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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치매·뇌졸중 인지재활 명의!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규칙적으로 운동하세요! 인지 기능이 좋아집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서울아산병원 제공】

문제 하나!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뭘까? 물론 너무 쉽다. “많이 좋아졌어요.” 혹은 “이제 괜찮아요.” 같은 대답일 것이다.

문제 둘! 의사가 치매 환자나 보호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뭘까?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대열 교수가 밝힌 답은 예상을 비껴간다. “예전하고 똑같아요.”다. 현재로서 치매는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다. 예전하고 지금이 똑같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최근 김대열 교수는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책 한 권을 냈다.

경도인지장애, 치매, 뇌졸중 등 인지재활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서울아산병원의 인지재활 워크북(인지훈련+운동처방)>이다. 힘들게 병원에 가지 않아도 서울아산병원 인지재활 전문가들이 실제로 활용하는 치료법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인지재활이라는 말이 좀 낯설다. 인지재활은 노년기의 최대 복병인 치매, 뇌졸중 등을 극복하려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나 다름없다. 국내 인지재활 권위자 김대열 교수에게 인지재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치매 진행 늦추는 인지재활

‘인지장애’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주로 치매, 뇌졸중 등의 증상으로 익숙한 말이다. 기억력, 판단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등과 같은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김대열 교수는 “인지장애 질환 가운데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치매”라며 “치매는 약물치료와 함께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진행을 더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지재활이 바로 치매의 대표적인 비약물치료다.

뇌졸중이 아닌 치매에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은 생소하다. 사실 치매야말로 인지재활이 꼭 필요한 질환이다. 치매는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 저하가 악화되어 언젠가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못 하게 되는 질환이다. 치매 치료의 목표는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인지재활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적화된 맞춤치료다. 기억력 훈련을 비롯한 일상생활 동작훈련, 언어재활, 심리중재치료, 운동요법 등이 포함된다.

김대열 교수는 “치매 인지재활은 전문가의 정확한 인지 평가를 거쳐 목표를 정하고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먼저 치매 극복에 인지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한 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포괄적인 치매인지재활을 시행하는 의료기관도 거의 없다. 꾸준히 인지재활을 하고 싶어도 비급여 진료라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김대열 교수는 “2016년 서울아산병원에 치매인지재활클리닉을 개설했지만 치료 공간과 인력 부족으로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주 1~2회만 제공할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보호자가 환자를 치매인지재활클리닉까지 데리고 와도 치매라는 질병의 특성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자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서 재활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허다하다.

집에서 하는 인지재활은 이렇게!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고 진행을 늦추는 약만 나와 있다. 그런 치매에 과연 재활치료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김대열 교수는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함께 한 그룹과 약물치료만 받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재활치료를 같이한 그룹이 치매 진행 속도가 더 늦다고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 김대열 교수는 인지재활 전문가들이 실제로 활용하는 치료법을 그대로 담은 <서울아산병원 인지재활 워크북(인지훈련+운동처방)>을 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병원에서 인지재활 치료를 받을 수 없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다양한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인지재활을 가정에서 못한다는 법도 없다. 보호자의 도움을 받으면 여러 가지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다. 김대열 교수는 가정에서 인지재활을 할 때 지켜야 할 수칙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김대열 교수는 “가정에서 인지재활을 할 때는 반드시 운동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규칙적인 운동은 뇌 조직 손상을 막아주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조언한다. 치매 환자는 활동성이 떨어져서 근육의 유연성이 부족해 낙상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매일 인지활동을 한다. 기억력, 집중력 등에 도움이 되는 인지 워크북을 활용하면 좋다.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보호자는 인지활동을 할 때 시험을 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혼자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어려워하면 힌트를 준다. 그래도 어려워하면 답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열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환자의 머릿속에 자리하면 이후 올바른 정보를 줘도 고쳐지지 않고 학습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셋째, 매일 일상을 점검한다. 매일 식사나 약을 먹었는지 기록하며 확인한다. 밤에는 오늘 한 일을 적어 보는 것도 좋다. 만약 일상을 바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힌트를 주지 말고 충분히 기다린다. 이때 “왜 모르냐?”, “빨리 생각해 봐!”“더 나빠졌다.”와 같이 다그치는 말은 하지 않는다.

넷째,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간단한 요리에 참여하기, 가족에게 하루 한 번 전화하기, 약 제시간에 먹기와 같이 현실 가능한 목표를 일상생활과 접목해 구체적으로 정한다.

가상현실과 로봇까지 접수한 의사

치매, 뇌졸중 등과 같은 질환으로 인지장애가 생기면 스스로 일상생활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 병원에서 일상생활 동작을 해 보는 훈련을 하면 좋겠지만 병원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김대열 교수는 가상현실로 눈을 돌렸다. 가상현실(VR)을 이용하면 특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 동작 훈련을 할 수 있다. 김대열 교수는 3년 전부터 한 기업과 함께 가상현실을 통한 일상생활 동작 훈련법을 개발 중이다. 가상현실 안에서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고, 집에서 요리를 하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는 훈련 등을 개발했다. 앞으로 탁구와 같이 여럿이 하는 운동 가상현실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김대열 교수는 7~8년 전부터 보행재활로봇 개발에도 참여했다. 보행재활로봇은 하지 운동 능력과 균형 감각 향상 효과가 입증되어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행재활로봇을 활용한 재활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뇌졸중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발병 시기, 보행 능력 등과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뇌졸중 환자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김대열 교수는 “현재 보행재활로봇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긴 하지만 만성기 뇌졸중 환자는 해당이 안 되는 등 상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보행재활로봇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 환자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대열 교수는 매번 환자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 의사’로 통했다. 드물게 예전과 똑같다는 반가운 말을 듣기도 하지만 치매 환자는 대부분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이런 환자의 안부를 듣고 나면 김대열 교수의 시선은 보호자에게로 옮겨간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김대열 교수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스트레스 관리법을 조언한다. 힘들게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슬픔, 화, 죄책감, 행복, 불안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대열 교수는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거나 간병하는 책임에서 벗어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열 교수 역시 스트레스가 건강에 가장 해롭다고 느끼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터득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힘든 일도 좋은 일도 결국은 지나간다. 노력해도 결과가 안 좋으면 다음에 좋으면 되니까 넘기곤 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인지 기능 때문에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김대열 교수가 전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기록하거나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과감한 정면 돌파는 절망을 빠르게 감고 희망을 미리 재생하는 주문이 될 수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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