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의 건강제안] 기억력 저하일까? 치매일까? 간단한 구별법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치매의 초기 증상이 ‘기억력 저하’라는 것이 많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나이에 따른 사소한 기억력 저하에도 치매 약물치료를 하고 싶다며 병원을 찾는 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검진을 받던 67세 남성의 경우도 비슷한 예입니다. 환자는 집 동수를 착각해 옆 동의 같은 호수 아파트를 갔다 오는 일이 2번 반복되자 치매에 대한 걱정으로 뇌 영상검사와 치매 설문을 받고자 하셨습니다. 검사 결과 시공간 감각은 이상이 없었지만 치매설문에서는 경계값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와 우선 한 달간 매일 운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한 달 후 측정한 치매설문에서 30% 이상 좋아져 정상 검사 소견과 함께 자신감도 되찾으셨습니다. 물론 뇌에 특별한 이상병변은 없었습니다.

기억력 저하 vs 치매 어떻게 다를까?

흔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는 경험한 일의 일부분만 잊게 되고,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음을 안다는 점이 치매와 다른 점입니다.

또 기억력 저하 이외에 판단력이나 성격의 변화와 같은 변화는 없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치매를 의심할 만한 초기 증상은 ▶청각, 후각 기능이 떨어지고 ▶렘수면 장애로 인해 잠꼬대가 심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증상은 꼭 치매가 아니라도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일시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와 같은 병을 걱정하기 이전에 먼저 생활습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주로 일시적인 체력 저하, 즉 식사와 신체 활동의 불균형, 장시간의 뇌 활동을 요하는 작업을 했을 때 뇌에서 기억을 불러내는 과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상대편의 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보고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 등이 체력 저하로 인한 기억력 저하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는 장시간 운동을 하거나 평상시보다 지나치게 움직임이 늘어 체력이 떨어질 때 기억력 저하가 흔히 나타납니다.

이때는 잠시 눕거나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10분쯤 잠을 자고 일어나면 회복됩니다.

특히 밥 대신 과일이나 고구마, 감자 등 밥이 아닌 곡물을 드시는 경우 일시적인 체력 저하가 잘 나타납니다. 밥에 비해 과일은 몸에 흡수되는 열량이 적어서 장시간 대사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뇌로 혈액을 끌어올리는 힘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65세 이후 노년층은 가급적 밥을 위주로 한 주식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근력을 전혀 쓰지 않고 앉아서 장시간 뇌를 쓰는 활동을 할 때도 일시적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이 치료법입니다.

우리 몸의 구조는 일하는 곳으로 혈액과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병적인 치매는 대부분 스스로의 기억력 이상이나 이상행동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반면 자신이 치매를 의심하는 경우는 대부분 치매가 아니고, 일시적인 건망증이나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력 저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은 나이와 상관없이 환경과 생활습관에 따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불안해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보고, 그래도 호전되지 않고 기억력 저하가 반복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

박민선 편집자문위원 kunkang1983@naver.com

#치매 #박민선 #건강다이제스트

트윗하기

박민선 편집자문위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