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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암시리즈] 화학물질의 위험한 경고, 똑똑한 대처법2022년 6월호 106p
  • 김진목 파인힐병원 병원장
  • 승인 2022.06.22 13:25
  • 댓글 0

【건강다이제스트 | 파인힐병원 김진목 병원장】

‘환경보호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1907~1964)은 1962년 발표한 <침묵의 봄>으로 세계 환경보호 운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침묵의 봄>은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던 DDT 등 화학 살충제가 실제로는 생태계를 참혹하게 파괴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고발해 이후 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이 일대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화학물질의 위험한 경고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화학물질의 위험한 경고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을 정리해봤다.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1962년 레이첼 카슨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살포된 살충제나 제초제로 사용된 유독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쓴 책으로 환경운동의 시발점이 된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1963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1969년 미국의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표했으며, 1972년 미국 EPA(미 환경부)는 DDT의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눈을 떠보니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적막한 장면으로 막을 연다.

“봄을 알리는 철새들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가득 찼던 아침을 맞는 것은 어색한 고요함뿐이다. 노래하던 새들은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던 화려한 생기와 아름다움,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빨리 사라져 버렸다.”

새들이 살충제, 제초제 같은 화학물질에 오염돼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오늘도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포름알데히드와 브롬화 물질로 가득한 불활성 물질로 코팅된 침대에서 일어난다.

벤젠과 스티렌으로 처리된 카펫을 맨발로 밟으며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기 위해 불소와 염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틀고 칫솔에 불소를 포함한 인공색소, 방부제, 인공감미료와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치약을 짠다.

양치질을 마치고 방향제, 계면활성제, 인공색소 등 각종 화학물질로 만든 비누로 얼굴을 씻고, 세수를 마치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계면활성제, 인공색소, 방향제 등 각종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화장품을 바른다.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세탁소에서 찾아온 양복과 새로 구입한 와이셔츠를 입는다.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양복에는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심장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핵센(N-hexane)이 남아 있고, 합성섬유로 된 와이셔츠에는 화학물질 때문에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옷을 다 입고 주방의 식탁 의자에 앉자 아침식사로 항생제, 호르몬이 남아 있는 우유에 각종 인공비타민과 색소, 방부제,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는 시리얼을 부어 먹는다. 식사를 마치면 건강을 위해 각종 인공 화학물질, 색소, 방부제가 들어 있는 종합영양제를 먹고 현관문을 나선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는 ‘바로 내 얘기’라며 맞장구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루 24시간 생활 중에서 약 1시간 남짓 동안에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가를 표본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아마 나머지 하루 일과를 추적해 본다면 훨씬 더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 화학물질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약 9가지 정도의 개인 생활용품을 사용하며, 약 126가지의 인공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126가지의 인공 화학물질 중 약 30% 이상은 암이나 각종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학자는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소는 어떤 세균, 핵무기, 전쟁이 아니고 바로 인공 화학물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로는 크게 ▶가공음식 ▶생활용품 ▶조제약 섭취로 현재 약 10만 가지 이상의 인공 화학물질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년 약 1천 가지 이상의 새로운 물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선진국 국민 한 명당 평균 약 7백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음식, 식수, 공기를 통해 흡수한다고 한다.

인공 화학물질은 특히 태아, 아이, 노인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2004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탯줄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평균 200가지 정도의 인공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인공 화학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태아는 성인에 비해 중금속에 훨씬 더 민감하다. 아이들의 경우 몸무게에 비해 넓은 피부 면적을 가지고 있고 높은 신진대사율을 보이며 간 해독기능, 신장기능, 면역기능 등은 덜 발달됐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근육량의 감소와 함께 지방량이 증가하는데,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지방에 많이 축적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씨스피러시(Seaspiracy)’를 보면 바다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화살의 끝이 다다름을 알 수 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많지만 인간이 식량 수급을 위해 사용하며 방치한 어업도구들이 바다생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꽤나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류의 식용을 중단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은 비약적이지만 다분히 함축적인 경고를 우리에게 던진다.

개인적으로 건강 지표가 안 좋아 관련 상담을 해보면 붉은 육류를 줄이고, 닭고기 같은 하얀 고기와 생선을 가까이 하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인류가 바다생물을 식용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면 단백질 보충을 위한 자원의 고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바다의 위협에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도 빼놓을 수 없다. 중금속 오염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중간 포획자의 멸종으로 바다 생태계가 교란될 경우 지구의 생명체들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 화학물질의 무서운 덫

화학물질의 장기적 피해 중 주목받는 것은 호르몬에 대한 교란작용이다. 호르몬에 교란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나타내는 공식적인 용어는 내분비계 장애물질(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 EDCs)이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용어는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몸 안에서 호르몬의 생산, 분비, 이동,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화학물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목록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에서 참고하고 있는 세계야생생물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의 목록에 수록된 물질들을 주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DDT, 다이옥신, 비스페놀A, PCBs, 프탈레이트, 벤조피렌, 수은 등을 포함하여 67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앓는 질병의 1/4 정도는 환경요인 때문에 생기고, 암이나 호흡기질환 또는 심장질환 같이 위중한 질병의 80% 정도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 적이 있다.

이런 병들의 발생 과정에서 내분비계의 이상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은 질병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장기간에 나타나고,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질환이 환경호르몬에 의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환경호르몬과 관련 있을 것으로 연구된 질환들은 주로 생식기계 질환, 신경행동장애, 대사장애, 암 등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일차적으로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해서 초래되지만, 환경호르몬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사작용과 에너지 밸런스를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비만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별히 ‘오비소겐(obesog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화화합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다이옥신 등이 오비소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환경호르몬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가장 위중한 병은 바로 암이다. 대부분의 암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요인이 상호작용해 발생하는데, 전립선, 유방, 자궁, 생식기에 발생하는 암들이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화학물질들은 수십 년 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몸속에서 발견되는데, 이렇게 지속되는 화학물질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라고 부르며, 이들 POPs들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문제가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어 경각심이 높다.

POPs는 기름에 녹는 지용성이므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저장된다. 오메가3라면 정제 어유를 떠올릴 텐데, 이 생선기름에는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이외에 POPs가 녹아 있다.

물론 중금속도 지용성이고, 제품을 만들 때 중금속 검사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POPs 검사비가 너무 비싸서 검사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발표되는 논문을 보면 오메가3를 장기간 섭취 후에 건강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발표들이 있는 이유도 아마 POPs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POPs를 피하기 위해서는 먹이사슬의 아래쪽에 위치하는 멸치 기름으로 만든 제품이나 차라리 식물성 기름으로 제조된 오메가3를 섭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려면…

너나할 것 없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일급 위험물질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화학물질, 특히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선 가능한 화학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내가 생활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호르몬을 피하기 위한 일반적인 원칙 7가지를 정리, 소개한다.

첫째,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호르몬을 관리하도록 촉구하고,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를 지원한다.

둘째, 제품을 구매할 때 라벨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

식료품이나 사용하는 제품에 함유된 성분을 확인하여 환경호르몬이 있는 제품을 피하고, 개인 위생용품을 사용할 때도 인공 향이 있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셋째, 패스트푸드를 멀리한다.

패스트푸드 자체에 포함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패스트푸드의 포장지와 음료 캔의 코팅제에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농약 노출을 줄인다.

과일과 채소는 잘 씻어서 잔류농약을 제거하고, 되도록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한다. 또한, 모기약과 같은 살충제 사용을 반드시 줄인다.

다섯째, 채식을 실천한다.

동물의 지방조직 속에 화학물질, 특히 POPs가 많이 축적되어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가능한 채식을 많이 하도록 힘쓴다.

여섯째, 물을 자주 마시고, 운동을 한다.

몸속에 쌓인 환경호르몬의 배출을 돕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은 누가 뭐래도 최고의 해독제다.

일곱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방안의 환기를 자주 해준다.

집안의 공기 질을 깨끗하게 관리하려면 간소한 삶을 살고 소박한 삶을 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진목 박사는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로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파인힐병원 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마르퀴스후즈후 평생 공로상, 대한민국 숨은명의50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는 <통합암치료 쉽게 이해하기> <약이 필요없다>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등이 있다.

김진목 파인힐병원 병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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