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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대장암·염증성 장 질환 명의 강릉아산병원 유창식 병원장2022년 4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장 건강이 무너지면 전신 건강도 무너집니다”

2022년 1월 1일, 강릉아산병원은 새 병원장을 맞았다.

대장암 및 염증성 장 질환 치료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유창식 교수가 강릉아산병원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로부터 딱 1년 전 2021년 1월 1일, 강릉아산병원은 새롭게 거듭났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영덕아산병원장 겸임 등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지만 유창식 병원장은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어떤 중환자도 살리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못지않은 진료 수준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담금질도 이미 시작했다. 역대 최연소 병원장인 유창식 병원장의 강릉아산병원 입성기를 소개한다.

수술실이 익숙한 천생 외과 의사

취임한 지 얼마 안 되어 병원 파악에 여념이 없는 유창식 병원장은 근황을 묻는 말에 뜻밖의 대답을 했다. 향수를 느낀다는 거였다. 향수의 대상은 고향 서울이 아닌 ‘수술실’이다.

현재 유창식 병원장은 병원 행정, 경영 등에 주력하고 있다. 업무 파악이 끝나면 다시 외과 의사로도 활약하겠지만 병원에 있는데 수술을 안 하는 상황이 적응이 안 된다.

“수술하고 나면 환자를 걱정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 수술을 안 하면 해방감을 느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오히려 상실감이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수술실이 그립습니다.”

유창식 병원장의 수술 사랑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됐다. 의사가 되고 나서는 주저 없이 수술하는 외과를 선택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 때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에서 러브콜이 왔을 때도 외과를 키우고 있는 병원이라는 판단이 서서 고민 끝에 자리를 옮겼다. 외과 중에서도 대장항문외과가 좋았던 이유는 다양한 수술을 할 수가 있어서였다. 당시 대장암 발병이 늘어나고 있었고, 서양에서도 대장질환은 기초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이를 국내에 접목하면 발전 가능성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항문외과는 수술 자체도 재밌고 보람도 무척 큽니다. 한 30년 가까이 지나서 보니까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은 유창식 병원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환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강릉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환자가 찾아와 아쉬움을 전했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유창식 병원장에게 맞춤 치료를 받아온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전지적 환자 시점

대장암은 수년 전부터 환자 수가 현상 유지다. 국가 검진을 통해 대장암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 의사의 대장암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다. 대장암 생존율도 세계 1위다. 대장암 생존율을 차곡차곡 높여온 주역 중 한 명이 유창식 병원장이다.

수술부터 했던 예전과 달리 2000년 이후에는 대장암 표준 치료법이 바뀌었다. 특히 항문과 가까운 하부 직장암은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을 한다. 이렇게 바뀌면서 생존율이 올라가고 항문을 보존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만으로도 대장암이 거의 없어지는 사람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장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의 성적이 좋으면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거나 암이 있던 흔적만 도려내는 국소절제술을 하는 식이다.

▲ 우리나라는 대장암 생존율이 세계 1위다. 강릉아산병원 유창식 병원장은 그동안 수많은 대장암 수술을 성공으로 이끌며 대장암 생존율을 올리는 데 역할을 해 왔다.

유창식 병원장은 수술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끝없는 열정을 쏟아 부었다. 수없이 많은 논문을 찾아보고 분석했다. 그리고 늘 ‘전지적 환자 시점’으로 치료 방법을 정했다. 진행성 직장암의 수술 전 항암방사선요법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연구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항문과 직장은 살리느냐 마느냐에 따라 삶의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의사는 생명 연장만 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죠. 특히 외과 의사는 수술이라는 행위를 하므로 삶의 질을 높이는 첨병이 되어야 합니다.”

대장암과 더불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지게 만드는 대표적 대장질환이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이다. 문제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당신의 대장은 안녕하십니까?

유창식 병원장은 대장암과 더불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의 대가로도 불린다. 특히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크론성 치루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연구의 책임연구자였다.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했지만 치료 성적은 80% 정도로 50%였던 스페인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싶어도 높은 비용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있을 유창식 병원장이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국 건강보험 산정 특례제도를 통해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발생 기전이 완전히 규명이 안 된 질환이다. 그래서 뾰족한 치료제도 없다. 염증이 대장에만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크론병은 염증이 입에서 항문까지 어디든 생기는 병이라서 수술해도 완치가 안 된다. 평생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대장 건강에 치명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동물성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채소나 나물 반찬 섭취도 확 줄어들었다. 끼니를 규칙적으로 챙기지 않고 몰아서 먹고 밤늦게 먹는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침대에 누워서,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젊은 층은 데이트할 때도 카페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 모두 대장 건강에는 해로운 생활습관이다. 이런 생활이 편하고 익숙하더라도 빨리 달라지지 않으면 대장은 점점 괴롭다.

대장 건강을 우습게 여기면 큰코다칠 수 있다. 대장은 단순히 영양소와 수분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장기가 아니다. 최근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내 미생물 연구 결과를 보면 암, 비만, 알레르기, 염증성 장 질환 등 수많은 질환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전신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유창식 병원장은 앞으로 장내 미생물 연구가 계속될수록 정복하지 못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 유창식 병원장은 힘들게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지 않아도 강릉아산병원에서 국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병원

서울아산병원 근무 당시 유창식 병원장은 독보적인 수술 실력, 치료법을 다각도로 연구하는 열정, 거기에 따뜻한 마음씨와 위트까지 갖춰 예약 환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의술로 이름을 떨치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외과장 등을 맡아서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병원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환자들이 유창식 병원장에게 바랐던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유창식 병원장이 건강하길 바랐다. 유창식 병원장에게 오래오래 치료 받고 진료 받을 수 있길 바랐다.

사실 일인이역, 일인삼역, 일인사역을 해내기까지 유창식 병원장도 부단히 성실하게 살았다.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이라고 봅니다.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한 번이라도 환자를 더 보고, 한 번이라도 치료법을 더 고민하고, 환자가 안 좋으면 지체 없이 달려가 환자의 몸을 만지고 진찰해야 합니다.”

실제로 유창식 병원장은 성실함의 교과서처럼 살아왔다.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를 성실하게 설득하고,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가족처럼 환자 곁을 성실하게 지켰다.

그래서 유창식 병원장은 환자에게 존재 자체가 믿음이자 신뢰였다. 유창식 병원장도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 매일 절제하는 삶을 살았다. 꾸준한 운동, 절주, 규칙적인 식생활과 건강검진으로 건강관리를 했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의사의 도리이자 의무로 알고 살아왔다.

‘강릉아산병원 유창식호’가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돛을 달고 막 다시 출항했다. 태백산맥, 동해를 품은 천혜의 환경을 갖춘 강릉아산병원에서 유창식 병원장이 펼쳐 낼 의술, 인술이 기대된다. 유창식 병원장의 그동안의 눈부신 활약을 보면 분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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