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의 건강제안] 건강 위기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우리 몸에는 생존을 위해 몸속 화학반응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항상성(homeostatis)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몸에 해로운 것은 없애고, 각 장기가 제 기능을 하도록 몸속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중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해로운 침입자를 감지해 방어를 하는 선천면역시스템이 최전방 방어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이 호흡하고 공기 속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화스트레스, 그로 인한 염증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착한 염증 제거 면역세포들도 있어 이런 항상성 유지가 가능합니다.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에 대한 실제적인 예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집에서 매일 저녁 양주 4~5잔씩 하는 정도의 과음 이외에는 특별한 건강 위험이 없던 65세 남성이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응급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입원해 검사를 받던 중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소견도 발견되었습니다. 아무 이상도 없던 환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뇌경색 발생 직전의 병력을 알아본 결과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직업상 약간의 활동을 하고 있어 근육량과 체력도 그 나이 또래의 평균 이상은 되었습니다. 단지 근래 2~3년간 일로 인해 아내와 떨어져 지내면서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늘고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2명의 동생이 췌장암, 간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고 동생과 병원에 함께 다니며 매우 과로한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많이 상한 환자는 뇌경색 발병 하루 전에 평상시보다 과음을 한 후 자고 일어나 바로 병원으로 향하던 중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이 환자와 같이 만성질환이 전혀 없던 건강인에서도 심하게 과로한 경우 뇌경색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50세 이상 검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암, 심혈관질환 사망과 같은 경우 ‘스스로의 건강 상태가 허약하다’고 답한 경우가 ‘매우 좋다’고 답한 경우에 비해 남성에서는 1.5배에서 2.5배까지 각각의 사망 위험이 높았습니다.

반면 여성에서는 오히려 건강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 경우 암 사망 위험은 적었지만,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증가했습니다.

또한 측정한 체력 상태가 좋은 남성에서 운동을 과하게 하는 경우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오히려 감소하지 않고 약간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체력 상태가 좋은 분들 중 정신적, 육체적 과로가 동반되는 시기에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체력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휴식 없이 과로가 반복되는 순간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몸에 귀를 기울이자!

환자는 뇌경색 진단 후 금주를 시작했고, 규칙적으로 주 3회 정도 산에 오르는 등 신체활동을 늘리고, 세 끼 식사를 충실히 하셨습니다. 또한 혈관 건강을 위한 약물도 잘 복용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해 혈전 예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수술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약을 끊는 것만으로도 혈관질환이 재발할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술이 아닌 경우는 암이 있다고 해도 1년 정도 수술치료를 미루게 됩니다. 이 환자도 전립선암 의심소견에 대해서는 전립선암 수치와 MRI 검사를 통해 추적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뇌경색 발병 6개월 후 전립선암 검사에서 환자의 혈액 내 전립선암 수치가 정상화되었고, 영상검사에서도 전립선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어졌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폐암 의심병변이나 황반변성의 초기 병변 등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없어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한 체력의 호전, 약물치료로 인해 혈관건강이 좋아진 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없앤 점 등이 초기 암 의심병변을 호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할 체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과 함께 안 좋은 생활습관 교정,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초기에는 중증 질환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고 일부는 완치도 가능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뇌경색 발병은 건강에 관심을 갖고,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

박민선 편집자문위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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