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게 하는 법칙 3] “당신의 자녀도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다사랑중앙병원 김태영 원장】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자주 하게 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너는 도대체 누굴 닮아 그러니?”

자식이 부모의 속을 썩일 때 푸념처럼 하는 말이지만,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으니 생김새는 물론이고, 체질, 성격적 기질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알코올 의존증도 유전될까요? 술을 끊게 하는 법칙 3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알코올 의존증은 유전될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다거나, 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과도한 음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들의 자녀도 커서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든, 후천적인 양육 환경이나 술을 접하게 되는 집안 환경 때문이든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코올 중독 부모의 자녀들은 알코올 의존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한국인의 알코올 분해 효소 유전자와 알코올 의존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내 두 가지 효소인 ADH(알코올 분해효소)와 ALDH(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유전자 특정 배열로 인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최고 9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DH와 ALDH는 우리 몸에서 술을 분해하는 중요한 효소입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우선 ADH가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토 등과 같은 숙취 증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입니다. 이것을 ALDH가 무독성인 아세테이트와 물로 분해해 주어야 숙취가 해소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ADH와 ALDH 두 가지 효소의 활성도, 민감도와 같은 특징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인과 비교해 ALDH가 많아 알코올의 분해가 빠르기 때문에 숙취를 잘 느끼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음주로 인한 긴장의 이완이나 행복감은 크게 느끼고, 숙취의 원인인 독성물질은 빠르게 대사시키는 유전적 특징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과음하게 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유전적 특징은 자녀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알코올 문제는 유전성이 높은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

최근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 유전학 교수팀이 <네이처> 신경과학에 발표한 논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과 같이 ‘문제가 되는 음주(problematic drinking)’와 연관성이 있는 유전적 변이 19개를 추가로 발견해 총 29개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알코올 중독의 유전적 연관성이 더 확실해졌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의 유전적 경향성은 쌍둥이 입양 연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입양된 가정의 음주 문화나 양육 환경과는 상관없이 친부모와 같은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4배 이상 높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일란성 쌍둥이에게서는 54%, 이란성에서는 28%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부모의 음주 습관과 같은 환경적 영향 역시 알코올 의존증 발병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를 증명하듯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 입양된 아이가 나중에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3~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술을 마시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아! 술은 저렇게 마시는 거구나.’라고 인식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음주 습관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됩니다.

본원에 입원 중인 환자 중에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서 ‘난 절대 아버지처럼, 혹은 어머니처럼 술에 취해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술을 접하게 되고, 점차 술이 늘게 되면서 어릴 적 자신이 그렇게나 싫어하고 미워했던 부모의 모습이 자신에게서 나타나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똑같이 대하게 되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의 알코올 의존증 대물림을 끊어 내기 위해 열심히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당신의 음주 문제를 자녀에게 물려주시고 싶으십니까?

아직도 ‘어른에게 술을 배워야 한다.’라며 술을 권하고 있으십니까? 알코올 중독이라는 평생의 짐과 멍에를 가장 사랑하는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거울 앞에 서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김태영 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료 후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알코올중독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김태영 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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