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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관계 피하는 배우자 진짜 속마음은 뭘까?2023년 3월호 p114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섹스에 관해 솔직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종종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섹스를 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부부 생활에 섹스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미움, 오해, 좌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금방 자라난다. 미움은 싸움을 낳고, 오해는 막말을 싹 틔우며, 좌절감은 단절로 이어지곤 한다.

배우자가 섹스를 피한다면 피해 의식과 자존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건 배우자의 마음과 처한 상황이다. 섣불리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섹스를 피하는 진짜 이유부터 알아보자.

CASE 1.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는 아내 이야기

성희(가명·39세) 씨는 별생각 없이 남편 휴대폰에 있는 사진첩을 보다가 젊은 여자가 웃고 있는 사진을 봤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진이 찍힌 날짜와 시간부터 확인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 찍힌 사진이었다. 누군지 묻자 남편은 황급히 휴대폰을 낚아채 갔다. 지난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러 모든 팀원이 밖에 나갔는데 그 신입사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을 뿐이라고 했다.

남편에게 휴대폰을 다시 받아서 메시지, 통화 내역, 입출금 내역, 카드 내역까지 모두 확인했다. 바람을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 당장은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계속 꺼림칙했다. 휴대폰을 안 가져왔다고 상사의 휴대폰을 빌려서 셀카를 찍은 신입사원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신입사원은 별생각이 없다고 해도 남편이 보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안 지웠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찜찜함을 모르는 남편은 평소처럼 잠자리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성희 씨는 전혀 성욕이 생기지 않았다. 남편의 손이 몸에 닿는 것도 싫었다. 남편은 기분이 상한 티를 팍팍 내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확실히 아무 사이가 아닌 게 밝혀질 때까지 의심하고 또 의심할 작정이다.

CASE 2. 섹스가 귀찮은 남편 이야기

대건(가명·47세) 씨와 아내는 섹스리스 부부로 산 지 꽤 됐다. 의외로 성욕이 왕성했던 대건 씨보다 아내가 타격이 더 큰 것 같았다. 잘 지내다가도 가끔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당신이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을 하며 대건 씨를 원망했다. 아내가 신세한탄을 시작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아내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45세가 될 무렵부터 거짓말처럼 성욕이 확 꺾인 것을 실감했다. 그 후로 가끔 자위만 하면 아내와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아내가 일부러 중요 부위를 터치해도 몸에 별 반응이 없었다.

사실 처음 성욕이 떨어진 사실을 느꼈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앞으로 발기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아침 발기를 계속 체크했다. 다행히 성욕만 없어졌을 뿐 성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이대로 지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아내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내의 말투가 예전보다 퉁명스러워졌다. 아내가 말을 곱게 안 하니까 대건 씨도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싸움까지는 아니어도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결혼 17년차에 이 정도 부부 사이면 양호하다고 자신한다. 아내는 불만일 수 있지만 대건 씨는 지금 이대로가 편하다.

섹스 거부하는 속사정 3가지

부부 사이라도 섹스를 피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부부에게 섹스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수많은 요소가 결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표적인 몇 가지 요인은 추려볼 수 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은 섹스를 피하는 요인을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첫째, 신체적인 요인이다. 섹스를 못 하는 건강 상태나 신체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남편은 발기부전, 조루 등 때문에, 아내는 월경 중이거나 질 건조증, 임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섹스를 거부할 수 있다.

김숙기 원장은 “나이가 들면 성 기능이 저하되고 성욕이 변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변화로 시작된 섹스리스는 부부가 깊은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둘째, 심리적 요인이다. 높은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 등에 시달리면 섹스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성적 만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나빠진 부부관계다. 의사소통, 신뢰, 친밀감은 섹스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부부 싸움, 해결되지 않는 갈등도 섹스를 피하는 이유가 된다.

섹스 앞에서 솔직하지 않은 부부들

배우자가 아무 이유 없이 섹스를 거부하면 불쾌한 감정이 생긴다.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하며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

반대로 배우자가 섹스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면? 이때의 반응은 달라진다. 김숙기 원장은 “배우자가 솔직하게 섹스를 못 하는 사정을 말하면서 이해를 구한다면 대부분은 배우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시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배우자를 이해시킬 마음이 안 생기는 이유는 대개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배우자와 친밀하지 않다.

배우자에게 시시콜콜 말하는 것도 애정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배우자에게 섹스를 피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둘째, 약점을 보이는 게 싫다.

배우자가 발기부전, 조루, 질 건조증 등 자신의 성 기능 문제를 몰랐으면 한다. 해결하더라도 배우자 몰래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셋째, 섹스는커녕 배우자와 아무것도 함께 하기 싫다.

가까스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 이런 부부는 섹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관심 밖이었고 사실 섹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로 이혼할 생각이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볼 것을 추천한다.

다시 친밀해지는 꿀팁 5가지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을 안 먹는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왜 안 먹어?”라며 거부하는 이유를 묻는다. 배우자가 섹스를 거부하면 대부분 다른 반응을 보인다.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묻거나 궁금해 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당한다. 복수를 다짐하고(나도 나중에 거부할 거야!), 꼬투리를 잡고(바람피워도 할 말 없는 거다!), 낙담한다(이제 다시 사랑 안 해!).

섹스야말로 ‘왜’가 꼭 필요한 영역이다. 김숙기 원장은 “섹스 거부는 솔직한 대화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성기능 저하, 성욕 저하, 피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아니라면 부부 사이가 멀어져서 섹스를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애정이 식은 부부 관계를 청산하고 사랑이 샘솟는 뜨거운 부부 관계가 되는 꿀팁 5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꿀팁,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배우자가 주로 토로하는 불만(고부갈등, 장서 갈등, 가사 분담)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배우자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는 것도 좋다. 부부 싸움을 유발하는 날이 선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고 고맙고 미안한 감정은 반드시 표현한다.

두 번째 꿀팁, 여전히 남자이고 여자임을 느끼게 해준다.

후줄근한 옷, 관리 안 된 몸매, 냄새나는 몸이나 옷 등으로 인해 배우자에게 더 이상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처럼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배우자가 한심해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 꿀팁, 그동안 밀린 스킨십을 조금씩 시도한다.

안 하던 스킨십을 하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부터는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뽀뽀, 포옹 같은 스킨십이 아니어도 천천히 등 토닥여주기, 옷매무새 다듬어 주기, 이불 덮어주기 같은 난이도가 낮은 스킨십부터 시도한다.

네 번째 꿀팁,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린다.

그동안 혼자 하던 일을 같이해본다. 뜬금없이 같이하자고 말하기 민망하면 작은 핑계를 대면 된다. 밤공기가 좋으니까 같이 산책하러 나가자고 하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있으니까 장을 같이 보러 가자고 해 본다.

다섯 번째 꿀팁, 눈맞춤을 한다.

서로 대화는 하지만 하루에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사는 부부가 많다. 많은 부부가 안 하던 스킨십을 하는 것보다 눈맞춤 하기를 더 어려워한다. 눈맞춤을 하고 미소를 지어보자. 어색하겠지만 한 번 해보자. 배우자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은 사르르 녹는 게 느껴질 것이다.

김숙기 원장은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에서 부부 불화와 가족 갈등을 전문으로 상담한다. 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며 KBS 사랑과 전쟁, KBS 아침마당, EBS 부모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 갈등 솔루션을 제공했다. 마음콘서트 ‘괜찮아 괜찮아’에서 전문가 진행을 맡기도 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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