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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희망가] 림프종 4기에서 ‘완전 관해’ 받은 정영훈 기자의 암 생존기“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공부해서 이겨냈으면 합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KBS 보도국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 팀장까지 하면서 제법 잘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닥뜨린 생사의 고비! “당신은 암입니다.”

이름도 생소했다.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이라고 했다. 설상가상 4기라고 했다. 치료하지 않으면 시한부 6개월 생존도 통보받았다.

그랬던 사람이 책을 냈다. <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이라는 제목으로.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이라는 부제도 달려 있다.

<암 완치로 여행하는 우리를 위한 안내서>도 펴냈다. 암 완치로 가는 7가지 지도까지 나름대로 정리해 공개했다.

힘든 수술, 독한 항암치료 6회, 방사선 치료 17회까지 받으면서 생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완전 관해’라는 판정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사람!

그 여세를 몰아 책까지 펴내며 암 환우들의 희망의 멘토로 떠오른 사람!

지금도 KBS 보도국 산업과학부 과학IT 데스크를 맡아 여전히 현역기자로 활약 중인 정영훈 기자를 만나봤다.

2018년 8월에…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사타구니에 생긴 혹이 마음에 걸렸다. 며칠째 없어지지 않았다. 점점 커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던 이유다.

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런데 의사가 이상한 말을 했다. “초음파 검사비는 안 받겠습니다. 의뢰서를 써줄 테니 가까운 대학병원에 가보세요.”

초음파 검사에서 검은 구멍 같은 게 보인다고 했다. 정상이라면 깨끗한 하얀색이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진료의뢰서에는 ‘Malignancy’라고 돼 있었다. 어렴풋이 단어의 의미는 알았지만 ‘설마?’ 했다. 악성 종양, 암이 의심될 때 쓰는 단어였다.

그래서 가게 된 대학병원에서 정영훈 기자가 들은 말은 “입원해야겠습니다.”였다. 약만 먹어서는 낫지 않을 거라고 했다. 느닷없이 응급실 대기자가 되면서 혈액검사도 하고, 항생제 링거도 맞았다. 초음파도 찍었다. 점점 조급해지는 마음에 “암인가요?” 묻기도 했지만 의사는 “암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고 이상하군요.”했다.

결국 그날은 입원실이 없어 저녁 7시를 넘겨 임시 퇴원을 했다. 다음 날 입원하기로 하고. 정영훈 기자는 “너무도 길었던 2018년 8월 말 하루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은 영상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병명은?

“당신은 암입니다.”였다.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낸 뒤였다. 입원을 하고 7일 동안 연속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사타구니 혹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독한 항생제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단단한 놈!

담당의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말했다. 암일 수도 있고, 결핵으로 림프절이 부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생체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수술을 하자는 거였다. 혹이 악성인 암인지 아닌지 떼어내서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거였다.

정영훈 기자는 “수술실로 향하면서 믿기지 않는 모든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한다.

▲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4기를 진단받은 정영훈 기자는 수술 1회, 항암치료 6회, 방사선 치료 17회를 하면서 초주검이 됐지만 힘든 암 투병기를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으면 숨고 싶지만 소통하면 지지도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술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빗나갔다. 특수 염색을 해서 검사를 더해야 한다며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불안했다. 좋지 않은 시그널처럼 느껴졌다. 차마 결과를 들으러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제주도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난 것도 그래서였다.

그랬던 그가 제주도에서 아내로부터 들은 말은… ‘암’이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암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이라고 했다.

그 후의 일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정영훈 기자는 “한순간에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더라.”고 말한다.

림프종 4기 진단을 받고…

림프종 4기라고 했다. 담당의사는 “림프절 밖으로 전이가 됐다.”며 “CT상 복부 대동맥 주변에 종양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을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였다.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정신을 차리고 알아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림프종은 모 아니면 도였다. 빨리 효과를 보거나 빨리 죽거나 하는. 치료가 잘 되면 장기생존이 가능하나 치료가 안 되면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그런 암이었다.

곧바로 입원을 했다. 그러면서 살떨리는 고통도 함께 시작됐다. 정영훈 기자는 “대동맥 쪽에 전이된 암을 없애기 위해 항암치료 6차를 진행하면서 산다는 게 참 모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항암제의 독성은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항암제가 몸속으로 들어가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숨이 가쁘고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반점도 나타났다.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빠지고, 온몸도 팅팅 부었다. 두통약 없이는 버티기 힘든 나날도 이어졌고, 하루 종일 위는 메슥거렸다.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며 괴롭혔다. 정영훈 기자는 “하루하루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힘든 항암치료 6차가 드디어 끝났을 때 CT와 PET-CT를 찍었다. 그 결과를 알려주던 주치의는 ‘완전 관해’라는 표현을 썼다. 6차의 항암치료로 대동맥 부근에 있던 암 덩어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항암치료 6차 만에 드디어 병이 진정되었던 것이다.

온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정영훈 기자는 “비로소 큰 매듭이 풀리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주치의가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3주간 17회의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간 방사선 치료가 시작됐다. 3주간 그렇게 했다.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항구토제를 달고 살았지만 견딜 만했다.

그렇게 방사선 치료 17회가 끝났을 때 일단 치료도 종결되었다. 담당 주치의는 “앞으로 정기적인 체크를 하면서 관찰하자.”고 했다. 또 “초기 2년간은 재발률이 높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2019년 2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정영훈 기자가 마음 깊이 새긴 것은 단 하나! ‘대충 살기와 작별하기’였다고 한다.

대충 살기와 작별하기는 이렇게~

수술 1회, 항암치료 6회, 방사선 치료 17회! 이로써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4기 치료는 종결됐다.

하지만 너무도 달라져 버린 삶! 몸도 예전의 몸이 아니었고, 마음도 예전의 마음일 수 없었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는 몸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겼다. 저릿한 통증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관절통, 두통, 불면증까지 나타났다.

그래도 그 정도는 얼마든지 견딜 만했다. ‘또다시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비하면. 재발의 두려움으로 살얼음판 인생이 되고 말았다.

재발을 막을 확실한 방법도 없다고 했다. 담당 주치의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정영훈 기자는 “예전과 180도 달라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대충 살기와 작별하기’였다.

먹는 것을 가려 먹기 시작했다. 유기농 채식은 아니더라도 농약 묻은 채소, 항생제 먹인 고기,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먹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도록 몸 관리를 했다. 운동도 날마다 했다.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유일한 취미였던 마라톤을 천천히 뛰는 방법으로 실천했다.

비타민 C를 챙겨 먹는 것도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하여 날마다 챙겨먹기 시작했다.

정영훈 기자는 “결국 재발을 막는 방법은 몸 챙김, 마음 챙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암 이후의 삶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도 그래서였다.”고 말한다.

▲ 병원 치료가 끝난 후 정영훈 기자는 운동도 날마다 했다. 유일한 취미였던 마라톤을 천천히 뛰는 방법으로 실천했다고 한다.

현재 정영훈 기자는?

암 치료를 종결한 지도 어느덧 3년!

요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정영훈 기자는 “현역에도 복귀했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2019년 2월 치료가 종결되자마자 KBS 기자로 바로 복귀했고, 2022년 1월부로 산업과학부 과학IT 데스크를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건강은 괜찮을까?

정영훈 기자는 “6개월마다 체크를 하는데 다행히 재발의 소견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담당 주치의로부터 “발병 후 3년이 지나면 재발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더 이상 암 환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반인처럼 생활해도 된다.”는 말까지 들은 터라 한껏 고무돼 있기도 하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영훈 기자는 “암 이후의 삶을 설계하면서 실천 덕목으로 삼은 것은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가 쓴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라는 책이었다.”며 “암 생존자 220명의 건강비법을 모아 만든 10계명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한다.

1계명 긍정적인 마음 갖기

2계명 적극적인 삶 살기

3계명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4계명 건강한 음식 바르게 먹기

5계명 금연과 절주하기

6계명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7계명 과로는 금물! 나에게 맞는 생활하기

8계명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9계명 사람들에게 마음 베풀기

10계명 종교생활 하기

정영훈 기자는 “생사의 기로에서 극한의 절망을 겪은 터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대범함도 생기더라.”며 “하루하루 십계명을 잘 지켰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비록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그저 오늘 하루 숨쉬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하는 정영훈 기자!

그런 그는 암 진단을 받고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거쳐 다시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 절절한 가슴으로 기록한 에세이 <살아있다는 달콤한 말>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또 암을 경험하면서 숱한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수많은 연구논문을 찾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암 환우들과 나누기 위해 <암 완치로 여행하는 우리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도 펴냈다.
정영훈 기자는 “암을 경험한 환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암 완치로 가는 지도를 안내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었다.”고 말한다.

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정영훈 기자가 끝까지 강조한 말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버렸으면…” 하는 거였다.

두려움 대신 적극적으로 암에 대해 공부하면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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