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OECD 보건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질병으로 인해 아픈 기간을 제외한 수명, 즉 건강수명은 66.3세였다. 간단한 뺄셈을 해보면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사는 ‘유병수명’도 알 수 있다. 결과는 꽤 암울하다. 골골대며 사는 기간이 무려 17.2세로 예상된다.
어떻게든 유병수명을 줄이고 싶다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안전하고 돈도 들지 않는 걷기 운동은 유병수명을 줄여주는 핵심 건강습관으로 꼽힌다. 한국워킹협회장 오한진 박사가 밝히는 걷기 운동의 진가를 자세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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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TV 건강 프로그램을 즐겨봤다면 오한진 박사는 친숙한 의사다. <비타민> <아침마당> <생로병사의 비밀> <라디오 주치의 오한진입니다> <TV정보쇼 알짜왕> 등 20년 넘게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어려운 의학 지식과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내 왔다. 다양한 건강 주제에 대해 실생활에서 필요한 조언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곁들여 시청자에게는 친절하고 친근한 의사로 통한다.
<면역 파워> <중년 건강 백과>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등과 같은 건강도서를 통해서도 알짜 건강 정보를 소개한 바 있다. 다방면에서 국민건강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대한가정의학회 공로상> 등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가정의학회 회장,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오한진 박사는 지난해 새로운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장으로 취임해 걷기를 통한 전 국민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걷기 운동 홍보에 힘쓰고 있는 오한진 박사에게 걷기 운동의 중요성과 바르게 걷는 법을 묻고 답을 들어봤다.
Q. 회장으로 활동 중인 한국워킹협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오한진 박사: 한국워킹협회는 ‘걷기가 건강을 살린다.’라는 모토로 건강한 걷기와 제대로 된 걷기를 홍보하는 단체입니다. 걷기 동호회를 만들어 같이 즐기는 걷기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매일 걷고 있는데 따로 걷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잘못 걷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워킹협회에서는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지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하는 걷기 운동도 진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Q.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걷기의 건강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오한진 박사: 사람은 움직이는 동물이고 걷지 않으면 신체를 움직이기 매우 어렵습니다. 걷기는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입니다.
현대 사회는 먹거리가 넘쳐나고 열량이 높은 음식이 많습니다. 과식이나 영양가 높은 식사로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기계 문명의 발달로 신체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운동 부족과 과식은 대부분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러면 여분의 영양분은 혈액 속에 당이나 지방이라는 형태로 쌓여갑니다. 당분이 많으면 고혈당이 되는데 이 증세가 악화되면 당뇨병이 됩니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고지혈증이 됩니다.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증이나 심근경색증과 연관이 높습니다.
걷기는 당뇨병을 예방하고 혈압을 내리며 살을 빼는 효능이 탁월합니다. 중년 이후에는 심장, 뼈 그리고 심폐 기능을 증진하는 유산소 운동이 좋은데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다른 운동보다 부상이 적으면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걷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면 신체적 불균형으로 몸이 틀어져 발목, 무릎, 골반, 코어근육, 허리, 목, 머리 등 신체 모든 곳에 문제가 생깁니다. 반드시 바르게 걷는 법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하고 잘못된 걷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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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주치의 오한진 박사는 한국워킹협회장으로 활동하며 걷기를 통한 전 국민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
Q. 어떻게 걸어야 바르게 걷는 걸까요?
오한진 박사: 바르게 선 자세에서 얼굴은 약간 위를 보는 것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이 자세에서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다리를 힘들지 않을 정도로 벌려가면서 걸어야 합니다. 발은 뒤꿈치부터 닿고 발을 누르며 앞 발꿈치로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발이 너무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발의 한쪽 뒷굽으로 힘이 실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발의 아치가 무너졌거나 낮은 사람은 신발 안쪽에 보조 도구를 착용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다 걷고 나서는 발바닥을 세밀하게 마사지하거나 만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발바닥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Q. 건강을 위해서는 얼마나 걸어야 하나요?
오한진 박사: 일반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걸어야 합니다. 따로 정해진 시간은 없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시간을 정하면 됩니다.
‘적어도 한 시간은 걸어야 한다.’, ‘하루 만보는 걸어야 좋다.’와 같은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나의 걷기 형태와 건강 수준을 확인하고 그에 알맞게 걷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금방 싫증이 나고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단조로운 곳보다는 넓고 변화가 있는 곳에서, 안전하고 평탄한 곳을 골라 지속해서 걸으면 됩니다.
한국워킹협회에서는 ‘530운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정도 걷는 운동입니다. 저강도 운동인 걷기를 장시간 하는 것은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단시간 하는 효과를 뛰어넘습니다. 530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만 해도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수많은 의학 논문에서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성인병 치료법은 바로 일주일에 5일, 30분씩 걷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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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한진 박사는 바르게 걷는 법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하고 혹시 잘못된 걷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Q. 갈수록 걸을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걸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걷는 시간을 늘릴 방법을 알려주세요.
오한진 박사: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걸으면 좋겠습니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많이 걷게 됩니다. 출퇴근할 때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 것도 추천합니다. 계단을 걷는 것도 일상에서 더 많이 걸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매일, 누구나 걷고 있다고 걷기를 얕보지는 말자. 한 걸음을 떼는 순간 우리 몸속의 200개 이상의 뼈와 600개 이상의 근육이 일제히 움직이고 모든 장기가 활동을 시작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은 매우 신비롭고 과학적인 움직임이다.
오한진 박사는 “남이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없다.”며 “내가 시작해야만 운동이 된다.”고 강조한다.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일어나서 걷기 시작해 보자. 걷지 않으면 건강도 없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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