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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우울증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우울하고 불안하다면 내 마음부터 헤아려 보세요!”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제공 | 강남세브란스병원】

잠시 시간을 내서 행복해지려면 꼭 필요한 것을 마음속으로 꼽아보자. 많은 이가 가족, 돈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중요한 행복 요소다. 그런데 돈이 있고 가족이 있어도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많다. 왜일까?

오랜 기간 우울증 치료법을 연구해 온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행복해지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름 아닌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특히 내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환자의 삶을 보며 우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마음 주치의 석정호 교수에게 내 마음을 헤아려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어봤다.

우울증 진단과 치료 프로그램 모두 개발한 의사

보건소나 병원에 가지 않아도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면 코로나 감염 여부를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중증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도 우울증 진단 키트를 통해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팀은 지난 7월 우울증 진단보조 심리평가도구(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살 위험이 있는 중증 우울증의 객관적 진단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현재 의료기기로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량이 늘어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심폐활동을 증진해 명확한 판단을 돕는 기능을 한다.

석정호 교수팀은 코르티솔에 주목했다. ▶정신건강이 양호한 집단 ▶우울증 위험집단 ▶질병과 건강한 상태의 경계에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타액(침) 속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석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 위험집단의 아침 기상 후 코르티솔 농도의 총합은 정신건강이 양호한 집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증이 심할수록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석정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은 설문지를 이용한 자가 보고식 우울 증상 평가와 진료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증 진단도 타액 속 코르티솔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지표 평가를 통해 과학적 객관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진단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우울증이 의심될 때 몸속 타액을 모아 코르티솔 농도를 분석하는 의료기관에 보내고 온라인 설문에 답하는 과정만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된다. 이러한 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숨은 우울증을 찾아내 치료를 유도하고, 중증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정호 교수는 우울증 진단법 연구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법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우울증을 이겨내고 자살 위험성을 낮추려면 결국 정신적인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을 높여야 한다. 석정호 교수팀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가상현실(VR)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석정호 교수는 “현재와 같은 의료수가 구조에서는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의 교육이나 훈련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며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 역시 현재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 마음을 헤아리면…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우울증 치료를 전공한 이후로 밤낮없이 진료, 교육, 우울증 진단 및 치료법 연구와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에 몰두해 온 석정호 교수도 한때 위기를 맞았다. 2년 전 자신의 우울증을 감지한 것이다. 석정호 교수는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며 “나는 절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며 자신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의사도 피해 갈 수 없는 게 우울증이니 말이다.

성장기에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할수록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은 남 탓보다 내 탓을 하게 만든다. 내가 문제가 많아서, 내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기곤 한다.

석정호 교수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부정적인 예측으로 이어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예민해지는 감정 습관도 유지하게 된다.”며 “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감정 습관이 굳어져 버린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석정호 교수는 환자에게 자기 마음을 헤아리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려는 상황에서 밑바탕에 깔린 나의 진정한 의도나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내 마음을 헤아린 다음에는 내 마음을 인정한다. 만약 슬프면 나는 충분히 슬플 수 있는 상황이고 슬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슬픈 나를 위로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뭔가를 해본다.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주변에 알리고 위로와 이해를 받는 것도 좋다. 성장기에 부정적인 경험을 했더라도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 한 명이라도 그 사람의 힘든 마음을 이해해 주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석정호 교수는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끼는 건 고립”이라며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극도의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한다.

단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할 때는 남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를 먼저 이해하고 위로하는 게 먼저다. 자기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더 넓혀갈 수 있다.

▲ 석정호 교수는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우울증 진단법과 우울증 치료법을 개발했으며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사과 안 받아도 잘 지내는 법

가족은 힘든 일이 있을 때 편하게 위로를 구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존재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해도 마음은 상처투성이인 가족 사이가 흔하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했거나 학대를 당했다면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부모와 맺은 애착 관계를 토대로 세상과 애착관계를 맺어 나가기 때문이다.

석정호 교수는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면 그럼에도 잘살고 있는 내가 대단하다고 인정해보라.”고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고 상황이 나빴던 거라고 내 마음으로 포용하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경험을 잘 극복하고 살아온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면 안 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관계가 회복되면 좋겠지만 사정상 그렇게 못하거나 하기 싫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내 마음속에 담아놓고 상처를 곱씹으며 산다.

하지만 상처는 상처를 준 그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좋은 상대를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배우자에게 공감을 받고, 친구에게 위로 받으면 상처를 준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괜찮아, 당연한 반응이야”

우울하고 화가 많은 우리 사회에 재난이라는 불안이 자꾸 더해지고 있다. 2년 넘게 코로나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여름에는 유례없는 폭우까지 쏟아졌다. 역대급 재난 상황의 연속에 사회 전반적으로 막연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창립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석정호 교수는 “지금과 같이 불안할 때는 불안한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이럴 때일수록 영양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잠을 푹 자서 건강을 챙기자.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불안에 적응했다면 적응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좋다. 공동체가 함께 받는 트라우마이므로 공동체와 함께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고통을 딛고 성장했고 함께 맞잡은 손을 통해 치유의 힘을 얻었다. 석정호 교수는 “지금 힘든 내 마음부터 헤아려 보고 지금까지 잘 해온 우리를 믿자.”고 말한다. 우리는 어제를 잘 지냈고 지금 잘 지내고 있으며 내일도 잘 지낼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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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버베나 2022-10-21 19:59:16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이제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삭제

    • 김태정 2022-10-21 13:17:44

      우울증에 대한 의료 분야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해가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삭제

      • 생각하는 사람 2022-10-21 13:13:07

        정말 멋진 의사선생님이시네요...우울증은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의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하고요..죽고 싶을만큼 힘든 사람에게 따뜻한 손 한 번 내밀어 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삭제

        • 송인숙 2022-10-06 20:35:35

          우울증이란걸알기에 이겨내려 몸부림쳐도 너무힘들어요 지금 이순간도 죽고만싶습니다 누가 어떻해나를 구할까요 이세상 아무도 없더라구요 숨쉬기도 앉아있기도힘들고 밖은더나가기싫어요 종일 문두드리는소리가들려 그저 잠들기만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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