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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희망가] 췌장염에서 췌장암으로…김경렬 화백의 소망“화실 가서 그림 그리고 싶어 맨발걷기도 하고 역기도 듭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평생 그림만 그렸다. ‘나무 연작’ 그림으로 유명세도 얻었다. 붓을 들어야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화가! 그런데 지금은 화실에 가지 못하고 있다. 즐겨 그렸던 유화 대신 수채화를 그린다.

2022년 8월 췌장암 수술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23년 4월에는 췌장암 재발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벌써 1년째다. 암세포는 보이지 않지만 항암치료는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화실에 가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과정이 힘든 유화는 그리기 힘들어 비교적 간편한 수채화를 그린다.

지금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화실에 가서 유화를 그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는 김경렬 화백(68세)을 만나봤다.

2021년 12월에…

자전거 타고 전국을 다닐 때였다. 구파발에서 통영까지 자전거 타고 3일 밤낮을 달리기도 했다. 목적은 단 하나! 전국 각지의 거수목을 보기 위해서였다. 거수목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

화가로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하늘과 땅 가운데 서 있는 나무는 사람의 일생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무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사람의 생로병사와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자전거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오래된 거수목을 찾아다녔던 이유다. 거수목 지도를 만들어 가며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 경상도로 전라도로 전국 순례를 하듯 창작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살아온 지도 어느덧 30여 년! 화가로서 독창적인 예술혼도 불태울 수 있었다. 사실적인 묘사부터 상징과 은유의 나무까지 수천 점의 나무 연작을 선보이며 불세출의 명성을 얻기도 했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잘 때까지 그림만 그려도 싫증이 나지 않았던 김경렬 화백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2021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연말이라 송년회가 잦았다. 창작의 스트레스를 종종 술로 풀 만큼 술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배가 아팠다. 허리가 돌돌 말릴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허리도 못 펴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곧바로 동네병원으로 갔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일산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이유다. 빨리 입원을 하라고 했고, 입원 후 알게 된 병명은… 췌장염이었다. 15일 동안 입원·치료를 하고 퇴원을 하면서 ‘이제 별일 없겠지.’ 했다.

그런데 8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정기 체크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다. 김경렬 화백은 “췌장염이 암으로 바뀐 것 같다.”면서 “2~3기로 추정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췌장암이 생겼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실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췌장암 수술을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경렬 화백은 “2022년 8월 복부를 20cm나 절개해서 장장 13시간 동안 췌장암 수술을 했다.”며 “췌장 머리를 잘라내고, 십이지장도 잘라내고, 담도도 잘라내면서 빈속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예순여섯 나이에 닥친 그 고통은 말로 다 못 한다. 몸을 톱으로 자르듯 고통스러웠다. 몸을 두 동강 낸 것처럼 아팠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곧바로 4개월에 걸쳐 항암치료까지 받으면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김경렬 화백은 “2023년 1월 항암치료가 모두 끝났을 때 더 이상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지 몇 개월 만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변해버린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2023년 4월에 또다시 ‘재발’

수술과 항암치료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스르기 위해 하루하루 안간힘을 쓰던 때였다.

2023년 4월, 정기검진 날이었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또다시 이상한 말을 했다.

췌장 가운데 부분에 암세포가 보인다고 했다. 목과 배 부분에도 암세포가 보인다고 했다. 림프를 타고 전이된 것 같다고 했다. 몸 세 군데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더 암담했다. 암세포가 여러 곳에 있어서 수술은 못 한다고 했다. 항암치료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경렬 화백은 “납득이 안 됐다.”고 말한다. 항암치료가 끝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암?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고 3군데나?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힘든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또다시 암이라는 말에 화도 났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4월부터 또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면 된다고 했다.

김경렬 화백은 “매주 목요일마다 항암주사를 맞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몸의 털이란 털은 다 빠지면서 예전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림만 그렸던 생활도 못 하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개월마다 체크에서 암세포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2023년 7월 검사에서는 3cm였던 암세포가 8mm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2023년 11월 검사에서는 암세포가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2024년 2월 검사에서는 더 이상 암세포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완치는 아니라고 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암세포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암 씨앗은 있을 수 있으니 항암치료는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렬 화백은 “매주 목요일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기약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한다.

▲ 김경렬 화백은 수천 점의 나무 연작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화실에 가기 위해 날마다 하는 것들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은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정기검진에서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 상태이지만 2024년 5월 현재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달라진 점도 많다. 머리털이 다 빠져버렸다. 눈썹이 다 빠져버렸다. 속눈썹이 다 빠져버렸다. 코털이 다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불편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 속눈썹이 없으니 눈곱이 끼고 눈이 가려워서 고통스럽다. 코털이 없으니 콧물, 가래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만하다. 가장 고통스런 것은 따로 있다. 김경렬 화백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다 보니 몸에 힘이 없어서 화실조차 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한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림을 그려도 싫증이 나지 않던 그였다. 30년 넘도록 그림만 그려도 질리지 않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화실에 갈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붓을 들 수도 없다. 항암치료로 말초신경이 손상돼 손발이 저리고 걷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붓을 놓은 건 아니다.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오래 그리지 못해도 날마다 붓을 든다.
유화 대신 수채화를 그리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유화는 과정이 복잡해서 힘에 부쳐서다.

김경렬 화백은 “언젠가는 꼭 화실에 가서 수채화 대신 유화를 그리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날마다 먹거리도 가려 먹고 운동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알려주는 ‘김경렬 화백표 항암생활’은 다음과 같다.

▲ 김경렬 화백은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발전해 13시간 동안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첫째, 먹는 것을 중시한다.

아침 식사로 매일 채소·과일 21가지를 먹는다. 브로콜리, 당근, 양배추, 양상추, 고구마, 사과 등등 무려 21가지를 먹는다. 주스로 갈아서 먹는 것도 있고,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아침마다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점심과 저녁은 잡곡밥을 먹는다. 두부, 김치, 된장찌개, 콩 등으로 식사를 한다. 붉은 고기, 기름진 음식, 단 음식, 밀가루는 일절 먹지 않는다.

둘째, 날마다 운동을 한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헬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한다. 역기도 들면서.

오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야산에서 1시간 30분 정도 맨발걷기를 한다. 1년쯤 됐다.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나름대로 공부도 해가며 맨발걷기를 하는 편이다.

김경렬 화백은 “맨발걷기를 하면 땅의 음이온과 몸의 양이온이 만나 활성산소를 없애고 피가 맑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불면증이었다.”며 “평생 수면유도제를 먹고 살았는데 맨발걷기를 하면서 한두 달 만에 불면증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추운 겨울 눈밭에서도 맨발걷기를 할 만큼 맨발걷기 마니아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추운 겨울에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시간을 20~30분으로 짧게 한다.

셋째, 여전히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화가로서의 욕심이 종종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최고의 희열 또한 그림을 그리면서 맛볼 수 있는 감정이다.

비록 화실에는 못 나가고 있지만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노력한다.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췌장염에서 췌장암 환자가 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희망만은 품고 산다는 김경렬 화백!

김경렬 화백은 “언젠가 항암치료가 끝나면 그때는 화실에 가서 열심히 유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 희망으로 오늘을 산다는 그의 바람이 화폭에서 꼭 실현되기를 바라본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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