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눔터] 물리치료사가 된 이용석 씨 체험기

【건강다이제스트 | 이용석(물리치료사)】

2009년 봄…스물두 살이던 저는 군인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훈련을 받다가 머리 쪽에 부상을 입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두통과 어지러움만 살짝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이상한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가장 처음 인지한 것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야가 차단된 것처럼 보였다 안 보였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야의 각도도 전방만 보이고 옆쪽은 아예 흑백으로 보이거나 왜곡돼서 보이는 경우도 종종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걸을 때도 비틀거리면서 걷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둘째, 균형의 문제도 생겼습니다. 특히 눈을 감고 있을 때 제일 심했습니다. 내가 앉았는지, 서있는지 전혀 인지가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셋째, 두통과 구토감이 나타났습니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두통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오는 게 어지러움을 동반한 구토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구토를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던 어느 날 결국 저는 자면서 기절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 바로 군병원으로 이송이 됐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습니다.

군의관이 알려준 병명은 바로 ‘지주막하 뇌출혈’이었습니다. 군의관은 MRI 판독 후 심각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너, 도대체 어떻게 말하고 걸을 수 있는 거냐? 너, 이 상태로 한 달만 유지했으면 죽었어!” 라면서 빨리 수술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군병원에서 민간병원으로 안내를 받았고, 고향인 경북으로 가서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깨어나면 모든 게 다 깨끗하게 나을 거라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지마비가 되어버린 몸

수술만 하면 나을 줄 알았던 지주막하 뇌출혈 수술! 하지만 수술 후 상황은 너무도 절망스럽게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사지마비라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이 스물두 살에 사지마비! 가위에 눌린 듯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식사는커녕 대소변도 부모님의 손을 빌려야 했습니다. 한창 나이에 사지마비라니… 정말 이럴 수도 있나 싶었습니다.

정말 저주스러웠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망을 쏟아내도 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꼼짝 없이 누워서 눈물만 흘리는 상황이 믿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불평불만만 한다고 뭐가 달라져?’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손가락, 발가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움직여 봤는데 당연히 쉽지가 않았습니다. 움직일 듯하면서도 아깝게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나 봅니다. 날마다 끊임없이 움직이자 몸도 조금씩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범위도 점점 넓혀가며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다시 군병원에 재입원도 했습니다.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재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시간이었습니다. 집에서 보내온 물리치료 전공서적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하며 제 몸을 대상으로 혼자서 재활법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2010년에 전역을 했습니다. 전역을 하고 나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등산이나 산에 있는 운동기구들을 이용하여 재활에 힘을 쏟았습니다. 제가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집중한 것은 바로 하체의 힘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중심점을 만들고, 상체의 균형과 움직임을 통합해가며 필요한 근력을 찾아주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만약 운동 도중에 다리의 힘이 빠진다 싶으면 일단 앉아서 발바닥으로 땅을 미는 연습을 하며, 제 몸을 다시 세우는 연습을 자주 했습니다.

집에서는 악력기를 가지고 수시로 운동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잡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운동을 하기가 힘들어 필사적으로 악력기를 이용해 손의 힘을 길렀습니다.

그 외에 필요한 재활운동은 책을 보고 하나하나 제 몸에 시도해 보면서 적용시켜 나갔습니다.

2010년 당시에는 유튜브나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하고 익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제가 많이 했던 구체적인 운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가 천천히 앉는 운동입니다. 사실 의자에 앉으려다가 다리의 힘이 풀려 넘어진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부족한 하체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천천히 앉는 연습을 자주 했습니다.

이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서는 것보다는 앉을 때 더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엉덩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인지하며 끝까지 다리의 힘을 풀지 않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걷거나 앉을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지주막하 뇌출혈 수술 후 사지가 마비됐던 이용석 님은 필사적인 재활 훈련을 통해 마비 증상을 이겨내고 물리치료사까지 됐다.

둘째, 교각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명칭은 어렵지만 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누워서 발을 바닥에 붙이고 다리를 구부린 다음 엉덩이를 들어주면 끝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는 천천히 내려가는 것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본인이 올릴 수 있는 만큼만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괜히 욕심을 부려 올렸다가는 허리 통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수시로 한 운동으로, 작은 물건을 잡고 놓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손의 힘이 빠지다 보니까 흘리거나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꾹 잡았다가 천천히 손을 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도 잡는 것보다 놓을 때입니다. 손을 완전히 다 펼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손의 근력을 키워놓으면 다른 운동을 하더라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운동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지금 물리치료사가 되어 환자들을 치료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스스로에게 적용했던 치료법을 사용하다 보니, 오죽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 물리치료사조차도 책에 없는 신기한 기법을 쓴다며 놀라워하니까요.

뇌출혈을 극복하고 물리치료사가 되기까지

2011년! 저는 그토록 원하던 목표를 이뤘습니다. 완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지마비로 고생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 기쁨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세상에 새로 태어난 듯했습니다.

물론 앞서 얘기한 재활운동도 있지만, 저는 그 비결 중 하나가 ‘마인드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중요하니까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안 된다고 포기했으면 결코 이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분명 좋아질 수 있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려했습니다.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시켰습니다.

이 같은 마인드 덕분이었을까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재활운동에 매진하면서 몸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학교에 복학도 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2012년에 국가고시 시험을 치고 물리치료사까지 됐습니다.

비록 원래 꿈은 아니었지만 물리치료사가 된 지금 너무나 만족스런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지마비까지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환자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저만의 장점일 것입니다.

특히 사지마비를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동안의 임상 경험은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몇몇 후유증은 남아 있었습니다. 감각이 저하되거나, 갑작스런 마비가 나타나거나, 알 수 없는 통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발목 관절에 경미하게 마비 증상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두개천골요법 즉 CST라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대부분의 후유증은 호전된 상태입니다.

제가 환자였던 경험이 있기에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물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물리치료법이든 제 몸에 먼저 적용시켜보고 괜찮은 방법이라면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방법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물리치료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물리치료사로 살고 있습니다.

지주막하 뇌출혈을 극복하고 물리치료사가 되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금의 제가 더없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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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용석 씨는 20대에 뇌출혈을 이겨내고 물리치료사가 됐다. 다양한 환자들을 케어하기 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같은 케이스의 환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용석(물리치료사) ngga32472@naver.com

#이용석 #건강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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