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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소리 없이 찾아드는 덧없음, 삶의 허무함에 대하여

【건강다이제스트 | 청담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인지 돌이켜보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하는 허탈감에도 빠진다. 그런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면 일이 재미없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면 외로움이 더해진다. 슬며시 찾아오는 삶의 허무함,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허무함의 감정 뒤에는…

과거 심리학자들은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변화하는 청소년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취직도 하고 가정을 이루는 시기를 성인기 초기라고 표현한다. 직장에서는 자리를 잡기 위해서 죽어라 일을 하고, 집에서는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삶이 없다.

그러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면 인생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만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이 깨지고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면서 잡념이 많아진다. 전월세는 오르고 돈을 불리기도 쉽지 않다. 한 번 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나면 재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노후도 불안하다. 이런 불안이 마음에 확 와 닿는 시기가 중년이다.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는 성취의 기쁨이 허무함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허무함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허무함을 대할 때는 4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① 억지로 채우려 하지 말라. ② 새로운 인생 계기로 삼자. ③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자. ④ 삶의 허무함과 우울함을 구분하자. 왜 그래야 할까?

허무함에 대처하는 4가지 원칙

1. 억지로 채우려 하지 말라

마음이 공허할 때 인간은 무엇인가로 채우게 마련이다. 흔히 거식증 혹은 폭식증이라고 불리는 섭식장애는 마음의 허전함을 먹는 것으로 채우는 데서 비롯된다.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인간에 대한 갈망이다. 마음이 허전해지면서 사람에게 매달리고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의 공허함은 어떤 점에서 아귀와 같다. 아귀는 귀신의 하나로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배가 엄청나게 큰데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늘 굶주림으로 괴로워한다. 물질, 사람, 술로 아무리 채워 넣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아귀의 경우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서는 목구멍을 넓혀야 한다. 인간으로 따지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허전함은 밑 빠진 독과 같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많이 부어도 소용이 없다. 계속 빠져나갈 것이다. 뭔가로 더 채우기 전에 일단 밑 빠진 독을 수선해서 물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인간으로 따지면 안정된 인격을 갖추는 것에 해당될 것이다.

2. 새로운 인생 계기로 삼자

현대의학에서 우울증에 대한 가장 주된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다. 그래서 환자가 허무함을 느낀다며 찾아오면 우울증 진단 기준을 확인한 후 항우울제를 처방할지 여부부터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초 아직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없던 시절 우울증은 멜랑콜리, 신경쇠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칼 융은 우울증을 새로운 인생을 예비하는 심리적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정신분석에서는 꿈에 나타나는 바다, 호수를 무의식으로 해석한다. 바다에 빠져 죽거나, 호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꿈은 무의식에 압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우울증이라는 현상을 의식이 무의식에 흡수되어 죽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일종의 심리적 죽음인 것이다.

사람의 육신은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죽었다가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허무함은 과거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허무함을 무조건 피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더욱 건강한 자아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3.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자

가수 양희은 씨의 노래 중에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냥 올라갈 때는 자신이 현재 오르고 있는 봉우리가 가장 크고 높은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오르고 나면 자신이 오른 봉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고 오히려 자그마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뭔가를 이루어보겠다고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 허탈감이 드는 것이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이토록 고생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이는 그 상태에서 더 높은 봉우리를 향해서 기어오르고 어떤 이는 허무함에 사로잡혀 주저앉는다. 추락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함에 사로잡혀 닥치는 대로 허무함을 메우려고 하면서 몰락하기도 한다.

인생이 잘 풀리고 매사가 뜻대로 될 때는 허무함을 느낄 필요도 시간도 없다. 그러다 곤경에 처하게 되고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허무함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뭔가를 이루고 허무함을 느끼든, 뭔가에 실패를 하고 허무함을 느끼든 마음의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탈진하게 마련이다.

인생을 살다가 겪게 되는 불행은 비행으로 따지면 높은 산에 충돌하는 사고다. 인생을 살다가 깊은 무의식에 빠져 심리적 죽음에 처하게 되는 것은 비행으로 따지면 바다에 침몰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불행도 겪게 되고 슬럼프에도 빠지게 된다. 그때 견뎌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허무함에 대한 면역력을 갖춰야 한다.

4. 삶의 허무함과 우울함을 구분하자

고독, 외로움, 허무함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영어단어가 멜랑콜리다. 멜랑콜리는 우울증의 심리적 증상이다. 심리적 증상에 불면증, 식욕부진, 체중감소, 심한 피곤함 같은 신체적 증상이 더해져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에 걸린 경우 당사자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사건이 해결되어야 우울증도 낫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인이 뭐가 되었건 불을 꺼야 하듯이 우울증 상태가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고 좋아진다고 해서 외부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환자들의 말도 맞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에서 수액도 맞고 영양제도 맞아야지 최소한도의 일을 할 수 있듯이 마음이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에서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음이 강해져야 당면한 문제도 해결하고 허무함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치료를 기피하다 오히려 술, 도박, 약물에 의존하게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허무함도 인생의 한 부분으로~

허무함은 인생에서 모든 것을 이룬 후 찾아오기도 하고 꿈이 좌절된 후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허무함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다. 허무함을 억지로 메우려다 보면 삶이 추락^몰락하면서 절망에 사로잡힐 수 있다.

허무함을 통해서 인생이 더욱 성숙되기도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구창모 씨의 노래 제목처럼 말이다. 허무함이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도 한다. 허무함을 통해서 마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하던 새로운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허무함이 우울증의 단계가 되면 치료를 요하므로 평소 허무함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최명기  harvard33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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