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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교제 폭력 당할 때 ‘삼진아웃’ 기억하기2024년 6월호 88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강남 한복판에서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으로 시끄럽다. 해마다 교제 폭력이 증가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여전히 부실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3년 새 교제 폭력이 57% 증가했다. 한 조사에서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교제 폭력을 경험하고, 3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 다른 조사에서 평균 19명 중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 내 폭력으로 살해당할 위험에 있다.

교제 폭력은 남녀 교제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언어적, 성적, 감정적 폭력이다.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의 특징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재범률도 높다. 사생활 간섭, 잦은 연락, 소문내기 등 경미한 다툼부터 폭행, 강간, 자살 협박, 스토킹, 살인 등 심각한 범죄까지 포괄한다.

흔하게 나타나는 교제 폭력의 유형은 ①욕설 ②기물 파손 ③자존심 상하는 발언이고, 폭력 행사의 흔한 이유는 ①화난 것 알리기 ②무의식적인 흥분 ③상대의 잘못이나 욕설이다.

투사적 동일시라는 게 있다.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기대를 할 때 일어나는 정신 현상이다. 우선, 투사가 먼저 일어난다. 투사는 내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마음이 불안한데 상대가 불안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가 화가 났는데 상대가 화가 난 것으로 느낀다.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동일시가 일어난다. 투사로 인해 상대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불안해지고, 상대가 화를 낸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도 화가 난다. 인간관계가 완전히 꼬인다.

투사적 동일시는 부모 자식이나 연인 같은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다. 모든 아이는 부모 자식 관계에서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성장한다. 충분한 사랑과 양육을 통해 투사를 버리고 건강한 동일시로 발전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불안정한 성격으로 남는다.

모든 남녀는 연인관계에서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서로를 깊이 탐색한다. 충분히 건강한 남녀가 만났다면 사랑의 유대감을 통해 투사를 버리고 건강한 동일시로 발전한다. 한쪽이라도 불건강하다면 남녀 관계는 복잡하게 엉킨다.

교제 폭력은 가장 가까운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남녀 교제는 또 다른 대인관계다. 직장에서 성공해도 결혼에 실패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눈먼다. 사랑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건강한 남녀가 만났다면 사랑싸움은 수용과 화해를 통해 극복된다. 한쪽이라도 불건강하다면 사랑싸움은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물론 불건강한 쪽은 건강한 파트너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 건강한 쪽은 불건강한 파트너를 통해 피해를 보게 된다.

교제 폭력은 과도한 집착에서 온다. 이성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어머니로 착각한다. “내가 화난 것은 모두 너 때문이다.” 통제 부족에서 온다. 불편한 것을 못 참고, 힘든 환경을 못 견딘다. “맘대로 안 되면 다 부숴 버릴 거야.” 거절 공포에서 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나를 버리면 지옥까지 쫓아갈 거야.” 가부장적인 성역할에서도 온다.

남성이 주도적이고 여성이 순종적인 관계를 강요한다. 이를 위해 폭력을 미화한다. “사랑하니까 폭력을 이해해야 한다.”

폭력의 범위는 넓다. 교제 상대로부터 불쾌함과 불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폭력을 당하는 중이라 생각하면 된다.

교제 폭력에 대처하는 탁월한 방법은 무엇일까?

교제 폭력 당할 때 현명한 대처법

첫째, 전략적으로 대응하자.

폭력은 사소하더라도 넘어가면 안 된다. 폭력은 습관이다. 저절로 낫지 않고 당연히 반복된다. 좀 더 잘 해줘서 폭력이 사라져도 의미가 없다. 언제까지 잘해 줄 것인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치부를 건드리지 않아 호전된다면 위험하다. 언젠가 폭발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해도 믿어선 안 된다.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삼진아웃을 실행하자. 한 번은 봐주자. 두 번까지는 실수로 보자. 하지만 세 번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미리 경고해야 한다. 세 번이면 가족이나 친지에게 무조건 알리자. 물론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감추어선 안 된다. 정 비밀을 원한다면 폭력 행동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자. 한 번만 방문해 진료해도 된다. 비밀이 보장되면서 법적인 잠금장치가 될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거절한다면 그냥 터뜨리자. 후폭풍을 생각하지 말자. 결혼 전 작은 폭력은 결혼 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둘째, 기술적으로 대화하자.

폭력은 잘못된 대화에서 올 수도 있다. 처음 폭력이 일어났을 때 원인을 철저히 탐색하자. 본의 아니게 서로가 폭력 유발자인 경우도 있다. 그래도 폭력은 절대 갈등 해소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원수를 사랑해도 폭력을 사랑해선 안 된다. 내가 화가 났을 때, 상대가 화가 났을 때 비폭력 대화를 적용해 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상대의 감정을 느껴본다. ③상대의 의도를 파악한다. ④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폭력은 올바른 대화를 통해 예방된다. 대화는 질문과 경청으로 구성된다. 나 중심 대화에서 너 중심 대화로 나아가자. 질문의 최고 단계는 질문하지 않는 듯이 질문하는 것이다. 너 중심 대화에서 맥락 중심 대화로 이동하자. 경청의 최고 단계는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최고의 대화는 아무런 판단 없이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공감할 때 이루어진다.

셋째, 단호하게 대처하자.

폭력으로 얼룩진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아니면 아닌 것이다. 조건이 좋아, 투자한 게 아까워 넘어간다면 어리석다. “폭력만 빼고 모든 게 좋다.”에 현혹되지 말자. 과감히 정리하자! 죄의식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이 들어 참는다면 말도 안 된다.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에 속지 말자. 깔끔하게 헤어지자! 연민감은 금물이다. 이별이 무서워 안 헤어진다면 정말 위험하다. “너 죽고 나 죽자.”에 겁먹지 말자. 용기 있게 끝내자! 두려움은 정면 돌파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길이다. 강인한 대처가 필요하다. “죽으면 죽으리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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