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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불안장애 해결사!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경욱 교수“나에게 친절해지면 마음의 고통이 가벼워집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삶에서 건강이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라는 말이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격하게 공감된다. 그런데 때론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불행을 자초한다. 흔히 말하는 건강염려증과 같이 과도한 건강 불안으로 인해 힘든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우리 삶을 덮친 이후로 건강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이 늘어났다.

대한불안의학회 부이사장인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경욱 교수는 불안장애 치료의 권위자다. 얼마 전에는 과도한 건강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을 담은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많은 이의 불안한 마음을 치료하고 연구해 온 이경욱 교수에게 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를 다스리는 방법을 들어봤다.

과도한 건강 불안…검사 대신 치료가 필요

여러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거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가진 환자와 그걸 지켜보는 의사가 있다. 이경욱 교수가 자주 놓이는 상황이다. 흔히 말하는 건강염려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건강을 걱정하는 불안한 마음이 심해지면 오히려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건강 불안과 건강염려증이 대표적이다.

“건강 불안은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을 말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만성질환, 만성 통증 등에서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염려증은 신체 증상을 잘못 해석해서 심각한 병에 걸렸거나 걸릴 거라는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화가 안 돼서 위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일주일쯤 지나 다시 배가 아파서 이번에는 췌장암 같은 다른 암이 아닐까 불안하다.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본다. 그리고는 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 후로도 증상이 생기면 걱정하고, 검사하고, 안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불안한 마음에 안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자꾸 병원에 가고 검사를 한다.

병이 없는 데도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검사를 받고 있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건강염려증과 같은 과도한 건강 불안은 불필요한 진료비가 들고,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통증이 있는 경우는 진통제 계열의 약물 의존도 잘 생깁니다. 극심한 건강 불안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초음파, CT, MRI 같은 검사가 아닌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움을 청했으면 합니다.”

요즘에는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도 건강염려증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경욱 교수 역시 여러 병원, 여러 검사를 거쳐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많이 만났다.

그러다 몇 년 전 해외학회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불안 치료 및 인지행동 치료 전문가가 쓴 책을 접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나 염려를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책이었다. 읽을수록 국내에도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을 진료실에서 치료에 활용하고도 싶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그 책의 역자가 되어 <건강 불안 극복 지침서>를 출간했다.

건강 불안을 줄이려면…

과도한 건강 불안을 겪고 있다면 먼저 불안을 이해하고,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불안한 생각을 찾아내 변화시켜야 한다.

“증상에 대해 자동으로 떠오르는 자기 생각이 어떻게 실제 상황을 잘못 해석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을 기록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0년 1월, 국내에 상륙한 코로나19는 우리의 건강 불안을 한층 증폭시켰다. 대유행이 한풀 꺾인 요즘은 좀 숨통이 트였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고 당장 올여름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불안하다.

▲ 불안장애 치료 전문가 이경욱 교수.

코로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비를 맞더라도 몸이 튼튼하면 감기에 안 걸립니다. 코로나도 그렇죠.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세요. 적당히 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담배는 끊고, 술은 적당히 마시는 등 나를 건강하게 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해도 크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습관도 실천하면 좋다. 이경욱 교수는 발바닥 명상을 추천한다. 환자에게 권하고 이경욱 교수도 매일 걸을 때마다 발바닥 명상을 하고 있다.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는 보통 걸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발바닥 명상은 마음을 발바닥에 집중하며 걷는다. ‘왼쪽 발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오른쪽 발바닥이 바닥에 닿았다.’라고 생각하면서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잘 집중하다가도 걱정거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감각을 발바닥에 집중하면 된다.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발바닥에 마음을 오래 두기가 쉬워진다.

‘자살’을 ‘살자’로 바꿔 온 의사

불안과 더불어 이경욱 교수가 연구에 두각을 나타낸 또 다른 분야는 자살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2008년, 같은 병원 응급의학과 최경호 교수가 자살 환자가 너무 많다고 도움을 청해왔다. 그래서 이경욱 교수, 최경호 교수, 병동 수간호사, 사회사업팀 등이 모여 6개월간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2009년 2월에는 국내 최초로 정신건강의학과와 응급의학과를 중심으로 한 팀(TEAM) 접근 자살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응급의학과에서는 치료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를 하고, 간호팀과 사회사업팀은 서로 소통하면서 자살 재시도를 예방하는 환상의 팀이 꾸려졌다. 이후 매년 2회씩 심포지엄을 개최해 전국의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팀 등과 자살 시도자의 치료, 추적 관리 및 예방에 관한 방안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2019년에는 <자살 시도에 대한 단기 개입 프로그램(ASSIP) : 치료자 매뉴얼>을 발간하기도 했다.

▲ 이경욱 교수는 자살 예방법 연구와 자살 시도자 마음 치료에 많은 공헌을 해 왔다. 의정부 시민의 날 공공의료부문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기 연민’의 마법

최근 이경욱 교수는 우울, 자살, 불안, 통증에 셀프 컴패션(self- compassion, 자기 연민)을 임상적으로 적용하고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겪은 실패나 불완전함에 대해 연민을 가지면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힘든 일이 생기면 자기를 비난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내가 부족해서 힘든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습관은 우울증, 자살 등과 관련이 깊습니다. 앞으로는 자기 비난을 자기 연민, 자기 자비로 바꿔보세요. 나에게 친절해지면 마음의 고통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남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수없이 받았던 우리다. 하루아침에 나에게 친절해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구나 ‘연민 경력자’다. 남을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긴 경험이 있다. 이제는 그것을 나에게 적용해보자. 만만하지 않은 세상을 서툴게 사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자. ‘어떤 게 나에게 친절한 걸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자기 연민은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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