트워크를 갖춘 정자 동결 보존과 공급망 완성, 생식의학 연구 기반 확립, 공공 교육 및 홍보 등을 위해 설립했습니다.
Q. 부산대학교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정자은행이 설립되었습니다. 정자은행이 만들어진 계기, 국내 정자은행의 현주소 그리고 앞으로 정자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박남철: 병원 입장에서 보면 정자은행은 경제적 이득이 없어서 관심과 투자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는 국내 주요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식세포 이용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정부기관 관련 부서에는 전문가 및 정부 예산 지원이 없으며, 생식세포 관리 체계 부재, 난임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부족 등이 1997년에는 부산대학교병원 정자은행을, 2015년에는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을, 2019년에는 한국생식세포정보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립하고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정자은행의 생식세포 동결 보존을 통한 국가 가임력 보존 및 출산율 증대 사업은 윤리, 법률, 행정, 종교, 정치, 결혼, 가족관, 보건의료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배우자 인공수정 문제에 몰입되면서 정자은행의 가장 중요한 활동 영역인 정자 형성이 가능한 중증 난임 환자나 암 환자의 가임력 회복, 군인·경찰·소방·운동선수 등 고위험 직업군의 사회적 정자 동결 활동까지도 OECD 최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암 환자나 난임 환자에서 채취한 정자 동결 보존과 같은 정자은행 의료서비스가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고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보편적 의료서비스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정자은행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종국적으로는 양질의 국가 가임력 보존과 인구 문제의 해결을 요원하게 할 뿐입니다.
Q.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꾸준히 저출산 해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남성 난임도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남성 난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박남철: 난임은 적어도 40% 이상은 남성의 난임 인자로 인해 발생합니다. 난임에 대한 연구는 지난 1세기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남성 난임 치료법은 보다 진전되어야 할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체외수정술과 같은 보조생식술이 발달했음에도 아직도 낮은 성공률과 높은 경제적 부담도 문제입니다. 또한 체외수정술은 다음 세대에서 난임 발생 외에도 정상 임신 보다 선천적 기형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보조생식술에 앞서 자연 임신을 먼저 시도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남성 난임을 유발하는 정계정맥류, 정로 폐색, 감염, 사정관 이상, 고프로락틴혈증 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자연 임신이 불가한 경우에만 체외수정술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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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남철 경영원장은 40년 넘게 남성 난임을 치료하고 있으며 정관복원술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그리고 난임 치료 방법의 최종 선택 또한 난임 부부에게 맡겨야 합니다. 임신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임신을 원하는 부부와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내분비 전문의 등이 다학제적으로 협력하여 진료해야 치료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 중년 남성과 노년 남성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성 건강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극복하는 게 좋을까요?
박남철: 보통 배뇨 장애나 성기능 장애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양성 전립선비대증이나 성기능 장애의 발생 빈도는 연령에 비례하여 60대는 60%, 70대는 70%로 증가합니다.
남성갱년기 장애도 문제가 되는데 남성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성기능 장애 외에도 피로, 무기력, 비만, 근육량 감소, 골다공증,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우울, 초조, 안면 홍조, 식은땀, 심지어는 불면증까지 나타나며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금연, 절주, 식이 조절, 충분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 전자파 피하기,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긍정적 사고와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하는 생활신조도 중요합니다.
Q. 남성 건강과 관련해서는 유난히 ‘카더라 통신’이라고 하는 속설이 많습니다. 특히 성 기능 강화나 저하에 대한 속설이 많은데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바로잡는 속설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박남철: 성기능에 관한 속설은 정말 많습니다. 요즘과 같이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잘못된 지식이 널리 퍼져 많은 이의 성기능을 악화시키거나 성기능 장애를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 방송에서 음경에 2~3kg의 추를 매달아 운동을 시키면 발기능이 개선된다고 하는 속설을 전문가의 조언 없이 방영해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1kg 이상의 무게가 음경을 당기면 음경 혈관과 신경 손상의 위험이 커지며 심하면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과 함께 학술적 기준보다는 윤리적 기준에만 맞추어진 과도한 규제와 벌칙(Negative 법안) 및 자발적 정자 기증자 모집, 이용 및 보상 등에 대한 애매모호한 법 규정을 가지게 됐다. 규제는 있지만 대안은 없다. 그 결과 현재 몇 개 안 되는 전국의 정자은행은 텅텅 비어있고, 매년 출산율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1호 정자은행 설립자 박남철 경영원장은 20년 넘게 한결같이 국가의 지원으로 관리하는 공공정자은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공공정자은행을 통해 국가 가임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출산과 양육의 조건을 갖춘 난임 부부의 무료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그게 어렵다면 암 환자에 준하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박남철 경영원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난임부부 지원 확대는 직접적인 저출산 해결책으로 수없이 거론되었다.
더는 난임을 부부가 오롯이 감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난임 부부의 박탈감과 외로운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공정자은행 설립과 난임부부 치료 및 지원의 전폭적인 확대는 ‘백약이 무효’였던 저출산 재앙을 반전시킬 근본적인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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