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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꼭 피워야 할 이유가 있나요?
보건복지부는 2019년 10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 손상 및 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의심사례가 신고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리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키로 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관련 근거가 부족한 성급한 조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발암 위험 등을 저감시킬 수 있는 신기술이라는 시각과 함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상반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는 폐 손상 및 사망사례를 보면 세균감염 등 폐를 손상시킬 특별한 사유가 없고, 액상전자담배를 사용한 공통점이 있다면 일단 액상전자담배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글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책임위원 양기화 의학박사
담배와 같은 기호품의 경우 과학적으로 타당한 연구결과가 없더라도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전예방원칙(precaut- ionary principle)은 위험의 파급 효과가 매우 높고, 비가역적일 가능성이 있을 경우 위험에 대한 과학적 증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의된다.
전통적인 위험정책이 위험이 증명되기 전까지 안전하다는 개념에 기초한다면, 사전예방원칙은 위험의 안전성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위험하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들에서 폐 손상이 생기고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VALI(e-cigarette, or vaping, product use-associated lung injury, 전자담배 또는 배이핑 제품 사용 관련 폐 손상)이라고 하는 이 병은 폐질환 증세를 주 증상으로 하는데 2019년 3월 31일 첫 번째 환자가 보고되었다.
최초 보고 이후로 조금씩 늘다가 6월 말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서 8월 말부터 9월 초에 이르는 동안 하루 9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된 이후로 갑자기 줄어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 사례는 12월 17일 기준으로 현재 2,506건에 이르렀다. 환자들은 특정 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내 50개 주, 컬럼비아 특별구와 푸에르토리코 및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2개의 미국 영토 등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27개 주에서는 45명의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고되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기침, 구역질, 발열 등의 증상을 나타내다가 단시일에 증세가 악화되면서 산소 호흡기를 달 정도로 호흡이 어려워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일부 환자들의 폐 조직은 유독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흡입한 사람에서 볼 수 있는 ‘화학적 화상’과 유사한 손상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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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구역감, 발열,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 동반
전자담배를 비롯하여 전자 물담배, vape펜 등 배이핑(vaping) 제품을 전자 니코틴 전달시스템(ENDS)라고 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e, CBD) 오일,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및 기타 물질과 첨가제가 들어있는 액체로 구성된다. 액상으로 된 vape제제를 가열하였을 때 만들어지는 에어로졸을 흡입함으로써 담배를 피우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THC는 마리화나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마리화나를 피웠을 때 느끼는 소위 ‘하이(high)’라고 하는 절정감을 유발하는 정신활성 성분이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첨가제, 특히 THC 함유 전자담배 또는 증점제 제품의 증점제로 사용된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이 51명의 EVALI 환자와 99명의 건강한 사람의 기관지 폐포 세척액(broncho alveolar lavage, BAL)을 가지고 의심되는 독성물질을 검출하는 실험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51명의 EVALI 환자 중 48명의 기관지 폐포 세척액(BAL)에서 확인되었지만 건강한 비교군의 BAL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각각 1명의 EVALI 환자의 BAL에서 코코넛 오일과 리모넨이 발견되었을 뿐 여타의 독성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실험결과에 따라서 미국 질병통제국은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EVALI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일반적으로 비타민 보충제로 섭취하거나 피부에 바르면 무해하다. 하지만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흡입하면 정상적인 폐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인체에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서 화학물질의 독성 여부가 달라지는 대표적 사례이다.
일반 담배 대체제로는 ‘실패작’
‘전자담배’ 혹은 ‘전자담배를 피우다’라는 뜻의 ‘vape’는 2014년에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정도로 선풍적이었다. vape는 ‘vapour(증기)’, ‘vaporize(증발하다)’를 줄인 단어로 “전자 담배와 같은 기기에서 만들어진 증기를 들이쉬고 내쉰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인다.
전자담배는 2004년 중국에서 금연보조제로 시판된 ‘루옌(如煙)’이 최초의 것이다. 발매 초기부터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전자담배는 본체(배터리)와 기체 변환장치(분무기) 그리고 니코틴 농축액 등을 담고 있는 교체용기(카트리지)로 구성된다.
보건복지부는 금년 1월 19일 내놓은 보도 자료를 통해 2011년에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당시 국내에서 시판 중이던 13개 전자담배 판매회사의 제품 121개에서 유해물질을 정성 및 정량분석을 시행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전자담배에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고순도의 니코틴을 사용한다는데, 제품별로 니코틴 함량 차이가 크고, 니코틴 함량 표기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당 0.012 ~36.15㎎으로 1개피 당 0.05㎎의 니코틴을 함유하는 일반담배 0.24개피에서 723개피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코틴의 치사량은 0.5~1.0㎎/㎏이므로 전자담배에 표기된 니코틴 함량표기만 믿고 다량의 전자담배를 홉입할 경우 호흡장애가 오고 의식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니코틴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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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의 사용에 대하여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혔다.
1. Vaping은 전통적인 흡연보다 덜 해롭다.
2. Vaping은 여전히 건강에 좋지 않다.
3. 전자담배는 전통적인 담배만큼 중독성이 있다.
4. 전자담배는 최선의 금연 도구가 아니다.
5. 새로운 세대가 니코틴에 매료되도록 한다.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세상에 내놓았지만, 끽연가들은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피할 수 있는 대체제로 사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의존성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흡연을 통하여 절정감을 즐기기 위하여 마리화나에 들어있는 THC와 이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는 상술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는 물고기가 멋있어 보여 물에 들어갔다가는 숨을 쉴 수 없어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폐가 손상된다면 물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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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평가책임으로 근무하는 양기화 의학박사는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과를 전공하였다.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2017)>와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2018)> 등을 출간하였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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