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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낀 세대의 비애 중년 남성 우울증 탈출 전략2022년 10월호 p61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우울증은 시대 구분 없이 나타난다. 성공과 실패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난과 부귀도 차이가 없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지난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공식 환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코로나 블루’로 급증했다.

국민 40명당 1명꼴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0년째 자살률 1위다. 한 설문조사에서 성인의 절반가량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의 자살 충동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우울증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특히 더 우울한 세대가 있으니 바로 중년 남성이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 벗어날 출구는 과연 있을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일반인의 10%가 겪는다. 발병률은 남자보다 여자가 3배 높다. 우울증은 강도와 기간으로 구분한다.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해야 한다. 의욕이 없고, 밥맛이 없고, 머리가 멍하다. 흥미·재미·의미를 잃고, 무기력·죄의식·공허감에 시달린다.

중년은 40~65세다. 생(生)의 중간에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의 통합된 삶을 꿈꾸는 시기다. 한국의 중년 남자는 우울하다. 위 세대를 책임지고 아래 세대에 도전받는 ‘가운데 낀 우울한 세대’다.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상처에서 온다.

스트레스와 상처는 다르다. 스트레스는 진행 중인 부정감정이고, 상처는 굳어진 부정감정이다. 스트레스와 상처는 나쁜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극복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상처는 승화하면 행복감이 생긴다. 힘든 만큼 성장하고, 아픈 만큼 성숙한다.

우울증은 에너지 소진(Burnout)에서 온다.

힘든 스트레스가 오래 가면 모든 에너지가 바닥난다. 우울증은 에너지 울혈(Depression)에서 온다. 아픈 상처가 오래 가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모든 외부자극을 차단한다.

감성적인 남자는 우울증에 취약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통제하려 한다. 감정보다 기분을 중시한다. 기분전환을 잘한다. 과거 부정감정과 연결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상처가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해결되면 부정감정은 사라진다. 스트레스 통제에 실패하면 불안증이나 강박증에 빠진다.

감성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이해하려 한다. 기분보다 감정을 중시한다. 감정이입을 잘한다. 과거 부정감정과 연결한다. 스트레스는 상처가 된다. 상처가 치료되면 긍정감정이 생긴다. 상처 치료에 실패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수용적인 남자는 우울증에 취약하다.

공격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제거하려 한다.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투르다. 작은 스트레스도 못 견디고 쉽게 폭발한다. 남 탓으로 돌린다. 죽을 것 같다가도 해소되는 순간 좋아진다. 스트레스 제거에 실패하면 불안증이나 공황증에 빠진다.

수용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들인다.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 스트레스를 상처로 바꾸어 오랜 스트레스에도 잘 견딘다. 내 탓으로 돌린다. 상처가 치료되지 않고 계속 쌓이면 외부자극을 차단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우울증은 가치 혼란과 의미상실에서 온다.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 사회적 성공이다.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는 성공이다. 잇따른 실패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연이은 성공도 또 다른 목표가 없으면 공허감에 빠진다. 의미 없는 가치 추구는 공허하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정의 행복이다. 의미는 시대와 무관하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의미에 집중하면 우울감에 빠진다. 우울감은 연민감과 자비심의 원천이다. 가치 없는 의미 추구는 허망하다.

남성의 우울증은 심각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국은 아직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쉽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지 못한다. 남자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수치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마땅히 소통할 만한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감정표현도 미숙하다. 초기 우울 증상을 술과 담배로 해결하려 한다. 일시적 효험은 있지만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쌓인 정서는 폭발 직전에 이른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중년 남성 우울증에서 탈출법

중년 남성의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가치를 점검하자. 유명한 외과 의사가 정년퇴직을 하게 됐다. 제자들이 잔치를 마련했다. 끝날 즈음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제자들이 왜 우시는지 물었다. “나는 어려서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의사로 성공했다.”

그동안 내가 추구한 가치는 무엇인가? 앞으로 내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성공하는 것보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실패하는 것이 낫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참 나(Self)를 찾는 것이다. 생로병사, 모든 게 다 공(空)이다.

둘째, 중독을 조심하자. 한 사람이 낭떠러지에 미끄러져 넝쿨을 잡고 겨우 살았다. 그런데 넝쿨을 흰쥐와 검정 쥐가 쏠고 있었다. 마침 바로 위에 벌통이 있어 꿀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달콤한 꿀에 빠져 그만 모든 것을 다 잊었다. 현대는 중독의 시대다. 중독은 살맛나는 상태다. 스트레스와 상처로 힘들 때 중독으로 도망가기 쉽다. 우울증으로 힘들 때 중독으로 회피하기 쉽다. 도처에 중독으로 유혹하는 대상이 많다. 술·성(性)·도박·마약·게임 등에 중독된다. 운동·일·여행·취미·종교 등 건전한 중독도 있다.

셋째, 의미를 점검하자. 빅터 프랭클은 의미치료의 창시자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태계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날마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 환자를 열정적으로 돌보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전해진다.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딘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앞으로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인생은 채우러 온 것도 아니고, 비우러 온 것도 아니고, 배우러 온 것이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희로애락, 모든 게 다 고(苦)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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