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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교수 “치매, 생활 습관을 바꾸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2022년 10월호 1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제공 | 건국대학교병원】

우리는 민폐에 민감한 민족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고 부단히 애를 써왔다. 남에게 작은 피해라도 주면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곤 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치매는 그래서 더욱 괴롭고 두려운 병이다. 치매로 인한 피해가 가장 소중한 가족을 향하기 때문이다.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치매학회(구 대한치매연구회)를 창립한 건국대학교 한설희 자문교수는 치매가 무서울수록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아야 안 걸리고, 알아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치매에 안 걸릴 수 있을까?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치매 환자, 보호자 곁을 지키고 있는 한설희 교수에게 그 방법을 들어봤다.

한설희 교수는 미국 듀크대학교 알츠하이머병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병 기초 연구를, 워싱턴대학교 알츠하이머병연구소에서 임상 연구를,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혈관성치매 연구를 했으며 국내외적으로 치매 연구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회장,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회장, 건국대학교 의료원장을 역임했고 2003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상, 2009년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부모님을 위한 두뇌체조><나, 치매 아냐?> 등과 같은 저서를 통해 치매 예방법, 관리법 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치매라는 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설희 교수는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늘 같은 말을 건넨다. 치매는 노력하기에 따라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좋은 생활 습관을 통해 뇌를 단련하고 사랑해주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 진료와 연구를 하며 한평생을 보낸 한설희 교수에게 치매 예방법을 물었다.

Q. 치매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병입니다. 만약 내가 또는 내 가족이 치매를 진단받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한설희 교수: 흔히 치매라고 하면 TV나 영화에서 봐 왔던 심한 치매 증상을 떠올릴 것입니다. 실제로 말기 치매에 이르면 인지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고 아직 완치하는 약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치매여도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대처한다면 절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물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더 오래 독립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Q. 치매 증상하면 기억력 감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치매를 알아볼 수 있는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설희 교수: 치매는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치매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근의 일을 잘 잊어버립니다. 반면 예전의 일은 잘 기억합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유지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복잡하고 순차적인 일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기차나 지하철을 탈 때 표를 끊지 않고 타는 등 정해진 일의 순서를 바꿔서 행동합니다.

셋째,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신경을 써서 보관해야 하는 신분증, 통장 등을 반복해서 잃어버리고 재발행합니다.

넷째,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립니다. 병원 예약, 가족 모임 등을 잊어버리고 심지어 자녀의 상견례를 깜박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섯째, 길을 못 찾습니다. 익숙한 장소인데도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립니다.

여섯째, 부지런하던 사람이 게을러집니다. 독립성, 자발성도 떨어집니다.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없고 귀찮아합니다.

일곱째, 화가 많아집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가벼운 농담이나 실수를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화를 냅니다.

이 밖에도 예전과 달리 돌려서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 60세 이상이면 각 지역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치매 선별검사를 통해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와 연계된 가까운 치매전문병원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매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Q. 치매 가족력이 있다면 치매에 더 잘 걸리는지 궁금합니다.

한설희 교수: 형제나 부모 중에 치매 환자가 있었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40%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위험도가 높다고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겁만 먹을 게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됩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도 한 명은 치매에 걸렸더라도 나머지 한 명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20~30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됩니다. 지금부터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됩니다.

Q. 치매를 예방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한설희 교수: 최근 영국의 <란셋> 치매 리포트에 따르면 약 40% 정도의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나이가 몇 살이든 지금부터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 치매 위험에서 서서히 멀어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평생 공부하는 습관입니다. 같은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누구는 치매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습니다. 바로 신경세포의 차이 때문입니다. 신경세포의 수와 기능이 감소해서 치매에 걸리는 것입니다. 신경세포를 튼튼하게, 많이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입니다. 많이 배울수록 치매에 대한 뇌의 저항력이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청력을 보호하는 습관입니다. 귀는 일부러 막지 않는 한 계속 소리를 통해 우리 뇌를 자극합니다. 청력에 문제가 생기면 뇌 자극이 줄어들어서 치매에 잘 걸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머리를 보호하는 습관입니다. 뇌 손상은 중요한 치매 원인 중 하나입니다. 뇌가 다칠 때마다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독성물질이 뇌에 쌓여 염증을 일으켜서 신경세포를 손상시킵니다. 자전거, 오토바이를 탈 때는 꼭 헬멧을 쓰고 운동을 할 때는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네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당뇨,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하는 습관입니다. 이러한 질환이 있으면 뇌에 염증이 잘 생깁니다. 반드시 체중 조절, 식이조절, 운동 등으로 혈당, 혈압, 체중,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과음과 흡연도 뇌에 염증을 만들어내므로 끊는 것이 좋고 우울증이 있다면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다섯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습관입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격리 생활을 했습니다.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는 치매 환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데이케어센터가 폐쇄되어 못 갔던 치매 환자는 치매가 더 나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섯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입니다. 운동이 부족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8배 높아집니다.

일곱 번째로 추천하는 습관은 초미세먼지를 피하는 습관입니다. 치매와 초미세먼지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의아하겠지만 밀접한 영향이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뇌까지 침투해 뇌의 염증 반응을 악화시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

▲ 한설희 교수는 좋은 생활 습관을 통해 뇌를 단련하고 사랑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사가 꼭 필요합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정제하지 않은 곡물, 해산물, 견과류 등을 충분히 드시길 추천합니다.

85세 이상이면 2명 중 한 명은 치매라는 통계가 있다. 85세 이상의 부부가 같이 산다면 확률적으로 한 명은 치매 환자, 다른 한 명은 그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가 된다.

그래서 고령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치매 예방은 필수다. 예방이 가능한 병임에 감사하며 설령 치매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좋은 습관으로 제압해 버리자. 한설희 교수의 말처럼 좋은 습관은 유전자보다 힘이 강하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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