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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꼭 알아야 할 췌장 SOS 신호2022년 11월호 6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

췌장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말, 바로 췌장암이다. 췌장이 뭔지는 몰라도 췌장암의 악명은 익히 알 것이다. 췌장암의 결말은 대부분 좋지 않다. 유명인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사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도, 한일전의 사나이라고 불렸던 유상철 전 축구 국가대표도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췌장암뿐 아니라 췌장에 대해서 잘 모른다. 특히 췌장이 도와달라고 보내는 긴급 메시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췌장이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신호를 빨리 알아채는 법을 소개한다.

증가하고 있는 췌장암

췌장은 위, 장, 간 등 다른 소화기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우리 배는 복막에 쌓여 있는데 췌장은 후복막 장기라고 해서 복막과 척추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12~20cm 정도의 길이에 혓바닥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첫 번째는 영양분의 소화를 돕는다. 췌장은 10가지 이상의 소화효소가 합성된 췌장액을 하루 평균 500cc 정도 만들어 내서 십이지장으로 보낸다. 두 번째는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고 하는 호르몬을 혈액 속으로 분비하는 기능을 한다. 이 두 호르몬은 혈당 조절에 관여하므로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췌장에 생기는 암이 바로 췌장암이다. 원래 췌장암은 서구에서 흔한 암이었지만 현재 우리나라도 꾸준히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서구식 식습관이 꼽힌다. 지방과 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췌장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 비만, 지방이 많은 육류 섭취가 대표적이다. 췌장암 발생 위험도는 흡연량이 많고 흡연 기간이 길수록 증가한다. 아직 확실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비만과 지방이 많은 육류도 췌장암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췌장암이 악명 높은 이유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 내외다. 위암(77.5%), 대장암(74.3%) 등 다른 소화기암에 비해 생존율이 너무 낮다. 왜 췌장암은 유독 치료가 어려울까?

첫째,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동기 교수는 “위장관암은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직접 볼 수 있지만 복막 뒤에 있는 췌장은 병변을 조기에 볼 수 있는 검사 수단이 없다.”고 설명한다.

둘째, 췌장과 췌관의 크기가 작아서 암의 크기가 작아도 치명적이다. 췌장암의 90% 이상이 췌관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췌관의 크기는 2mm에 불과하다. 위나 대장의 크기에 비하면 2cm 정도의 종양은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췌장은 2cm 정도 종양이라면 이미 췌장 주변에 있는 큰 혈관까지 침범한 경우가 많다. 수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셋째, 췌장암은 섬유화된 조직이 많아서 항암제가 암 조직에 잘 도달하지 못하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넷째,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종양유전자 변이가 다양해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이동기 교수는 “췌장암을 진단한 당시에는 간, 임파선 등에 전이된 것이 발견되지 않다가 수술로 암을 제거한 후나 항암약물치료 중에 전이된 암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덮어놓고 절망하기는 이르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췌장암 특이 혈청 종양표지자를 찾아내는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조만간 임상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에는 젬시타빈이라는 한 가지 항암제에만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연장하는 새로운 약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동기 교수는 “췌장암이 매우 위험한 암인 건 맞지만 절망적인 암은 아니다.”며 “앞으로 진단과 치료에서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소개될 것이므로 췌장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희망을 품고 꾸준히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췌장 SOS 신호 5가지

대부분의 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췌장암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다른 검사나 정기검진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동기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진행이 빨라서 조기 진단이 어려우므로 췌장암에 대한 증상을 숙지하고 평소 몸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췌장이 도와달라고 보내는 대표적인 신호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신호는 체중 감소다. 1~2kg 정도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대개 3~4개월 동안 체중의 10% 정도가 줄어든다.

두 번째 신호는 고령인데 당뇨병이 생긴 상황이다. 이동기 교수는 “대부분의 당뇨병은 40~50대 이전에 발현하는데 60대 이상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령 췌장암 환자의 약 70%가 당뇨병을 진단받고 2년 이내에 췌장암을 진단받았다.

또한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혈당이 조절되지 않거나 단기간에 체중이 급격하게 빠져도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세 번째 신호는 급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 췌장 낭종이다. 이동기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췌장암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췌장암으로 인해 췌관이 막혀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만성 췌장염인 사람은 췌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13~14배 높고, 10년마다 위험도가 2%씩 누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랫동안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다면 지속적인 췌장암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췌장 낭종(물혹) 역시 일부는 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낭종의 변화에 따라 절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네 번째 신호는 통증이다. 췌장의 바로 뒤에는 척추가 있어서 위를 보고 똑바로 누우면 췌장 종괴가 척추에 눌려서 아프다. 그래서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는 바로 눕지 않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채로 옆으로 눕는다.

췌장암은 배와 등이 함께 아픈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 등이 아픈 이유를 찾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동기 교수는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통증이 있으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 상복부 통증이 있는데 위·대장 내시경에서는 어떤 병도 발견하지 못한 경우, 윗배가 아파서 위장약을 먹었는데도 계속 아프다면 한 번쯤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신호는 황달이다.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면 암이 담도를 눌러 담즙 분비에 문제가 생겨서 황달이 생긴다. 황달은 본인이 알아채기 어렵다. 주변 사람이 눈의 흰자가 노랗다고 해서 발견하는 일이 흔하다. 소변 색깔이 점차 진해져서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해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동기 교수는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소화기 중재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며 황달과 항암치료를 동시에 치료하는 항암제 방출 금속배액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국제소화기인터벤션학회의 창립을 주도했고, 대한내과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소화기학회, 한국의료기기학회, 일본담도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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