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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건강염려증, 어떻게 벗어날까?2022년 7월호 p26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한국인의 건강염려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일본 다음으로 길고, 질병 사망률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정작 자기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셋 중 한 명꼴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2명 중 1명이 몸에 가벼운 증상이나 신체적 변화가 생겼을 때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건강염려증 환자 수도 50%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건강염려증,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건강염려증은 근거 없이 큰 병에 걸렸다고 걱정하는 병이다. 기침이나 소화불량 같은 사소한 증상을 암과 같은 심각한 병으로 생각한다. 보통 가족, 친지, 매체 등을 통해 의학 정보를 얻으며,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자주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도 믿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죽을병에 걸렸을까 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건강염려증은 대체로 꼼꼼하고, 고집이 센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중 10%가 이에 해당한다.

건강염려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과도한 스트레스다. 한국은 스트레스 왕국이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만병의 근원이다.

둘째, 과도한 의학 정보다. 무분별한 건강상식이 난무한다. 허위, 과대, 겁주기 의료광고가 판을 친다. 과잉진료, 3분 진료 등 잘못된 의료 관행이 유행한다. 당연히 전문가를 믿기 어려운 풍토다.

셋째, 위험한 주위환경이다. 도처에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자주 사고가 발생한다. 어떤 음식도 안심하고 먹기 어렵다. 건강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염려증은 걱정, 집착, 공포, 의혹으로 특징짓는다. 일종의 강박증이다. 모든 강박증은 불안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강박적인 생각은 다시 불안을 증가시키고, 잇따른 강박적인 행동이 불안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안정감은 오래 못 가고, 불안 극복의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강박증은 쓸데없는 걱정이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진다. 불안은 악화되고, 강박증은 반복된다. 마치 미로에 갇힌 쥐와 흡사하다. 이때 집착하는 대상이 성(性)이면 성중독, 음식이면 섭식장애, 건강이면 건강염려증이 되는 것이다.

건강염려증에서 벗어나는 법

첫째,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자.

1년에 한 번 정밀검사를 받고, 3달에 한 번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는다. 규칙적인 검진과 건강상담은 건강염려증을 예방한다. 건강염려가 생길 때 어떡할까? 우선 신체 증상을 큰 병으로 오인하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자.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누구든지 특정 신체 부위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면 유사 증상이 생기는 법이다. 실제로 확인해 보자. 이것만으로도 증상의 80%가 해결된다.

병원은 가깝고도 멀다. 바쁜 일과를 쪼개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고, 3분 진료라는 잘못된 관행은 병에 대한 의혹을 키운다. 반드시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이다. 짧고 피상적인 설명은 건강염려증을 유발시킨다. 신체 상태와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심한 건강염려증의 경우 뇌 이상에서 올 수도 있다. 특히 기저핵의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회로에 갇혀 맴도는 상태다. 이때는 강박증에 잘 듣는 SSRI 계통 항우울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둘째,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건강염려증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 원인과 스트레스 반응을 혼돈해 사용한다. 스트레스 원인은 신체적 과로와 정신적 피로, 환경적 위험이다. 인간의 안과 밖 모든 것이 스트레스 원인이다.

최근 감정노동이 이슈다. 많은 직장인들이 고객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다른 감정을 요구받고 있다. 감정의 억압과 부조화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스트레스 반응은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마음도 엉망으로 만든다. 사회적인 관계를 무너뜨리고 영적인 혼돈 상태로 빠뜨린다.

스트레스 관리는 현대인의 화두다. 엄청난 스트레스 가운데 살아간다. 스트레스는 개인의 잠재능력을 제한한다. 스트레스 관리가 일상이 돼야 한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를 망가뜨렸는지 점검해야 한다. 정확한 평가와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큰 것에 머무는 지혜를 갖자.

건강염려증은 특히 몸에 집착하는 습관에서 온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영혼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눈앞에 보이는 작은 확실성에서 벗어나, 우주적인 거대한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춰보자. 생활보다는 삶이 크고, 사실보다는 진실이 크다. 현실보다는 실재가 크고, 문제보다는 신비가 크다. 성(性)보다는 사랑이 크고, 몸보다는 혼이 크다.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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