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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불쑥불쑥 치솟는 분노 ‘처방전’2020년 12월호 134p
  •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 승인 2020.12.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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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우울이라는 증상을 가진 우울증(기분장애)을 치료하는 ‘항(抗)우울제’, 불안이라는 증상을 가진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항(抗)불안제’를 통해 정서의 문제가 바로 질병으로 그리고 치료약으로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있는 분노라는 정서는 분노장애로 진단하지 않는다. 더구나 분노를 치료하는 ‘항(抗)분노제’는 개발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요즘 같이 분노가 시도 때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때, 질병으로 진단조차 되지 않고 병원이나 약국에서 치료제를 찾을 수도 없는 이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정서는 원래가 기능적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닌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정서다.

저항하기 어려울 때는 잠시 피하라는 의미에서의 ‘우울’이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예측하면서 생기는 ‘불안’이나, 손해 보지 말고 이겨내라는 의미에서의 ‘분노’ 모두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에 기반한 감정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없애거나 치료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분노는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기본적인 정서다. 그리고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분노가 스스로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조절이 되지 않으면 공격적이고 파괴적으로 바뀌고 타인에게, 사회에게,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분노와 관련된 연관어를 보면 분개, 울분, 원한, 골, 짜증, 난폭, 공격성, 노여움, 미움 등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신의학에서도 화와 관련된 용어로, 분노(anger)는 화난 정서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적개심(hostile)은 타인에 대한 부정적 느낌의 태도이며, 공격성(aggression)은 화에 행동이 동반되는 것이고, 충동(impulsivity)은 화에 대한 기질이나 인지를 의미한다.

분노라는 기능적인 정서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고, 또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정적인 문제가 될 때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최소한 중립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장애나 질병으로 이행된다.

분노의 위험성

분노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인체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노는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노 촉발 이후에는 분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양상으로 변화를 하게 된다. 분노가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지고, 좌절되면 불안이나 우울과 같이 다른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이행된 감정은 불안장애나 기분장애 같은 명확한 질병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정작 시작은 분노이지만 결과물은 불안과 우울이며, 정신장애로 진단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장애의 분류나 진단에서도 분노는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신장애 진단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 정신과 클리닉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있겠지만, 분노사회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의학적으로 고혈압을 중심으로 하는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련성 등은 무시할 수 없다.

다음은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잠을 자려고 하는데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다음 날 중요한 미팅이 있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유달리 소리가 시끄러워서 화가 났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짜증과 동반된 분노다. 잠시 동안의 짧은 생각으로 위층 소음의 원인이 추론되면 더 이상 분노가 증폭이 되지 않는다.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노와 짜증의 단계로 접어들면 생각은 더욱 복잡해진다. 다음 날이라도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겠지만, 이것이 반복되어 견디다 못해 지쳐버리면 우울이 되고, 언제든지 소음이 발생할 것이란 생각이 들면 불안이 생긴다.

반복되는 분노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두통이나 불면증 같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지어 위층으로 올라가 싸움이 붙기도 한다.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분노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여러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 증상이나 질병, 심지어 폭력과 같은 행동으로 드러나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분노와 화병

화병은 분노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억울하고 분함에서 시작하여 분노의 폭발과 관련이 있으며, 치밀어 오름이나 답답함 등의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여 우울증이나 신체형 장애로 진단되기도 한다.

화병을 과거의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시작된 분노로부터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하면 화병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병의 증상인 억울하고 분함, 가슴 답답함, 치밀어 오름과 열감 등은 분노와 관련이 높다. 분노에서 시작하여 우울이나 불안,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의 변화 역시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다.
화병은 분노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평가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된다. 더구나 치료법과 함께 치료제까지 있으니 분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층간 소음에서 비롯된 분노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화병의 치료는 분노의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분노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증상이 조금 조절되면 힘들 때와 견딜 만한 때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정도의 안정을 찾을 수 있으면 무작정 화를 내기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된다.

셋째, 궁극적으로는 층간 소음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겠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분노하지만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생리적인 현상으로의 분노만 남고, 병리적인 증상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이다.

분노는 스트레스 장면에서 일차로 겪게 되는 정서이고, 이어서 불안과 우울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노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화병은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고, 화병과 분노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전반에 대하여도 그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다.

한마디로 화병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분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김종우 교수는 한의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이며, 강동경희대한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다. 명상전문가, 상담가, 여행가 및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과 명상 여행에 대하여 꾸준하게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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