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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잃어버린 웃음 찾아주는 미세혈관감압술 대가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관 교수“한쪽 눈 떨림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일 수 있습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제공 | 건국대학교병원】

얼굴은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부위다. 우리는 얼굴을 통해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도 모두 얼굴 덕분이다.

이러한 얼굴 한쪽 눈꺼풀이나 눈 밑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다가 나중에는 한쪽 눈이 감겨버리는 병이 있다. 반측성 안면경련이다. 뇌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해서 생기는 병이다. 반측성 안면경련일 때는 얼굴 반쪽의 표정을 내 마음대로 짓지 못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특히 웃을 때 눈이 감겨버리므로 웃음까지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관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수술을 통해 반측성 안면경련 환자의 웃음을 찾아주는 의사다. 박관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만큼 우수한 실력을 갖춘 권위자로 통한다.

미세혈관감압술의 대가 박관 교수에게 아름다운 미소와 당당함을 함께 찾아주는 수술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국제 표준이 된 국내 의사의 수술법

지난해 7월 박관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미세혈관감압술 5000례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수치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얼굴 한쪽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반측성 안면경련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삼차신경통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말 그대로 미세수술기법을 이용해 안면신경이나 삼차신경을 누르는 혈관의 압박을 풀어 병을 치료한다.

박관 교수팀은 반측성 안면경련 90% 이상, 삼차신경통 80% 이상의 높은 수술 성공률과 1% 미만의 청력 소실 등 매우 낮은 합병증 발생률로 우수한 수술 성적을 인정받고 있다.

요즘은 일 년에 250~300명 정도를 수술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2016년에는 국내에서 진행된 미세혈관감압술 1536건 중 박관 교수팀이 417건을 실시했다. 그 해에는 국내 수술 환자의 약 27%가 박관 교수에게 소중한 얼굴을 맡긴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성적표 속에는 박관 교수의 수많은 노력과 열정이 담겨있다. 박관 교수는 수술 합병증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법을 찾아냈으며 수술 후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를 분석하고 수술 후 재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해 왔다. 수술 중에 청력 소실을 최소화하고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청신경 유발 전위검사, 근전도 검사 등의 연구 결과와 예후 인자 분석 결과 등을 국제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박관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 과정에서 청력 소실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를 통해 교정해 왔고 지금도 더 안전하고 완벽한 수술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관 교수팀이 발표한 임상 진행 단계, 혈관 압박 유형, 수술 소견에 의한 혈관 압박 정도, 수술 중 감시 장치 활용법 등의 지침은 미세혈관감압술의 국제적인 표준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또한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의학서적 출판사인 스프링거 네이처를 통해 2020년에는 반측성 안면경련 교과서를, 2021년에는 수술 중 신경생리검사에 대한 교과서를 펴냈으며 조만간 삼차신경통 교과서도 나올 예정이다.

시작은 미국에서, 발전은 한국에서

반측성 안면경련을 미세혈관감압술로 치료하는 것은 원래 미국에서 개발이 되었는데 완성도는 박관 교수를 비롯한 우리나라 의사가 크게 높였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서구보다 한국, 중국, 일본의 발병률이 몇 배 높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자연스럽게 연구가 많이 되었고 임상 분야도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앞서 밝힌 미세혈관감압술의 합병증인 청력 소실 발생률의 경우 미국, 유럽은 3~5%지만 우리나라는 1% 정도다. 우리나라는 수술 전후에 반드시 청력검사를 하지만 미국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는 발생률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박관 교수는 “미국은 이비인후과학회에서 미세혈관감압술 전후에 청력검사가 필요하다는 논문을 낼 만큼 청력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박관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 중에 실시하는 청신경 유발 전위검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청신경 유발 전위검사는 수술 중에 청력을 유발하는 자극을 계속 줘서 뇌파에서 청력이 떨어지는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다. 검사를 하면 반응 값이 평균으로 계산되어 그래프가 나오는데 예전에는 그래프 작성 시간이 3분 이상 걸렸다. 하지만 박관 교수는 청력의 이상을 감지하는 시간을 10초로 확 줄였다. 만약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빨리 조치할수록 청신경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박관 교수는 또 청신경 유발 전위검사에서 청력 소실의 사전경고 기준이 될 수 있는 파형 패턴을 제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반측성 안면경련에는 미세혈관감압술이 최선

예전에 비해 반측성 안면경련이라는 병이 잘 알려지면서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박관 교수는 “피곤하거나 잠이 부족하거나 카페인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안면근육의 흥분도가 올라가서 가장 약한 부위인 눈 밑이나 눈꺼풀이 일시적으로 떨릴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며칠, 길어도 몇 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떨림이 3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점점 심해지고 부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박관 교수는 연구를 통해 반측성 안면경련의 4단계를 발표했다.

▲박관 교수팀은 지난해 7월 미세혈관감압술 5000례를 달성했다.

첫 번째 단계는 눈꺼풀이나 눈 밑이 떨리고, 두 번째 단계는 입 주위까지 떨리고, 세 번째 단계는 눈이 작아지고, 네 번째 단계는 눈이 감겨버린다. 이러한 증상 단계를 거치고 있다면 반측성 안면경련일 가능성이 크다.

박관 교수는 “반측성 안면경련은 증상과 치료법이 명확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병과 수술법을 어느 정도 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약이 잘 듣는 삼차신경통과 달리 반측성 안면경련은 약이 거의 듣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보톡스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3~4개월밖에 효과가 없다.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40~50대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중년 환자가 많은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딱딱해지고 길어져서 신경이 더 심하게 눌리고 누적된 압박에 의해 신경흥분도가 올라가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면 왜 여성이 남성보다 잘 생길까? 박관 교수는 “안면근육은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소통이나 관계 중심적이어서 표정을 다양하게 자주 짓고 많이 웃는다.”며 “이런 이유로 안면신경 흥분도가 남성과 달라서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뇌수술을 빨리하고 싶은 이유

흔히 뇌수술이라고 하면 큰 수술로 여긴다.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뇌수술 역시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부담이 큰 수술이다. 더구나 미세혈관감압술은 뇌 중에서 가장 혈관과 신경이 많은 뇌간 부위를 수술하게 된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불편할 뿐이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다. 언뜻 생각하면 생명과 관계가 없어서 수술을 망설일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을 간절히 원한다. 그것도 하루라도 빠른 수술을 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당장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반측성 안면경련이 심한 사람은 우울증도 잘 생긴다. 그러다 수술 후에는 갑자기 너무 좋아져서 신기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박관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의 성공 여부는 의사보다 얼굴의 주인인 환자가 제일 잘 안다.”며 “극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환자가 다 나았다고 웃을 때 무척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수술한 환자가 짓는 환한 미소는 그동안 수없이 봐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모습이다. 그래서 박관 교수는 수술, 진료, 연구 등으로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양재천 산책로를 부지런히 걷고 플랭크와 스쿼트로 근육을 단련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수술할 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자신을 믿고 수술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준 만큼 최고의 집중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장담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박관 교수는 꽤 오랫동안 환자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아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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