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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21세기 화병의 3가지 특징2020년 10월호 102p
  •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 승인 2020.10.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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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20세기, 먼 과거가 아닌 1990년대 화병 연구를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책을 출간한 지 얼마 안 되어 화병이 주목을 받던 시점에 화병은 곧 사라질 질병이라는 견해를 가진 기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앞으로 화병은 줄지 않을까요? 이제 참는 사람이 있겠어요?”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오랜 기간 동안 참아서 생긴 병이다. 비록 화와 분노처럼 치밀어 오르고, 끊어 오르고, 또 폭발을 하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 내면에는 참고 또 참는 내면의 기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화병은 울화병의 준말이다. 울이라는 쌓는 원인이 깔려 있고, 화라는 폭발의 결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시대가 바뀌면 이렇게 쌓아 놓는 환경이 줄어들 것이기에 화병도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질 병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화병 양상은 달라졌다. 이전과 다른 변종으로 더욱 강력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쌓는다는 것은 매우 짧은 시간에도 폭발이라는 양상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참거나 쌓아두는 것 자체가 아예 없이 곧장 폭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이전 같으면 참고 참는 과정에서 몸이 병들어서 여기저기의 불편한 신체 증상을 주로 호소하였다면, 요즘은 폭발이라는 양상을 통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동이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해가 커지고,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과 같이 “화병이 줄어들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화병의 양상이 바뀐 것이죠.”라고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온다.

21세기 화병의 특징 3가지

20세기의 고전적인 화병에 비하여 21세기 화병의 특징을 보면 화병의 변화된 모습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첫째, 참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 분노 폭발에 대한 누적된 에너지는 없이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분노가 폭발될 준비가 되어있다. 기본적으로 삶 자체에 스트레스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늘 분노 폭발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병의 진단에서도 이전에 있었던 6개월 이상의 스트레스라는 기준은 무의미해졌다.

둘째, 화병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분노 폭발은 ‘anger out’으로 표현이 된다. 분노를 안에서 삭이는 것을 ‘anger in’이라고 칭하는 것에 대비되는데, 분노를 참게 되면 가슴 답답함, 얼굴의 열감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분노 폭발은 언어적, 행동적 폭력으로 드러나게 된다.

셋째, 특정 계층이나 세대, 혹은 성별에서 벗어나서 모든 세대, 계층, 성별에 나타나 화병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예전 화병의 전형적인 사례가 시어머니나 남편으로부터의 스트레스로 인한 주부 화병이라고 한다면, 도리어 며느리로부터 상처를 받는 시어머니 화병을 볼 수 있고, 직장 후배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상사의 모습에서 화병의 역전 현상도 임상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화병의 뿌리는 ‘분노’

한방신경정신과학회가 집필한 <화병 100문 100답>에 소개되어 있는 화병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주위에서 많이 보는 전형적인 ‘주부 화병’과 함께,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 화병’, 폐경과 함께 오는 ‘갱년기 화병’, 학교와 직장에서 벌어지는 ‘학생 화병’, ‘왕따 화병’, ‘직장인 화병’, 중년 여성의 일상에서 모든 것이 상실되어 나타나는 ‘빈 둥지 화병’, 신체질환과 함께 화병도 있는 ‘정신신체 화병’, 화병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순환성 화병’, 홧김에 생기는 ‘급성 화병’, 분노가 치밀어 어쩔 수 없이 폭발하는 ‘격분 증후 화병’, 도대체 용서가 안 되는 ‘용서 못 하는 화병’, 화끈거림과 답답함만 남아 있는 ‘노년기 화병’, 심지어 화병 환자 옆에서 나타나는 ‘화병으로 인한 화병’ 등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화병은 분노의 감정을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분노라는 감정은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첫 번째 반응이다. 그 첫 관문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갈등과 함께 불안이 생기고, 문제 해결에 실패하게 되면 우울로 변하게 된다,

분노, 불안, 우울이 뒤범벅이 되면서 다양한 신체 증상까지 생기게 되면 이른바 의학적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증후군의 환자로 발전하기도 한다. 비록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분노로 시작은 하지만 다양한 정신 및 신체장애로 발전을 하는 것이다.

정신장애는 어떤 한 특정적인 감정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분노에서 시작하여 불안, 우울 그리고 다시 분노로 전변이 된다.

그렇지만 그 첫 번째 관문을 잘 해결하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사전에 차단할 수도 있다. 물론 이와 연관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심한 경우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의 발생과 악화에도 관여를 하게 된다.

자그마한 불씨에서 출발하는 분노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난 화병이라는 정신장애의 첫 관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김종우 교수는 한의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이며, 강동경희대 한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다. 명상전문가, 상담가, 여행가 및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과 명상 여행에 대하여 꾸준하게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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