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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나의 결혼생활 최고의 배신감은?2020년 12월호 9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원장】

전도연은 박신양에게 외친다.

“다른 여자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니 맘속에서 날 재껴 놓는 것도 나한텐 배신이야!”

영화 <약속>의 유명한 대사다. 영화에서는 배신이란 말로 깊은 사랑을 표현하지만 현실에서는 주로 다르게 쓰인다. 상대가 뒤통수를 쳤을 때 배신이라는 말로 분노를 표현한다. 신뢰로 맺어진 부부 사이라면 배신감을 해결하지 못해 헤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문제는 배우자가 작정하고 속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 배려, 예의 등이 부족해도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혼자의 뒷목을 잡게 한 ‘최고의 배신’을 알아봤다.

CASE 1. 남편의 진심을 믿었던 아내 이야기

은화 씨(가명)는 어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시작은 별거 아닌 부부싸움이었다. 차츰 감정이 격해지자 남편은 “장모님이 이혼당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빈정댔다. 어머니와 은화 씨가 성격이 똑같다는 의미였다. 은화 씨가 말문이 막힌 사이 남편은 결정타를 날렸다. “나도 장인어른처럼 마누라, 자식 다 버리고 새장가 갈지 누가 알아? 그러니 그만 좀 숨 막히게 해!”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다.

10년 전 겨울, 결혼을 망설이는 은화 씨에게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겠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주겠다.”고 말하며 청혼했다. 진심 같았다. 자신의 상처를 알아주는 말에 흔들렸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했고, 10년 만에 남편의 진심을 알게 됐다.

이혼 당시 5살이었던 자신과 2살 동생을 모른 척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버지였다.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장사하는 어머니를 돕고 공부하며 악착같이 살았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이었다. 그런데 상처를 약점 잡아서 어머니까지 모독하고 아버지 편을 들다니. 그런 남편을 믿고 의지한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부부싸움 후 남편은 코까지 골고 잤지만 은화 씨는 밤을 꼴딱 새웠다. 하룻밤 사이 남편은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CASE 2. 아내의 비밀을 알아버린 남편 이야기

며칠 전 대학생 아들이 정철 씨(가명)에게 물었다. “아빠, 나는 뭐 사 줄 거야?” 뜬금없는 소리에 무슨 말이냐고 묻자 아들이 뜻밖의 소리를 했다. 아들과 동갑이라 친하게 지내는 처조카가 장인어른의 유산으로 고가의 노트북을 샀다는 거였다. 몇 달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이후로 지금까지 유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마침 아내가 안방에서 나왔고 아들이 물었다. “엄마, 외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나 뭐 사 줄 거야?” 순간 눈빛이 흔들린 아내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들은 다시 처조카 이야기를 했고 아내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들은 돈을 받았는데 주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투덜댔다. 옥신각신하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정철 씨는 아내가 자신 몰래 돈을 받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밖으로 나온 정철 씨는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차로 오라고 했다. 30분 후 차에 탄 아내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다. 아내는 순순히 비상금을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오빠와 남동생을 원망하지 말라고도 했다. 자신이 정철 씨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25년간 뼈 빠지게 일해서 받은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준 정철 씨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편하게 사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이 악물고 일한 정철 씨였다. 그런데 돌아온 게 이런 대접이었다. 너무도 큰 배신이었다. 아내의 가족도 모두 한통속이었다. 아내도 아내의 가족도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당장 아내에게서 월급 통장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황당해 할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남편과 아내, 이럴 때 배신감 느낀다!

신뢰는 결혼생활에 꼭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신뢰가 없다는 것은 불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뢰가 없으면 평범한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눈이 생기고 배우자의 진심이 와 닿지 않는다. 자꾸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나마 있던 애정까지 사라진다.

부부의 신뢰를 깨는 주범은 주로 배신감이다. 믿었던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원장은 상담소를 찾은 부부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배신감을 느꼈다고 소개한다.

1. 자신의 사정을 밝히고 결혼했는데 그 사정을 문제 삼을 때

배우자를 믿어서 적은 월급, 늦은 퇴근, 부모님 생활비 지원, 지병, 능력 등 자신의 사정을 밝히고 결혼했는데 그 점을 꼬투리 잡고 문제 삼으면 배신감을 느낀다.

2. 모르는 빚이 있을 때

배우자가 낸 빚, 시댁 혹은 처가댁에서 진 빚을 말하지 않았거나 금액을 줄여서 이야기했을 때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3.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적사항을 속였을 때

경제력, 결혼 전력, 직업, 성격, 가족 정보, 복잡한 이성 관계 등을 속이면 배신감이 든다.

4. 동의 없이 돈을 썼을 때

동의 없이 처가댁이나 시댁에 금전적인 지원을 했거나, 대출을 받았거나, 배우자 마음대로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산 경우라면 배신감이 밀려온다.

5. 외도했을 때

외도는 그 충격과 배신감이 오래가고 전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6. 예전과 많이 달라졌을 때

예전과 달리 애정표현이 확 줄어들거나, 집안일을 소홀히 하거나, 가정은 등한시하고 일에만 열중할 때 배신감을 느낀다.

7. 원가족을 무시했을 때

결혼 전에는 배우자의 원가족과 잘 지낼 것처럼 하다가 결혼 후에 무시하거나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배신감이 든다.

바람, 빚, 경제력, 원가족 등을 속여서 배우자에게 상처와 배신감을 주면 그것은 결혼생활 내내 불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면 계속 배우자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

김미영 원장은 “속은 배우자는 무슨 일이든 피해 의식이 작동해 속았던 일과 연관 짓고 때로는 억압된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부부 불화와 불행을 키운다.”고 말한다.

“속여서 미안해” 배신감 지우고 사랑 채우고 싶다면…

배우자가 준 배신감은 크든 작든 상처가 되어 깊이 박힌다. ‘이제 달라지겠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지.’라며 믿어보려고 해도 문득문득 그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배우자에게 배신감을 줬다면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첫째, 배우자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고 진정한 사과를 한다. 변명이나 합리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
둘째, 배우자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한다. 배우자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셋째, 배신감을 느끼고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애쓰는 배우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단 배우자의 노력을 완전한 용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섣불리 없던 일처럼 행동하는 것도 배우자에게 다시 상처를 줄 수 있다.

“넌 나에게 배신감을 줬어!” 그럼에도 아직 사랑한다면…

배우자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면 분노와 실망에 휩싸여 공격적으로 대하기 쉽다. 화가 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배우자가 용기를 내어 사과하기 어려워진다.

김미영 원장은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라며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불안해하는 배우자도 그런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용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배신감은 느꼈지만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첫째,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하고 사과를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사과하면 그 진심을 알아준다.

둘째, 자신의 아픈 마음을 솔직하게 알리고 위로받는다. 배신 당한 감정을 배우자에게 털어놓고 배우자가 그 마음을 이해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셋째, 배신감을 준 일로 인해 관계 정리, 정산, 배상 등이 필요하다면 부부가 협력한다. 잘못은 했지만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배우자가 모른 척하면 상처받는다. 배신을 배신으로 갚지는 말자.

김미영 원장은 부부갈등, 가족갈등 상담전문가다.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법학사이며 서울동부지방법원 이혼상담위원, 한국가족복지학회 상임이사, 여성가족부전문강사연합회 상임대표, KBS·MBC·SBS 상담자문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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