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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희망가] 유방암에서 양쪽 폐 전이까지…조옥순 씨 16년 체험기“매주 화요일마다 항암치료를 하지만 통증도 없고 부작용도 없어서 살 만해요”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매주 화요일마다 항암치료를 합니다.” 5년째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 달에 3회 항암치료를 하고, 1회는 검사를 하면서.

그런데 이어진 말이 충격적이다. “통증도 없고 후유증도 없어서 살 만해요.”

그동안 좀체 들어보지 못한 말이어서 놀라웠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초주검이 됐다는 사람이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증도 없단다. 후유증도 별로 없단다. 그래서 ‘기적의 여인’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옥순 씨(75세)가 그 주인공이다.

유방암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한쪽 가슴을 잃었고, 양쪽 폐로 전이가 되면서 16년째 암과 고군분투 중이지만 수필집을 내고, 시인으로 등단도 했다. 수십 년 동안 제주도 학생상담자원봉사회를 이끌었고, 제주지방법원 서귀포시법원 민사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서귀포다문화합창단 단장, 서귀포 시니어합창단 단원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도 하고, 지금은 ‘서귀포작가의 산책길’ 해설사로 활동 중이다.

장장 16년째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8개의 행복 통장을 채우기 위해 열정적인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조옥순 씨를 만나봤다.


2006년 4월에 유방암 수술

왼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곧바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의사가 말하길, “MRI 검사에서 왼쪽 가슴에 암이 발견됐다.”며 “유방암 수술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조옥순 씨는 “느닷없이 유방암이라는 말에 충격은 받았지만 절제 대신 암세포만 떼어내면 된다고 해서 그나마 안심했다.”고 말한다.

2006년 4월, 유방암 수술을 했다. 당시 제주도 학생상담자원봉사회를 이끌며 상담일을 주로 할 때여서 일주일간 병가를 내고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는 항암치료도 했다. 그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긴 했지만 크게 낙담하진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나겠지.’ 했다. 조옥순 씨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크게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우연히 발견됐던 유방암은 큰 후유증 없이 그렇게 일단락됐다. 2007년에는 미뤄뒀던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하면서 오래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회활동도 하고, 합창단을 이끌고 노래행사도 다녔으며, <장미 한 송이>라는 수필집도 내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렇게 4년쯤 흘렀을 때였다. 암에 대한 두려움도 거의 사라졌을 때였다.

조옥순 씨는 “잊을 만하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암이었다.”며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재발, 전이, 또 전이

2010년, 정기검진 날이었다. 담당의사가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암이 재발했습니다.”

1차 수술을 했던 왼쪽 가슴에 또다시 암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장부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조옥순 씨였지만 “왼쪽 가슴을 절제해야 한다는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랴! 결국 왼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항암치료도 했다. 그러자 또다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말았다.

조옥순 씨는 “왼쪽 가슴도 없고, 머리도 민머리가 되자 아무리 의연하려고 해도 우울감, 상실감을 주체할 수 없더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합창단 활동이었다. 서귀포다문화합창단을 만들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머리에는 가발을 쓰고, 가슴도 봉긋하게 만들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서 우울감도 상실감도 털어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꼭 3년 만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13년, 정기검진 날이었다. 담당의사가 또다시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암세포가 오른쪽 폐로 전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폐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옥순 씨는 “폐까지 전이가 됐다는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수술만 하면 된다니까 의사의 말을 믿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두둑했던 배짱도 4년 만에 또다시 닥친 위기 앞에서는 많이 무너졌다.

2017년, 정기검진 날이었다. 담당의사가 또다시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암세포가 왼쪽 폐로 전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왼쪽 가슴을 절제해서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수술도 시술도 없이 항암치료만 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옥순 씨는 “그렇게 시작된 항암치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한 달에 3회, 매주 화요일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어 매주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조옥순 씨는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2년 2월 현재 조옥순 씨는…

2006년, 1차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

2010년, 2차 유방암 절제 수술 후 항암치료!

2013년, 암세포 오른쪽 폐 전이로 수술 후 항암치료!

2017년, 암세포 왼쪽 폐 전이로 항암치료!

2017년부터는 한 달에 3회, 매주 화요일마다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는 조옥순 씨! 그러면서 머리는 민머리가 됐다. ‘언젠가 나겠지.’ 하는 희망도 이제는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가발을 쓰고 여전히 동분서주 바쁜 삶을 살고 있어 제주도의 여장부로 통하는 사람!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문예제주작가회 명예회장, 한국수필가연대 회원, 제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조옥순 씨는 2020년에 <버리고 비우는 삶>이라는 두번째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서귀포시법원 민사조정위원회 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 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고문, 제주권역 재활병원 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다문화합창단 단장, 서귀포작가의 산책길 해설사 등 활동 반경도 전방위적이다. 인터뷰하는 날도 서예가로 유명한 소암기념관에서 해설사로 일하는 중이었다.

건강은 어떨까? 조옥순 씨는 “지금도 여전히 매주 화요일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며 “혼자 운전하고 가서 혼자 항암치료를 받고 온다.”고 말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조옥순 씨는 “통증도 없고 후유증도 별로 없어서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항암치료 후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는 그런 증상은 전혀 없다. 그래서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단지 손발톱만 조금 솟구치는 정도의 후유증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혹시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이 물음에 조옥순 씨는 “병원을 집 드나들 듯 살고 있지만 평소 암 환자라는 것을 잊고 열심히 씩씩하게 산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날마다 8개의 통장에 보다 많은 저축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알려주는 8개의 통장은 땀통장, 극기통장, 이해통장, 용서통장, 사랑통장, 봉사통장, 웃음통장, 칭찬통장이다.

날마다 땀통장에 잔뜩 저금하기 위해 땀 흘려 일했다는 것이다. 학생상담 일도 하고, 법원 일도 하고, 합창단 일도 하고, 작품 활동도 하면서.

날마다 극기통장에 잔뜩 저금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감정을 다스리고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말한다.

날마다 이해통장, 용서통장, 사랑통장, 봉사통장, 웃음통장, 칭찬통장에 잔뜩 저금하기 위해 상대를 이해하고, 잘못은 용서했다. 모두를 끌어안아 사랑하고자 노력했고, 베풀며 살고자 노력했다. 봉사하는 삶, 칭찬하는 삶,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조옥순 씨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8개의 저금통에 얼마나 저금이 됐는지 살펴보는 것은 하루 일과 중 가장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하는 조옥순 씨! 서귀포의 푸른 바다만 보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번 기회를 빌어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16년째 암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던 데는 남편의 지극정성 덕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텃밭농사를 지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설거지도 해주고, 빨래도 해준다. 조옥순 씨는 “집에서 여왕처럼 살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런 남편 덕분에 지금도 ‘서귀포작가의 산책길’ 해설사로 왕성한 활동도 할 수 있고, 합창단 단원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도 부른다.

어디든 쓰일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옥순 씨가 지금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하는 것이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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