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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2022년 6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제공 | 강남세브란스병원】

“췌장암 예방하려면 금연하고 적정 체중 유지하세요!”

췌장암과 담도암에는 늘 ‘난치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췌장이 뭔지, 담도가 뭔지는 몰라도 췌장암이나 담도암은 예후가 매우 나쁘고 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안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 내외이다. 현대의학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췌장암은 치료 성과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다른 암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진행이 빨라서 조기 진단이 힘들다.

하지만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췌장 및 담도 질환 치료내시경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도 췌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법을 연구하는 의사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더 좋은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도 열정을 쏟아왔다.

끝없는 노력을 통해 많은 이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온 이동기 교수에게 췌장암·담도암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을 들어봤다.

‘완치’를 강조한 진짜 이유

우리나라에서 췌장암과 담도암 및 담낭암의 암 발생률은 각각 8위, 9위(국가암정보센터 2019년 암종별 발생 현황 기준)다. 췌장암과 담도암은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폐암, 위암, 대장암보다는 관심이 덜한 편이다. 관심은 정보의 질이나 양과도 연관이 있다. 췌장암 및 담도암 환자와 보호자는 인터넷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제대로 된 치료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기 교수가 최근 펴낸 <췌장암·담도암 완치 설명서> 개정판이 더욱 반갑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확한 치료 정보와 최신 지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동기 교수는 이 책이 투병의 길잡이임과 동시에 희망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췌장암의 경우 효과적인 항암제의 등장이 가시적이고 담도암은 예전에는 수술할 수 없었던 진행된 암도 최근에는 수술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암제뿐 아니라 면역치료제와 맞춤 치료법도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췌장암과 담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단과 치료가 어렵지만 결코 치료를 포기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완치가 쉽지 않은 암임에도 ‘완치 설명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투병해서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혹시 췌장암·담도암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라면 이동기 교수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동기 교수만큼 췌장암·담도암 정복을 위해 수십 년간 쉬지 않고 노력한 의사는 드물기 때문이다.

도전하면 최초가 되는 의사

이동기 교수는 췌장 및 담도 질환 치료내시경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과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담도가 막히거나 돌이 있거나 췌장에 병변이 있으면 개복해서 수술을 했는데 지금은 치료내시경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동기 교수는 치료내시경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항암제 방출 금속배액관을 개발했다.

황달은 췌장암과 담도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췌장암과 담도암이 담도를 막아서 담즙이 흐르지 못하면 황달이 발생한다. 이때 내시경을 이용해 막힌 담도에 배액관(스텐트)을 삽입하면 답즙을 흐르게 해줄 수 있다. 이동기 교수는 내시경으로 배액관 삽입술을 하면서 획기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배액관이 막힌 곳을 뚫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 효과까지 있으면 암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액관을 감싸는 피막에 항암제를 첨가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항암제가 방출되는 금속배액관을 개발했습니다.”

▲ 이동기 교수는 국내외 학회에서 내로라하는 췌장 및 담도 질환 치료내시경 권위자다. 세계 최초로 항암제 방출 금속배액관을 개발하기도 했다.

배액관의 안전성과 효과를 시험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진행되었으며 학술지에 임상 결과들이 게재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위부 담도암에서 암의 크기가 줄어드는 국소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배액관과는 차원이 다른 기능성 배액관의 등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현재 상용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기 교수의 최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석을 이용해 막힌 담즙관을 뚫는 자기압축문합술에 성공했다. 자기압축문합술은 답즙관 협착 시 자석이 지나갈 통로를 확보한 후 자석을 문합부와 그 맞은편에 위치시켜 자석 사이에 위치한 조직이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괴사하면서 떨어지도록 하는 시술이다. 93%의 환자가 이 시술로 담즙관을 뚫어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았다.

2021년에는 조직학적 세포진 진단이 어려운 특정 암세포를 감별하는 신규 바이오마커 MARS1 항체를 활용한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이동기 교수가 주도한 담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활용 진단키트의 상용화는 국내 최초 성과다.

또한 6~7년 전부터는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면역마커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인 만큼 절실한 마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췌장암 예방은 금연, 체중 조절 필수!

대부분의 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췌장암은 대표 격이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서 진단할 시점에는 80% 이상이 전이 능력이 있는 상태다. 이동기 교수는 다음 3가지 증상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 통증이다. 췌장암은 복통과 함께 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상복부 통증이 있는데 위·대장 내시경에서는 특별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췌장암일 수도 있다.

둘째, 황달이다. 통증 다음으로 흔한 증상이다. 황달은 의외로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다. 소변 색이 변하는 황달이 나타났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셋째, 체중 감소다. 대개 3~4개월 동안 체중의 10% 정도가 줄어든다.

“3가지 증상 외에 고령이고 가족력이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고령의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70%가 당뇨병을 진단받고 2년 이내에 췌장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금연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2배가량 높다. 비만이면 췌장암 발생률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1.2~3배 높고, 체질량지수의 수치가 증가할 때마다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

담도암 역시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황달이 나타난다. 또 가려움증, 복통, 체중 감소, 발열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 이동기 교수는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금연과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검진에 흔히 포함되는 복부 초음파검사는 담도암과 담낭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담도가 늘어나 있다고 하거나 담낭벽이 두꺼워졌다는 소견이 나오면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암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담도암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간흡충증(간디스토마)이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감염된다. 간흡충에 감염된 사람은 담도암 발생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5배나 높다. 예전에는 민물고기를 날로 즐겨 먹었는데 지금은 안 먹는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설명 속에 담긴 희망

귀에 쏙쏙 들어오는 차분한 설명은 이동기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다. 설명 열정도 연구 열정 못지않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설명을 잘해 주는 친절한 의사로 정평이 났다. 제자들에게도 늘 환자에게 진심을 담아 명확하게 설명해주라고 조언한다.

예후가 좋든 나쁘든 이동기 교수가 환자에게 전하는 설명 속에는 매번 같은 진심이 담겨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의사로서 지난한 치료 과정을 초인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견디고 극복하는 환자와 그 가족을 대할 때면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반대로 ‘난치’라는 두 글자에 갇혀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구보다 설명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래서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던 자리에 희망을 채워 넣고 싶다.

이동기 교수의 바람대로 절망보다는 희망을, 포기보다는 용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부디 많아지길 바란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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