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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45일간의 두통이 사라진 이유2022년 4월호 108p

【건강다이제스트 | 김종길 의학박사(김종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체는 소우주다. 한 사람의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려면 저 우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세계까지를 포함하는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개인의 건강을 ‘코스모스(통일된 상태)’라고 본다면 질병은 ‘카오스(흩어진 상태)’로 대비된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고 운명도 이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코스모스란 질서 있게 운영되는 세계를 말한다. 그것에 혼란이 오면 무질서 상태인 카오스이니 건강과 질병의 대립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밤중 높은 산에서 한 번이라도 하늘보기를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광활한 무한대 은하계의 위대함을! 또 가시적인 은하계 뒤에 더 광대한 은하계가 펼쳐져 있음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창백하고 푸른 작은 점일 뿐이다. 인류라는 존재는 대우주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이렇게 좋은 별에 고귀한 생명으로 그야말로 운 좋게 우연히 태어났음에 진정 경외의 마음으로 매일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구 나이는 약 137억 년, 단세포 생물 출현은 약 30억 년, 성(性)의 출현은 20억 년, 10억 년 전부터는 식물들이 지구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원래 지구대기는 수소가 가득했고, 단순식물들이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산소의 출발이다. 파란 하늘은 생물들이 만든 것이고, 생물의 출현은 화학반응의 필연적 결과였다. 아,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 자료를 찾느라 힘들지만 읽는 사람은 지루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몇 가지 정보는 알아두자.

우리 인체는 100조 개의 세포군집체다. 골격, 근육, 순환, 소화, 신경계 등의 시스템으로 얼개를 구성하고 세부 조직들이 있는데, 작은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구조들로 구성된 전체가 하나의 사람이다.

최근에 만난 60대 남자 얘기부터 해보자. 45일간 지속되는 두통이 문제였다. 타인에게는 흔한 얘기지만 이 분에게는 심각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수년 전에도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며 내원했던 적이 있었다. 고통스런 우울증을 치료, 회복하였던 터라 전적으로 신뢰를 하는 편이었다.

두통일 경우 통상적으로 안정제와 진통제를 처방한다. 그럼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심한 두통은 입원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어서 통원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함께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임상에서 두통은 감기만큼 흔한 증상이다. 대부분 진통제 약간과 안정제 처방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분은 일주일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무슨 문제가 있을까?’ 우리의 머리를 구성하고 있는 피부, 두개골에 붙은 근육, 두개골, 그 아래 지주막, 뇌척수액, 두부 같은 뇌, 그 두부 안에 얽힌 세포의 부속물들, 핏줄, 신경들 그리고 마음의 영역…. ‘어느 곳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마이크로 특공대>영화처럼 마이크로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서 살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은 환상이다.

문제 접근의 ABC단계부터 생각해 본다.

빈도가 흔한 순서는 근육계의 과잉 긴장으로 인한 머리근육통이다. 이럴 경우 잠도 잘 자야 하고 마음도 편해야 하므로 복합처방을 했다. 그래도 호전이 없다. 며칠 계속되면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할 듯.

하지만 소위 큰 병원(?)에서 20년을 진료해 보지 않았는가! 그 과정이 훤한데 시간, 비용, 가족의 고통 등을 생각해 보면 선뜻 권하기도 꺼려진다.

혹시 두개강 속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뇌 MRI를 찍었는데 정상소견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성격이 강박적이어서 내재성으로 억압된 분노가 클 것으로 추정했다.

너무 소중한 존재 나, 너, 우리!

강박장애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는 분노를 억압하며 산다. 표면적으로는 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만나고, 지나치게 예절도 바른 편이다.

이런 성향이 의외로 두통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유도 질문을 하여도 전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상급병원으로 의뢰를 해야 하나?’ 며칠 망설이던 차에 조금씩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45일이나 두통을 앓았던 매우 드문 사례를 접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역시 병을 만드는 것도 병을 고치는 것도 환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거였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투약을 한 환자의 부지런함이 증상을 개선시켰던 것이다.

그래도 아픈 이는 의사에게 감사를 거듭 말한다.

“웬걸요! 지시를 잘 따라준 스스로에게 감사를 하셔야지요.”

큰 병원으로 보냈다면 입원실에서 고생깨나 했을 텐데 다행이다.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환자의 분노를 낮춰줄 수준의 안정약과 격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두통이 사라져 많이 편안해졌다고 말하는 그 환자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당신은 성격이 지나치게 순박하고 강직하여 남에게는 예절 바르지만 속으로는 분노를 참고 사는 분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좋게 보이려고 애쓰지 마시고 지나친 자기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니 부디 자신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종길 의학박사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다년간 대학병원에서 진료교수로 활동했으며, 대한신경정신과학회장(2010)을 역임했다. 특히 통합기능의학적 연구에 매진했다. 수필작가로 정경문학상(2003)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필집으로 <속죄> <정신분석, 이 뭣고> 등이 있다. 현재 김종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김종길 의학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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